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부터 전통주까지, 전통먹거리에 진심인 ‘추연당’ 이숙 대표는 순향주

법을 재연해 고급 청주를 빚고 있다. 다섯 번 빚은 오양주로 폭넓은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순향주’를 소개한다.

| 엄정식 기자 |

전통에 목마르다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전통주 양조장 ‘추연당’. 이곳에서 전통주를 빚는 이숙 대표는 어렸을 적 향수에 이끌려 전통먹거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그리워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감정이 커져 전통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통음식을 배우면서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가양주연구소를 통해 전통음식에서 전통주까지 모든 과정을 배움과 동시에 전국의 전통주 명인들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은 이 대표는 오랜 준비 끝에 2017년 ‘추연당’ 문을 열었다.

여주산 전통주 ‘순향주’

지하수와 여주 친환경 쌀로 만든 순향주는 다섯 번 빚은 오양주로 고급 술에 속한다. 원자재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대표에게 여주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지역 농가를 살리는 취지로 친환경 쌀을 계약재배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 술을 만들 때 단맛이 많이 나서 마리아주를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단맛을 줄이고 드라이한 술을 만들기 위해 찹쌀의 사용량을 줄이고 멥쌀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을 위해 꾸준한 연구를 하며 전통 순향주법을 재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지역의 지하수는 암반수로 pH 농도가 좋습니다. 물의 미네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맥반석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술은 물맛이 중요하기에 물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167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고조리서 ‘음식디비방’에 기록된 순향주법은 삼양주 방식이나 이 대표는 오양주 방식으로 순향주법을 재연했다.

“추연당에서 빚은 ‘순향주’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오양주 기법으로 빚고 있습니다. 백설기를 쪄서 누룩을 넣고 발효의 단계를 3회 거친 후 멥쌀 고두밥을 넣고 1회, 찹쌀 고두밥을 넣고 1회 총 5회를 거친 오양주입니다.

저온발효로 40일의 시간을 보내고 체주 후 저장고에서 50~60일의 시간을 거쳐서 만들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온에서 서서히 발효된 술이 감칠맛이 더 좋고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온에서 오래 걸리는 만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전통을 유행으로

전통주라고 하면 왠지 한복을 입고 예의를 갖추며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이 대표는 와인바, 맥주바처럼 서서 마실 수 있고,

색다른 스타일의 양조장을 꿈꾸고 있다.

“현재는 작은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있지만 향후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양조장과 더불어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팝업스토어도 구상하고 있으며, 술과 곁들여서 먹을 수 있는 육포, 전을 함께 판매하려고 합니다. 동종 업계에 계신 분들의 같은 소망이겠지만 모든 연령층이 전통주를 포함한 전통먹거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고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날이 아닌 평소에도 접할 수 있는 전통먹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