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친환경농업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이슈가 바로 비의도적인 농약 잔류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무죄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친환경농업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있을까? 다양한 친환경농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인증제도 개선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지난달 22일 ‘노무현 시민센터 가치하다’에서 마련됐다.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회장 조완석)이 주관한 2022 환경농업 정책토론회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이경민 기자

과정중심 인증제도는 가능한가?

우리나라의 친환경인증제도는 과연 과정중심 인증제도일까? 아님 결과중심의 인증제도일까? 또한 현재의 친환경인증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고, 변화해야 할까?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2022 환경농업 정책토론회’가 지난달 23일 개최됐다.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주관하고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한살림연합을 비롯한 생협단체 등이 함께 참여한 이번 토론회는 과정중심 인증제도 개편에 대해 진지한 담론이 이어졌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 

4가지 의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는 과정 중심을 한다는 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정중심 인증제는 환경보전의 문제, 먹거리 안전, 식품안전의 문제 등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농민의 인권의 문제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농약잔류 검사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검증기술이나 방법론이 만들어져야 하는 가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외국 인증제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세 번째는 소비자들은 잔류농약이 불검출된 친환경농산물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생산자들을 선별하기 위한 잔류농약 검사를 포기할 수 있냐의 문제이다. 국내의 친환경인증제도가 과정중심이냐 결과 중심이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잔류농약 검출의 유무’로 판단되는 국내 인증제도는 결과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검출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농약이 매우 적게 검출된다”고 참의 명제이다. 토양이 오염될 수 있으니 이 곳에서 유기농을 해서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맞을까 아님 깨끗한 농지만 찾아서 유기농을 하는 것이 맞을까는 관점이 차이고, 우리나라와 EU, 미국과의 차이이다. 농약검출은 퇴출이 아니라 개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안전중심의 인증제도에서 건강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식품안전이 아니라 식품건강, 먹어도 되는 식품이 아니라 먹으면 좋은 식품으로 가치 플러스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비의도적 부적합사항을 생산자 부적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행정처분을 받은 친환경생산자들에게 질문했을 때 살포하지 않았지만 잔류농약이 검출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73.2%, 그 중 원인을 살펴보면 원인불명이 34.9%, 이웃 농가의 비산이 39.5%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의 의식을 조사했을 때는 유기농산물에 잔류농약 검출기준을 불검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25.6%, 잔류농약이 검출되어도 유기농산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74.4%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유기농이면 반드시 ‘잔류농약 불검출’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관행농산물 가격의 1.5배인 유기농산물에서 MRL의 20분의 1수준으로 잔류농약이 검출되어도 구매하겠다고 88.6%가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에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잔류농약이 덜 검출될수록 지불의사가 높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잔류농약이 검출된 친환경농업인을 징벌 또는 퇴출하지 않고 현실적인 관리정책을 구축한다면 소비자의 잔류농약 검출의 기대수준에 맞출 수 있다

정영기 (사)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 

1998년 친환경육성법이 만들어지고 2012년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변경됐다. 친환경농업이 육성보다는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친환경농업의 정의는 변경됐지만, 그 하위법은 아직도 개정이 되지 않고 여전히 농약검사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5만 3,000농가가 일년동안 진행하는 농약검사 비용만 170억에 달한다. 이 비용은 기본적인 비용이고, 유통하는 곳에서 요청을 다면 더 많은 농약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친환경농어업법을 살펴보면 시행규칙간의 충돌이 있다. 하위법령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가 바뀌어야 하며,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어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데, 농생태학에 기반을 둔 친환경·유기농업 전문교육기관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김보영 한살림연합농산물위원회 위원장

소비자는 결과 중심의 시스템을 원하는가? 소비자 전체로 본다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개인의 선택과 기준이 있어서 다 다를 것이다. 결과중심으로 농산물을 왜 선택하냐고 묻는다면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결과중심의 시스템이 비의도적 농약검출로 인한 불안감을 제외한다면 생산자들의 일부도 인증을 받을 때 편하고 쉽다고 생각한다. 시료를 통한 검사만 하기 때문이다. 과정중심을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 소비자는 반대하고 생산자는 모두 찬성을 할 것이다 생각했다. 소비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기준 완화였고, 생산자는 지원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과정중심으로의 인증제도 개편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비용의 문제이다. 인력과 시간, 교육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성철 (주)씨에이치하모니 대표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제도적인 부분에서 타 국가와 차이점을 두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국가는 ‘유기농 or Not’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5개년 발전계획을 통해 전환기, 저농약인증제도를 폐지하고, 무농약과 유기농이 남아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무농약원료 가공인증제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다. 제도적인 혼선의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다른 방향에서 보면 다양성과 현실에 부합하는 발전적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선 유기농의 경우 먹거리에만 치중되어 있는데 좀 더 범위를 광범위하게 봐야 할 것이다. 유기농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지속적인 확장성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먹는 것에만, 건강에만,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지속적인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

조대성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이사

2018년에 인증취소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내 농산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포기하는 심정으로 인증 취소를 받아들였고 굉장히 힘들었다. 결과중심의 인증제도 개선에 동의하지만 한 번에 과정중심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행정처분이 1년간 인증정지 한 가지로 결정되는데, 잔류농약의 경중, 의도성과 비의도성을 판단해 단계별 처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 농약이 점점 잔류성이 낮아지고 있고, 친환경의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반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되 비현실적인 친환경 잔류농약 기준을 현실화 해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의 간극을 줄이고, 관행농업에서 친환경으로의 유입의 문턱을 낮춰 전체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이지영 제주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 

올해 제주 친환경인증농가의 10%가 인증이 취소됐다. 현재 인증기관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비산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증기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인증기관을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농약 검출 시 농약잔류검사소의 시료샘플 보관 기관을 연장하는 부분이 개선되어야한다. 또한 인증농가가 소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 농약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이 바로 농민이다. 농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친환경농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김하동 친환경인증제도를혁신하는사람들 대표

올해 농사를 짓는 필지에서 잔류농약 0.014 ppm이 검출됐다. 0.01ppm이하면 불검출로 간주되는데 0.004ppm이 더 나와 인증부적합 판정을 통보 받고 가까스로 구제를 받게 되었다. 지난 20여년 아무 잘못 없이 인증을 갱신할 때마다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까 늘 불안감을 갖고 농사를 지으면서 인증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도 했고, 현재의 인증제도가 일종의 폭력이라는 생각도 했다. 농사짓기도, 농산물을 팔아 삶을 영위하기도 힘든 친환경농부들이 늘 불안감 속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친환경농업의 확산은 불가능하며,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김지영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

그간 검사 중심의 결과 도출 및 실험 의존형 농산물 품질관리로 안전성 차원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산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과정에 대한 가치를 고려하는 습득경험은 약해지게 되었다. 소비자에게 과정중심의 친환경인증제가 유기재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경우 바라만 보던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전달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같이 담아가는 큰 그릇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