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힘든 유기농의 길을 선택하셨나요?” “많은 어려움들이 오히려 제가 유기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닐까요?”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 우리원식품 전양순 대표는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당당한 여성농업인, 여성 CEO, 유기농명인 전양순 대표를 만났다.

유기농, 그 힘든 여정의 시작

Q. 지난 2012년 농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산농촌문화상’ 농업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37년 동안 유기농의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유기농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우선 처음 농업을 접하고 배웠을 때부터 스승님을 잘 만났던 것 같아요. 저는 전북 임실의 산골마을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농사일을 도우면서 지냈지만 유기농이라는 개념을 전혀 알지 못했죠. 그때 도시에서 마을로 귀농을 한 부부가 있었는데 현미밥을 먹고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그 당시에는 이상한(?) 귀농인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에 내려와 성경 공부를 시켜주고 유기농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도시로 견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 풀무원공동체를 방문했고, 그 귀농부부가 원경선 선생님의 제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유기농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23살 때 풀무원 연수생활 하기 전까지 그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정농회 모임을 초창기 때부터 쫓아다니면서 유기농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고, 그 때 남편인 강대인 씨도 만나게 되었지요.

집에서 ‘농사 짓지 말라’고 엄청난 반대를 했지만,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유기농업을 실천했던 이유는 아마 ‘사명의식’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유기농을 자연스럽게 실천한 것이 벌써 38년이 되었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유기농업이 답이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온 세상이 유기농을 한다면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빌려온 소중한 환경을 지키고, 다시 돌려주기 위해서는 유기농업 답이라 생각합니다.

Q. 초창기 기술도 정립되지 않는 유기농을 하면서 많은 고생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정농회에서도 유기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은 없었기 때문에 초기 유기농 실천 농업인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위주로 기술을 전파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애농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일본의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원 농장이 있는 이곳이 계단식 밭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황무지 같은 땅이었지요. 일본의 유기농업 기술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비료와 농약을 사용했던 거친 땅을 유기농에 적합한 비옥한 땅으로 만드는 데에는 7~8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편과 저도 일본 기술을 무턱대고 따라하다가 1년 동안 풀만 열심히 키운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유기농기술이 확립되었기 때문에 귀농을 하거나 처음 친환경농업을 접하는 농민들에게는 ‘내 토양을 먼저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조언해 줍니다. 아무리 좋은 농법이라 해도 우선은 논 하나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Q. 유기농업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수도작의 경우 유기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기농을 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며, 기술적인 부문은 그 다음입니다. 토양조성 후에 수도작의 경우 물관리를 잘하면 잡초방제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미질도 좋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기농에 적합한 종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기농을 하려면 도복에 강한 종자,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원에서는 다양한 토종종자를 육종하고 있습니다. 강대인 회장님과 함께 일본에서 녹미를 얻어다가 한 포기씩 심어서 종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흑미, 적미 등 287종에 달하는 벼종자를 육종해서 모으고 있습니다.

유기농, 주위에 모든 것이 다 자원이다

Q. 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농산물 유통의 한 방편으로 직거래를 시작해 하나의 성공 모델을 이뤘습니다. 그 비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기농을 했기 때문에 직거래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정농회 초창기 때 선배들이 하던 말이 있습니다. “유기농을 하려면 굶어죽을 각오를 해라. 3대를 무식쟁이를 만들 각오를 해라” 우스갯소리지만 실제로 그만큼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유기농을 실시해도 도대체 돈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수도작 외에 작은 규모로 당근을 심고, 케일을 심고해서 풀무원에 납품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규격에 맞는 상품만 납품을 했기 때문에 규격에 맞지 않는 유기농산물들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납품하고 남은 유기농 당근, 케일은 학교 선생님들에게 주스용으로 팔기 시작했고,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이 유기농의 맛을 알고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벌교, 순천을 비롯해 서울에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유기농산물을 좋게 평가해주고, 잘먹고 있다는 전화까지 해주어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아직 까지 한 번도 클레임이 없었던 것은 우리원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그 후에 팔지 못하는 비품들은 모두 발효액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기농을 했기 때문에 주위에 약초로 쓸 수 있는 많은 풀들이 있었고, 납품하고 남은 당근 꽁지 하나도 모두 버리지 않고 발효액을 만들었습니다. 주위에 모든 것이 다 자원이 된 것이지요.

현재는 직거래 고정 고객만 2~3,000명이 넘으며, 수 십년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해 왔기 때문에 입금 확인도 없이 주문만 오면 물건을 보내드릴 정도입니다.

자립 가능한 당당한 여성농업인

Q. 성공한 여성농업인으로써 여성농업인들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A. 우리원농장에는 일년에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옵니다. 예전에는 수도작 강의로 많이 찾아들 오셨는데, 최근에는 가공에 더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물론 여성농업인들의 비중도 많이 늘었습니다.

최근 여성농업인의 농업 참여율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여성농업인들은 남편들의 보조가 아닙니다. 이제는 여성농업인들도 전문성을 가지고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남편과 분야를 나눠서, 예를 들어 남편이 논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여성들은 가공과 유통 등을 담당하면 됩니다. 이제는 여성농업인들이 더 당당해져야 합니다. 농촌에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펼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성농업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 합니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가공의 경우 여성이 주로 해야 하며, 전문성을 키운다면 자립할 수 있는 당당한 여성농업인이 될 수 있으며, 저도 전국의 농촌여성들에게 많은 용기와 힘을 불어 넣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woori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