기후위기 대응. 노동력 + 에너지 줄이는 유기농법.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

40여 년간 유기농업 한 길만을 걸어온 국내 유기농업의 산증인 이해극 회장. 이 회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한 유기농업만이 희망’이라 강조한다. 유기농 브로콜리, 셀러리 등 다양한 작물을 유기농업으로 재배하는 이 회장은 노동력과 에너지를 줄이는 ‘유기농 고추 일시수확 재배법’을 강조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농업에 도전하는, 젊은 유기농부, 이해극 회장을 찾았다.

유기농 고추 일시 수확 재배법이라 명명하셨습니다. 심는 시기가 일반 고추에 비해 한 달 정도 느리다고 하는데......

고추 재배 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농촌의 고령화 문제입니다. 농촌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한데다, 최근 1~2년간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근로자들도 들어오지 못해 우리 농업·농촌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추 일시 수확법은 새롭게 만들어진 농법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고추재배법입니다.

고추는 브로콜리 후작으로 들어갑니다. 고추의 경우 남부지방에는 2월 초~중순, 중부는 2월 중~하순에 실시하는데 한가지골 농장에서는 3월 1일 직파작업을 합니다. 직파작업을 실시하면 인건비를 1/3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농가들보다 한 달 정도 늦게 파종하기 때문에 3월 1일 직파해 발아를 잘 시켜 육묘를 합니다. 5월 20일 이후 브로콜리를 수확한 곳에 고추를 심습니다. 간격은 35~43cm 정도를 유지하고, 척박한 곳은 35cm 비옥한 곳은 43cm 간격을 둡니다. 제식거리가 너무 좁으면 도장이 되거나 웃자라며, 너무 드물게 심으면 쓰러질 수 있어서 간격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일반 고추 재배와 달리 분수형 재배작형을 띄고 있는데....

고추를 오랫동안 재배하다보니 위쪽으로만 유인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유인을 4~5번 정도 해서 위로만 키운 것과 1~2차 유인까지 하고 분수형으로 키우는 방법을 비교해 보니, 수확량이나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브로콜리 후작으로 고추를 심었더니 헛골의 간격이 70cm 정도나 됩니다. 이렇게 분수형으로 키우니 채광과 통풍이 좋아 품질이 더 좋아졌으며, 측지를 제거하면 도장이 조장되기 때문에 분수형 재배는 측지제거를 하지 않습니다. 유인의 경우에도 아무리 많아도 3번 이하로 유인을 해줍니다. 이런 분수형 작형은 적산온도까지 높이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물을 이용해 과의 크기를 조절해 줍니다. 고추 후기에 착과수를 늘리면 과가 작아지기 때문에, 담과수가 많으면 일시적으로 10일 이상 물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일시 수확은 언제부터 실시하나요?.

수확은 10월 6일부터 실시합니다. 일단 뿌리를 절단하고 뽑고 난 후 10월 15일 이후 수확을 실시합니다. 너무 일찍 뽑으면 꼭지 부분이 질겨지기 때문에 수확이 힘들어집니다. 뿌리를 뽑고 나서 일주일 전후로 수확하면 일시에 수확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우스에서 일주일 정도 1차 건조를 하기 때문에 건조시 사용하는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우스 내에서 2~3번과가 60% 이상 마른상태로 수확을 하기 때문에 연료비 절감은 물론 건조로 인한 탄소발생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 수확을 하는 것과 비교해 봐도, 수량이나 품질 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일시 수확으로 인건비 절약, 고추가 오래 달려 있기 때문에 숙성이 되어 고추 맛도 좋아지고, 고추 건조하는 연료 절감, 탄소 배출 절감 등 1석 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친환경농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친환경농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는 땅을 제대로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 작물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지력을 높이고, 내병성 품종을 선택하는 등 우리 농가에서도 스스로 생존전략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친환경농업의 길이지만 ‘자연의 힘’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비옥한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 농부들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 김경호·이경민·김경윤·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