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특집 인터뷰. 유기농업의 두 巨木에게 농업의 미래를 듣는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이해극 대표

역설적이지만 가장 ‘오래된’ 미래농법이 바로 ‘유기농업’이다. 지속가능한 자연순환농법으로 생산성도 계속 높이고 환경 생태계도 보전하는 친환경, 친자연적인 농업이 유기농업인 것이다. 친환경 지령 100호 인터뷰의 주인공은 국내 유기농업의 두 거목인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과 유기농업인 이해극 씨이다. 유기농·환경시민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평생을 유기농업에 종사한 이해극 씨를 만나 친환경농업의 미래에 대한 고견을 들어본다.  

chapter 1. 도시농업은 ‘엿장수 맛뵈기’

이영자: 친환경·유기농업의 巨木이신 김성훈 장관님과 이해극 대표님 반갑습니다. 우선 김성훈 장관님께서는 최근 도시농업에 푹 빠지셨는데, 도시농업에 대해 ‘엿장수 맛뵈기론’이라는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성훈: 도시농업이 농가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시농업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엿장수 맛뵈기’가 아닐까 합니다. 어려서 시골생활을 해 본 사람들 알겠지만 동네에 요란한 가위소리를 내며 찾아온 엿장수가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엿가락을 조금씩 떼내어 공짜로 맛을 보여줍니다. 엿을 더 먹고 싶지만 돈이 없는 아이들은 헌 고무신, 도자기, 놋그릇 까지 가져와 엿으로 바꾸어 먹습니다. 한 번 엿 조각을 달콤한 맛에 길들여지면 그 다음 순서는 불문가지입니다. 도시농업이 바로 그렇습니다. 도시농업을 시작해서 친환경농산물에 맛을 들인 사람은 친환경농산물을 더욱 더 찾게 됩니다. 소비가 활성화 되는 것이지요. 친환경 식품의 맛에 길들여지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친환경유기농산물 판매코너로 가게 되며, 한살림 등의 생협의 도시매장들은 최근 급격한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도시농업은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사랑을 마음 속에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며, 자연생태계와 더불어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면서, 서로 같이 도와 공동체로 잘살자. 서로 돕고 살자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영자: 이해극 대표님은 최근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시고, 상금을 모두 기부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해극: 상금 전액을 통일농업 발전기금으로 지원하였습니다. 단일 민족인 남북이 함께 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김 장관님 말씀처럼 북한의 농업은 현재 농약과 화학비료가 없어서 대부분의 작물이 저농약이나 무농약 수준입니다. 완숙퇴비의 경우 북한농업에 활용하면 매우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의 경우 수확량이 줄면 당사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선 듯 퇴비를 받아들이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영자: 국내 농업 뿐 아니라 통일 이후 북한의 농업까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극: 우리가 북한과 언젠가는 통일을 이룰 텐데 가장 큰 원조는 농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불리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며 협력해 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chapter 2. 평화. 밥을 먹는 입이 공평해야 평화가 온다

김성훈: 평화(平和)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니다. 평화라는 글자는 ‘나라 화변에 입 구’자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즉 밥을 먹는 입이 공평해야 평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먹는 것만 잘 먹게 해줘도 평화로워 질 수 있습니다. 식량 안보가 확실히 되지 않은 곳에는 사회 불안이 시작됩니다.

이해극: 한국에 품질 좋은 퇴비를 지원해 북한의 식량 자급에 도움을 준다면 나중에는 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가로 막는다면 남한과 북한의 신뢰가 어떻게 쌓이겠습니까?

김성훈: 예전에는 생명농업을 이끄는 근본적인 지도자, 오재길 선생 같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분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지구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는 근본주의 생명농업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본주의 시장에 너무 집중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해극 선생이 더 유기농업에 매진해 근본적인 지도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성훈: 사실 고백을 해보면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 나서 죄의식이 들었습니다. 그 때 캐치프레이즈가 ‘벌레 먹고 못생겨도 더 맛있고, 더 안전해요’ 이었습니다. 1998년 11월 11일 유기농원년선포를 할 그 당시에는 소비자에게 친환경농산물을 더 알리기 위해 소비보다 더 중요한 ‘생명의 소중’함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전이야기지만 친환경·유기농업을 선포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학자·연구기관에 무수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녹색혁명을 폄하하고 흑색혁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지요.

녹색혁명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고 요점은 ‘진정한 녹색혁명’을 일으키자라는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유기농업이 대세입니다. 친환경·유기농업의 가능성은 예전 정농회부터 증명을 했습니다. 생태계 파괴도 없고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고, 소비자 건강도 보호하는 1석 3조의 역할을 유기농업이 이뤄냈습니다. 친환경·유기농업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녹색혁명이 아닐까요?

옛날 방법 그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농법에 현대과학을 접목해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로 ‘溫故而知新’입니다.

이해극: 예를 들면 엄마가 병에 걸리면, 그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을 소우주, 대기와 환경, 땅을 대우주라고 하면, 땅이 건강하지 않는데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과 그것을 먹는 인간이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땅과 환경을 잘 보전해 생태계를 복원해야 합니다.

chapter3. 친환경농업의 역사를 말하다

이영자: 김성훈 장관님과 이해극 대표님은 우리나라 친환경·유기농업의 산증인이신데, 친환경농업의 역사에 대해 한 말씀 묻겠습니다.

김성훈: 1998년 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농산물품질검사소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변경하고 친환경농업 직불제를 만들었습니다. 친환경직불금을 처음 준비할 때는 4가지 단계를 생각했습니다. 유기농으로 이름난 이해극 씨도 처음부터 유기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농약을 시작으로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으로 나누어서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농약 인증에서도 제초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설정한 것은 친환경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농약으로 3년간 지원을 받고, 무농약으로 3년, 전환기 3년, 유기농 3년간 하면 12년간 직불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는 3년간 직불제를 지원하는 것을 폐지해야 합니다. 유기농업은 땅과 공기와 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혜택은 유기농업을 실시하는 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2016년 저농약인증의 폐지로 인해 많은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농약, 무농약 등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친환경입니다. 대한민국의 친환경농업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유기농업으로 가야합니다.

chapter 4.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유기농업

이영자: 친환경·유기농 원년의 해를 선포한지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친환경·유기농업은 많은 성장이 있었습니다. 급변하는 지구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김성훈: 급변하는 기후변화, 식량부족 등의 문제가 사회붕괴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의 하나가 바로 ‘유기농업’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49억ha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화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황폐해지고 있는 40억ha의 산림지를 제대로 녹화하면 현행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중의 이산화탄소(CO2)의 농도를 기존 390ppm에서 안전한 수준인 350ppm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제 범세계적으로 유기농업은 상업적 경제성이 없는 ‘전통산업’이 아니라 사람도 살리고 환경생태계와 지구 생명을 살리는 ‘미래산업’입니다.

이해극: 친환경·유기농업은 장관님 말씀대로 미래산업입니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급식, 군대 우유납품 등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래사업을 이끌 젊은이들에게 값싼농산물로 악영향을 미친다면 우리의 미래를 결코 밝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의 편에서 농민을 대변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더욱 더 농민을 위한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이해극: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의 입장에서 유기농업이야 말로 지구를 살리고,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1960년대부터 4H 활동을 시작한 정통파 농사꾼입니다. 농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은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으로 국민의 건강을 도모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절대 빈곤의 시대에도 지천에 깔려 있었던 개구리가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녹색혁명으로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환경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벌레가 먹지 못하는 것은 사람도 먹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유기농업은 생고생을 자처하는 일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5~7년만 유기농업을 하면 오히려 농사일이 더 쉬워집니다. 유기농업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나면 천적이 돌아오고, 지력이 상승됩니다. 7년 이상 유기농업을 실천하면 게으른 농민이 됩니다. 말 그대로 태평농법이 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농가들이 농약과 화학비료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친환경·유기농업으로 섣불리 가기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환경·유기농업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chapter 5. 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

이영자: 유기농산물의 활성화, 소비자의 신뢰 회복 등 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사진8)

이해극: 급속한 고령화, 출산감소, 비정상 아동증가 등은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현대의학에 앞서 안전한 먹거리의 섭식이 우선되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의 발전은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 기초단계는 친환경농업에서 점진적 유기농업으로 확대 진입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발전단계입니다.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우선적으로 학교급식, 군인급식에 제공해 생식이전 연령층의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단계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도약단계로 풍부하게 생산된 유기농산물과 쾌적한 환경을 활용한 지자체별 환경성 질환치유센터 설립으로 유기농업을 국내외 요양산업을 확대시키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은 정착단계입니다. 유기농업의 원숙기로 자연생태계의 온전한 회복과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 고도로 종착되어 행복한 사회가 건설되는 단계가 정착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유기농업은 아직 발전단계입니다. 친환경·유기농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의 지력을 향상시켜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2~3조원을 투입해 고품질의 안전한 퇴비를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력이 높아져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퇴비 무상공급으로 농민들의 수취가격은 높아질 것입니다. 2013년 의료비로 98조원이 지출되었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쿠바의 경우 유기농을 실시하면서 영아 사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병원환자가 30% 줄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2~3조원의 유기질퇴비 공급으로 의료비를 줄이고, 한국농업의 생산성을 늘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토양이 유기농업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김성훈: 국내의 유기농업은 이제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IMF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만든 직불제는 이제 졸업해야합니다. 무농약, 유기농업을 하면서 얻는 환경보전 기능 등에 대한 혜택은 이제 국민들이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IMF때 정한 단가도 이제는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친환경농업이 국가와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설정해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농업관련 기관들은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에서는 농민을 살리는 정책이 펼쳐야 합니다. 농업관련 기관들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진실로 농민을 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였습니다. 진실로 농민의 편에 서서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농업기관, 단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해극: 개인적으로 친환경농업을 목표로 한 남북농업 협력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모적 갈등을 초월한 농업협력을 통해 민족 공동체의 신뢰를 구축하고,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노동력을 활용해 한반도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친환경 국민농업의 구체적 시도입니다. 귀농희망자, 조기퇴직자, 노령인구 등 유효노동력을 활용한 삶의 질 향상과 안전농산물생산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해 국민농업을 실천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제2 유기농업 연수원을 조성하며, 무농약·유기농산물의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제고할 것입니다.

김성훈: 1991년 미국의 쿠바 경제 대봉쇄 조치에 임해 카스트로는 ‘평화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랜 전부터 준비해왔던 전면적인 친환경·유기농업 정책을 단행했습니다. 10년만에 43%의 식량자급률은 100%대로 오리고 유기농 커피와 설탕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카스트로는 “여성들이여, 우리가 당신들의 젖을 먹고 건강히 자랐듯, 쿠바의 땅을 건강하게 살리자”라는 명연설을 하였습니다.

친환경·유기농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쿠바 여성들이 친환경·유기농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듯이,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의 어머니들의 주체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영자: 긴 시간동안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두 분의 말씀처럼 사람도 살리고 환경생태계와 지구 생명을 살리는 ‘미래산업’이 바로 유기농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간 친환경도 친환경·유기농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고 정직한 언론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