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들과 입장차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도국 지위 포기 무엇이 문제인가? ı이경민 기자

선진국? 개도국?
정부가 지난달 25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규모 7위, OECD회원국인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냐 선진국이냐 라는 의문이 들지만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시 회원국 선언으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1996년 OECD가입을 했지만 협상 끝에 농업을 제외하고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WTO에서도 농업분야 만큼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은 개도국 지위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2월에 개도국 결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첫 번째가 현재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두 번째가 G20 국가, 세 번째는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 국가, 마지막은 세계상품무역(수출+수입)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해선 안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중국을 겨냥한 이 지적에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었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유일한 개도국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선진국으로 분류가 되면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대폭 감축되며, 쌀 변동직불금 등 보조금 지급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연 농업에는 피해가 없을까?
정부에서는 농업개도국 포기에 대해 ‘농업 보호’ 정책을 주장했다. 우선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간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미래의 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고,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해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업인 소득안정과 경영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 직불금 예산 대폭 증액 등을 설명했으며, 지역단위 전통 먹거리 소비기반 마련, 주요 채소가격 안정제 등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청년영농정착기금제도 등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 필수인 청년·후계농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다. WTO 개도국 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공동대표 박행덕, 임영호, 이하 농민공동행동)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박행덕 공동대표는 “한국은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농산물 무역적자국이며, 농가 소득은 2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며 “식량자급률 21%인 나라가 과연 농업선진국인가”라고 개도국 포기 중단을 요청했다. 또한 결의문을 통해 “미국의 강박에 끌려 다니다가 농업을 포기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농민공동행동은 ▲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 ▲ 근본적 농정대개혁을 위한 청사진 제시 ▲ 농업예산 대폭 확대 및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 수립 ▲ 통상주권, 식량주권, 남북농산물 교류 실현 등을 주장하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청했다.
식량자급률 21%, 평균 경작면적 1ha 미만 농가 70%, 농가경영주 평균 연령 67세. 이것이 바로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우리 농업·농촌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농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이 게시물은 친환경님에 의해 2020-03-17 11:27:31 참살이&현장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