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가득한 봄날, 한 연인이 고급레스토랑에서 웨이터에게 주문한다. “태양이 좋았던 2022년산 청도 와인에 2025년산 안동 약쑥한우 배양육 스테이크로 주세요!”

2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게 될까? 세계는 식량 가격 폭등과 인구 증가, 환경오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런 고민 속에서 식품 미래학자들은 배양육과 해조류 등이 20년 뒤 우리 식탁의 주 메뉴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줄기세포로 만드는 배양육은 윤리적인 소비로 이해해야할까?

농촌진흥청이 발간하는 미래농업을 위한 정보 학술지 ‘월드 포커스’ 최근호는 영국 ‘BBC 뉴스 매거진’이 다룬 미래 식품 내용을 소개했다. BBC는 2012년 ‘미래식품, 2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게 될까?’이라는 기사에서 미래식품으로 곤충, 해조류 그리고 배양육을 꼽았다.

중국을 비롯한 성장국가들의 육류 섭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5∼7년 안에 육류 가격이 배 이상 올라 육류가 사치 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의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지금의 축산은 단연코 지속적인 글로벌 재앙”이라면서 “축산업은 믿기 힘들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수천 년간 근본적인 것이 변하지 않은 비효율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축산업의 변화는 가능할까?

2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게 될까?

배양육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고기다. 암소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근육 조직을 배양하기 때문에 ‘시험관 육류(in-vitro meat)’로도 불린다. 이 배양육은 이미 네덜란드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했다. 이처럼 실험실에서 육류를 배양하면 가축 도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와 물 사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지방 성분을 줄이거나 다른 필수 영양소를 첨가할 수도 있다.

해조류(Algea)도 인간과 동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줄 훌륭한 먹을거리로 꼽힌다. 지구의 토지와 담수가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무궁무진한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는 인류에게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요 보물창고다. 세계 해조류는 1만종이 넘는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식품으로 해조류를 활용하고 있으며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 정교한 재배법이 도입되면 바다는 새로운 식품의 보고가 될 것이란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곤충 역시 육류의 대안으로 꼽힌다. 곤충은 영양가는 높은 반면에 사육비용, 물 사용량, 탄소발자국(직간접으로 발생하는 온실기체 총량)이 적어 소, 돼지 등 일반 가축보다 장점이 많다. 식용으로 활용할 곤충이 현재까지 1,400종에 달해 맛이나 영양분의 다양성도 얻을 수 있다.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 될까?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채취, 실험실에서 배양해 소고기의 근육, 지방, 기름, 뼈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동물의 실제 살에서 나온 고기라는 점에서 콩단백질로 만든 인조고기와는 다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인구가 2010년 대비 34% 늘어나 91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인구 증가와 함께 도시화도 진행돼 약 7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바이오연료로 사용되는 음식 제외) 식량생산은 2010년 대비 70% 증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육류생산은 2010년 2억톤에서 4억 7천만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특히 중국, 인도를 비롯한 성장국가들의 국민이 소득이 향상되면 육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업은 식량, 에너지 소모,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물 15.5톤과 사료 7㎏이 필요하다. FAO는 온실가스 중 축산업으로부터 나오는 배출량이 전체의 약 11.8%라고 집계했으나 World Watch Institution은 이 수치가 동물들의 호흡, 토지의 사용, 메탄 배출량 등을 과소평가한 수치이며 축산업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은 전체의 51%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양육은 육류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식량을 절약하고 늘어나는 인구를 먹일 미래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 배양육으로 육류를 생산하면 현재 방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78~96%나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에너지 사용량은 7~45%, 물은 82~96%, 토지는 99%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친화적·윤리적인 생산 방식으로 인정

배양육은 동물을 산업적으로 생산하거나 도축하지 않고,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물보호윤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은 2012년 6월 30일까지 상업용 배양육을 최초로 생산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며 배양육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9년부터 배양육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사전연구 및 윤리적 연구에 80만 유로의 예산을 지원했다.

2009년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미국 과학연구기관들이 연합한 배양육 컨소시엄(IMC)에서 돼지고기 줄기세포를 키워 1㎝ 길이의 단백질 함량이 낮은 고기 한 점을 만들어 냈다. 현재의 기술로는 살코기와 근육을 배양할 수 있을 뿐, 소화기관 등 내장은 만들 수 없다. 현재 마블링 등 지방을 적절한 비율로 배양육에 섞는 등의 기술도 개발 진행 중에 있다. 배양육 개발의 1인자라고 불리는 마스트리트대학 Mark Post 교수는 25만 유로짜리 배양육 햄버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줄기세포는 윤리적 소비일까?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진은 해조류의 일종인 남조류를 영양소로 사용하는 배양육을 개발한 바 있다.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서 당·단백질·지방 등의 영양분을 세포에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유럽과학재단은 이때 동물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럽 차원의 기준을 마련했다.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진은 남조류가 광합성을 통해서 단백질과 당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배양육용 세포를 키울 수 있는 영양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앞으로 저비용 배양육을 개발하는 한편 사람들의 수요가 일어날 경우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비자가 배양육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배양육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2001년 이후 미국의 NASA는 우주선에서 칠면조 고기를 배양해 우주비행사들이 음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2009년 위트레흐트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양육을 처음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은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이후 동물친화적 입장에서 긍정적 반응으로 변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배양육의 대량생산이 성공할 경우에는 세계의 축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체품의 등장에 따라 기존 축산방식에 따른 육류 제품의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자연산 육류가 배양육보다 고급으로 인식되면서 그에 맞춘 축산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의 농업문화를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줄기세포의 과학이 10만년이 넘게 지속된 인류의 농업문화를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는 파괴력이 생긴 셈이다. 구제역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전염성 높은 가축의 급성전염병인 구제역은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인류 공동의 적이며 그 자체로 공포다.

배양육은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와 온실가스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니 환경론자들은 환영할 일이다.

한편 도살하는 동물을 줄일 수 있어 동물보호주의자와 채식주의자들 또한 실험실 배양육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한 사람들만 마블링이 잘 된 온전한 고기를 먹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배양육을 먹게 되는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다.

먼 훗날 우리는 지구상에서 야생동물과 반려(애완)동물만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배양육 햄버거 하나 주세요!”

“오늘의 추천메뉴는 2024년산 의령 칡한우 줄기세포입니다?”

▣ 자료참조 : ‘줄기세포로 배양육 만드는데 성공’ 사이언스타임즈,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 될까?’ 농자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