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조용하 군

청소년 농부. 월간 친환경 창간 이래 청소년 농부와는 첫 만남이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청심국제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용하 군이 그 주인공. 올해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이지만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고3이어서가 아니다. 방송PD가 꿈인 조 군은 예비 방송인답게 교내 방송일과 함께 각종 행사까지 도맡고 있다. 또 취미생활인 조정(漕艇)도 놓을 수 없다. 얼마 전 조정대회에 나가 준우승까지 거머쥔 실력파다.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아 교내 뮤지컬 동아리 조명과 음악을 맡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쉴 틈 없이 보듬어야할 친환경 농사마저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독거노인을 도우며 삶의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 창간기념을 맞아 청소년 농부 조용하 군을 만났다.

독거노인 위해 친환경농업 뛰어들어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것은 고1때부터다. 사실 봉사활동 실적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된 친환경농업. 조용하 군은 일반 봉사활동과 다르게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의 그런 생각에 부모님은 흔쾌히 동의하며 머리를 맞대었다. 결국 직접 농산물을 재배해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정했다.

“이왕이면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학교 주위에 논과 밭이 많은데다 중학교 때부터 봐오던 익숙함 때문에 농사로 결정했어요.”

조 군은 이미 눈과 마음만큼은 농사에 익숙했던 상황이었지만 직접 일 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학교 근처에 있는 밭(2,300㎡(680평))을 임대해 2012년 5월 1일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같은 학교 중학교에 재학 중인 여동생과 함께 매 주말과 수업 중 비는 시간을 틈틈이 이용해 작물을 가꾸었다.

조 군네 가족은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 나눔을 위해 다양한 작물을 선택했다. 고추, 가지, 토란, 고구마, 땅콩, 배추, 무, 갓, 파, 마늘 등과 얼마 전 새로 심은 생강, 쪽파, 대파 까지. 현재 총 35종류의 작물이 밭에 심겨져 있다. 도시락 밑반찬을 겨냥한 작물이다.

이렇게 재배한 농산물은 어머니가 직접 반찬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전달한다. 현재까지 전달한 도시락은 18가정에 총 502개.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확한 농산물을 지인에게 판매하고 있는 조 군은 재배 첫해 올린 매출이 730만원으로, 올해는 760만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수익금은 독거노인의 어려움을 돕는데 사용한다. 틀니를 비롯해 집안의 소소한 제품들을 구매해 지원하고 있다.

아마추어급 농사꾼으로 거듭나

농사에 전무했던 조 군이 어떻게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었을까.

“농사를 시작하면서 인근 농부들께 봉사활동 취지를 설명했더니 흔쾌히 재배법을 알려주셨어요. 그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부족한 부분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저희 가족이 하나하나씩 습득해 갔고요.”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고추에 그렇게 많은 병이 생길 줄은 몰랐다. 탄저병으로 속앓이도 했다. 그러다가 노하우가 생기면서 올해는 고추 수확을 두 번이 했다. 고추 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도는 자주 밭을 살피는 것임을 깨달았다.

작물은 심는 시기뿐 아니라 심는 위치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지난해 같은 경우는 옥수수를 일찍 심었더니 모두 태풍에 휩쓸려 넘어졌다. 그래서 시기를 늦추었더니 올해는 괜찮았다. 장소도 중요했다. 토란 같은 경우는 밭 안쪽에 심고, 배추 같이 물이 조금 더 필요한 작물은 수분이 용이한 위치(밭 테두리)에 심어야 하는 것도 알게 됐다. 직접 유기농약도 만들었다. 고추에 있는 진딧물을 예방하기 위해 계피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은행나무잎과 다진 마늘 등을 이용해 병해충도 방제했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매우 뿌듯했다. 스스로도 거의 아마추어 농사꾼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고3인 지금은 봉사활동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조용하 군. 그는 “독거노인들을 생각하면 이 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며 “대학에 진학해서도 이 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친환경농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제 의지라기보다는 그 분들 때문이라며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때가 때라고 하지만, 그 때를 넘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조용하 군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가능성은 물론 아직 꺼지지 않은 사랑의 불씨도 엿볼 수 있었다.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