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농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민간단체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1994년 전국 유기농업관련 생산자, 소비자단체 11개가 중심이 되어 이들을 대표하는 비영리 NGO 단체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출범했고, 환농연의 생산분과가 확대되서 2011년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친환경농민들의 권익보호를 목표로 탄생한 친농연은 지난해 한국친환경농업협회로 통합되어 생산주체인 친환경농민 뿐 아니라 유통·소비·가공 관련 주체까지 참여하는 친환경농업계 대표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이제 통합됐지만, 그간의 활동은 우리 친환경농업 분야에 큰 획을 그었다. 박종권 회장, 이등질 회장, 김영재 회장이 모여 10년간 친농연의 역할을 평가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로써 친환경농업인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친환경농업인의 비전을 제시한 간담회를 월간 친환경이 기록한다.

이경민 기자

전국 친농연 창립 직전 친환경농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땠는지, 어떤 계기로 친농연 창립에 나서게 됐는지...

박종권

환농연은 유기농협회, 정농회, 가톨릭농민회 등 여러 단체들이 모인 단체로 친환경농민들 보다는 친환경농업 전체를 아우르는 큰 조직이었다. 1차적으로 친환경 생산자 농민 단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고, 2009년 환경농업단체연합회에서 생산자들의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전국에 각 도 연합회를 창립하고, 2011년 4월 19일 창립했다. 가장 크게 내세운 것은 농민들의 권익 보호와 친환경농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윤보다는 친환경·유기농을 한다는 철학과 깊이가 농민들에게 있었다. 농민들의 생산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정당한 가격을 보상해 실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친농연을 창립하게 되었다. 창립 이후 자조금을 출범했습니다.

그 당시 어려웠던 점은

이등질

창립 이후 사무국도 열악하고 시·도에 협의회 결성이 다 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롯데슈퍼 납품이 시작됐고, 자조금 출범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당시 이동필 장관 재직 시절, 친환경농업의 다양성과 특성 등으로 출범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단시간에 출범 해 농림부 관계자들이 매우 놀랐다.

친농연 활동을 통해 주요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김영재

초창기 지역단위 친환경생산자 조직을 만들었지만, 지역단위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친환경농업을 확대·발전할 전국 조직이 형성되었다. 친농연이 만들어지고 친환경농민들의 절실함을 정책에 반영하는 일들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 해왔다. 자조금 제도 도입, 현안 대응, 농식품부와 정책적 파트너십을 통해 긴장감을 가지고 친환경 발전에 역할을 했다. 먹거리 진영과 연대사업을 통해 대양한 성과를 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 농특위가 만들어 진 것도 큰 성과이며, 전체 우리농업에 있어 친환경농업의 비중이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기후위기, 탄소중립 시대에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고 있어 희망이 있다. 조직의 힘은 현장에서 나오는데, 현장을 제대로 조직화 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박종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조직의 결성 문제이다. 조직 초기는 밑에서부터 만들어져 광역 조직으로 가고, 이것이 모여 전국 조직으로 가야 하는데 빨리 만들려다 보니 바닥 조직이 디테일 하지 않게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문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농연은 많은 일들을 해냈다. 2014년 KBS 뉴스파노라마 당시 결과 중심의 인증제로 인해 생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000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 농성도 하고 우리의 단결력도 보여줬다. 잘못 만들어 놓은 국가의 인증기준으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는 농민들의 사기를 꺾고, 인증으로 농민들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농민이 스스로 대안을 세우고, 위기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김영재

친농연 10년간의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친환경농업의 정의를 새롭게 설정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다른 농민단체와 달리 친농연은 소비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농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친농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협조직, 소비자조직과 함께 친환경농업 정책 제안, 대응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17일 친환경농업진영이 전국농민대회 사전집회를 했는데 우리 생산자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군인권센터, 소비자, 환경 진영이 모두 함께 참여했다. 농업문제를 다 함께 고민하는 것. 이게 큰 성과가 아닐까 한다.

박종권

친농연 초창기 때 각도 연합회가 만들어지고 가장 열심히 한 것이 학교급식이다. 광역단위는 물론 시군 단위로 활동을 했고, 현장에서 농민들이 결합해서 학교급식에 큰 역할을 했다. 이때 연합회가 조직적으로 활동해 지역에서부터 중앙단위까지 활동을 했으며, 친환경농민들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던 시기였다. 경제사업 부문에서는 롯데슈퍼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충남연합사업단이 진행 했으며, 이것을 시작으로 광역사업이 시작되어 광역사업조직이 생겨났다. 이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농민들의 권익실현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연대사업의 실시에 대해

박종권

많은 농민단체 중에서 보다 진보적이고, 품목 단위가 아니라 농업·농촌을 고민하는 중앙단위 연대체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농민의길을 만들게 되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4대 단체가 모여 농업·농촌 문제를 같이 공유하고, 연대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친환경농업의 확대 부문은

이등질

친환경농업을 신념적으로 실시하는 농가가 있는가 하면, 소득 보전을 위해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있다. 친환경농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뒷받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등의 문제로 인해 농업 부문에 긍정적인 부분을 정부가 인식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재

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가격 보전 등의 지원으로 인해 관행농업과 비교해 봐도 친환경농업을 안할 이유가 없다. 지자체에서도 생산장려금을 지급하는데도 친환경인증 농가가 늘어나지 않는다. 원인은 판로가 아니라고 본다.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쌀의 경우 지역에서도 부족한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인증제도이다. 불확실한 인증제도 때문에 확장이 안되는 것이다. 인증문제는 과정중심으로 가야하고, 친환경농업의 관행화를 막아야 한다. 모든 농업분야에서 탄소중립이 블랙홀처럼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대안은 유기농업이라는 의제를 가지고 가야 한다. 또한 정책수단이 관행화로 가는 조건을 만들었다. 양분투입이 전제가 되는 지원을 순환시스템 안에 두고, 외부 투입재를 최소화 하고, 지역 순환형농업으로 가야 한다. 판로 부분에서도 조직의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으면, 친환경농업 초기에 겪었던 친환경 산지 쟁탈전이 일어날 수 있다. 지역의 생산자를 조직화하고, 우리의 산지를 다양하게,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권

국가의 농업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료 중심의 농업정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농민만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소비자와 먹거리진영, 농민 진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본이 되는 정책을 설립해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국내 쌀 경지 면적은 대략 82만ha이며, 350만톤의 쌀이 생산된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9조원 정도 된다. 쌀 부분만 친환경농업으로 다 전환하면 2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소요 예산은 2조원 정도이다. 2조원만 있으면 온 국민이 모두 유기농 쌀을 먹을 수 있다. 단적인 예지만 이는 국가의 의지라고 본다. 유통, 사업단의 문제를 들면 우리 농민들은 정말 작은 이익에 눈을 뜨고, 큰 이익에는 눈을 감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부족하면 가격이 조금 낮은 타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해서 판매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규모화이고 조직화이다. 지역 농민들이 협동해 출하농민이 모두 모인다면 가격 협상력이 있고, 결코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농민들이 참여해 권리를 찾고, 연대해야 한다. 출하농민들은 반드시 출자를 하던, 회비를 내던 하나로 뭉쳐서 작부체계에 맞는 생산을 하고, 사업단은 판매전략을 세우면 된다.

앞으로 친환경농민들의 대표조직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의 역할은?

박종권

농민들이 협회를 통해 기쁨을 찾으면 좋겠다. 내 조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며, 이 조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 분명하게 다 잡고 가야 할 것이다. 바닥의 농민들까지 전달되는, 그래서 우러나는 마음을 가지고 내 조직이라 생각해야 조직이 건강해 질 것이다.

이등질

시군 단위 협회가 탄탄하게 구성되고, 중앙협회는 농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김영재

현장에 있는 농민들이 협회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현장도, 중앙도, 시군단위, 광역단위 조직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소득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큰 가치를 가지고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적인 연대사업, 국제적 연대사업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무너져 가는 친환경농민의 자존감을 세우고, 지향점을 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친환경농민 조직 역할을 하면 좋겠다. 지구를 지키는 농부, 혼자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도, 국민들도 함께 농업을 지켜야 한다. 건강한 우리 환경을 만들기 위해 10년 동안 달려왔다. 과정 속에 위기도 있었고, 성과도 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잘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