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현 난모쿠무라의 기쿠치 씨의 양상추는 뛰어난 맛과 광택으로 유명하다. 이는 토착균을 활용하여 유기질을 발효시킨 직접 만든 퇴비 덕분이다. 연작장해를 막고 맛이 좋은 양상추를 계속 재배하기 위해서는 기쿠치 씨처럼 토양 만들기가 기본이다.

일본 나가노현 난모쿠무라는 양상추를 중심으로 한 고랭지채소의 산지이다. 농사조합법인 신슈무라팜 대표이사 기쿠치 씨(62세)는 12a의 밭에서 양상추, 배추, 양배추, 콩을 재배하고 있다. 난모쿠무라는 해발 1,200~1,400m로,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적지 않다. 12월 상순, 고원이 펼쳐진 경지에 작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토양 만들기의 시기이다”라고 하는 기쿠치 씨는 이 날도 야마나시현의 수도작 농가로 가서 트럭 한가든 볏짚을 실어 왔다. “토양 만들기에서 중요한 재료는 눈이 내리기 전에 모아두어야 한다. 승패는 이 시기에 결정된다” 겨울에는 ‘토양 만들기’를 철저히 하여 다음해 농사를 준비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디는 낙엽 속 토착균

기쿠치 씨의 퇴비 플랜트는 폐업한 공장을 빌려 개조한 것으로 낙엽, 산야초, 볏짚, 숯, 폐균상 등 퇴비의 주재료가 가득 준비되어 있다. 산야초는 포장 주위에서 자란 잡초를 커터기로 재단한다. 손으로 감촉을 확인하면 은은하게 발효된 목초의 냄새가 난다.

“여기는 다양한 유기질, 미생물이 많이 있다. 잡초의 씨앗도 들어 있지만 발효열로 사멸시킨다. 분해가 어려운 섬유질도 있는 편이 좋다.”

낙엽은 산속의 계곡 주위의 영양분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수집한다. 손으로 낙엽을 구분하면 고엽(枯葉)의 표면에는 하얀 균이 부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균이 이 지역의 토착균이다. 이 장소에서 몇 만 년이나 살아온, 매우 소중한 보물이다.

지금은 직접 퇴비를 만들고 있는 기쿠치 씨이지만 시판하는 토양미생물자재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재의 미생물은 적도지역 출신으로 겨울에는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난모쿠무의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 지역의 기후풍토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토착균이 좋은 이유이다. 기쿠치 씨는 토착균에 옥수수심 원료의 폐균상, 가축용 사료, 흑탄, 전정한 가지를 태운 숯 등으로 만든 토양개량제 등을 첨가하고, 과자 제조업체에서 배출한 당 분말을 전체의 3% 정도 혼합한다. 당분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엄청남 기세를 발휘한다. 퇴비사 바닥의 암거배수용 파이프에 에어콘프레셔로 공기를 불어넣어 비를 발효시키고 있다. 호기성 균이 활약할 수 있도록 전체에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발효 중 퇴비를 뒤집어 줄 때 하얀 증기가 발생하고 새콤한 냄새가 나면 기온이 낮은 한겨울에도 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덩어리져 완성된 퇴비의 일부는 갈라 보면 표면이 하얗게 되는데, 이것이 방선균이다. 유효미생물 덩어리이다.

눈이 내리기 전에 재료를 모으고 무엇을 얼마나 섞을 것인가. 그 비율과 뒤집는 타이밍은 어떻게 결정할까? 재료의 비율은 제각각 가지고 있는 수분양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퇴비사에서 3개월 정도 숙성시킨 퇴비는 포장으로 이동시켜 1:5의 비율로 우분과 혼합한 후 비닐 시트를 덮어 6개월 정도 숙성시켜, 0a의 포장에 2~3t의 비율로 살포한다. 그리고 토양 만들기는 퇴비를 살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퇴비 살포 후 토양의 상태에 맞게 심경한다.

토양분석결과 확인 후 화학비료로 미세조정

퇴비 살포 후 토양분석 결과를 확인한 후 다시 시비계획을 세운다. 유기질퇴비를 원비로 재배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질소 등 부족한 성분은 화학비료로 보충한다. 인산, 칼륨은 과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토양에 많이 남아 있는 경우는 시용하지 않는다.

창고에는 식품회사가 배출한 달걀 껍질 가루로 만든 칼슘제가 대량으로 있다. 눈이 녹고 봄이 되면 이것을 10a 당 200kg 투입한다.

“당장 다음해부터 제 기능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2년, 3년이 걸려도 된다. 비료도 퇴비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제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토착균이 가득 들어있는 유기질. 이것이 기쿠치 씨의 토양 만들기의 원점이다. 그의 양상추는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다.

· 출 처 : 일본 농경과원예 2013년 1월호

· 번 역 : 이보라 기자·qhfk-d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