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농업에서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해충은 물론 이로운 미생물들과 천적까지 다 죽이는 농약을 서슴없이 살포하는 경우들이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의 생명을 빼앗지만 결국 나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온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내 생명은 물론 남의 생명도 ‘배려’ 할 수 있다. 때때로 내 작물을 위협하는 잡초나 벌레들을 제어하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의 선을 넘지는 않는다.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 에코리더스인증원 임석호 대표 |

호랑나비와 애벌레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기심을 채우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호랑나비와 징그러운 애벌레의 예를 들어보자. 애벌레는 자신의 먹을거리만 생각한다. 나무가 죽든지 살든지 자기 배 속만 채우기 위해서 나뭇잎을 갉아 먹어 말라 죽게 한다. 심보가 고약하다. 그래서 그 모습도 그렇게 징그러운가 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철이 들어 성숙한 모습의 나비가 되면 생활방식도 달라진다. 여전히 자신의 먹을거리를 찾아 이 꽃 저 꽃 돌아다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꿀을 빨아 먹으면서도 꽃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도록 꽃을 수정시켜준다. 자신의 생명을 위할 뿐만 아니라 남의 생명도 배려해주는 것이다. ‘배려’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큰 파도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될 것이다.

부국의 비밀, 자유경쟁 체제

2013년, 어느 공중파 방송에서 2회에 걸쳐 방영한 ‘부국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같은 인종이라도 잘사는 나라가 있고 못사는 나라가 있다. 무엇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무엇이 빈곤한 나라를 만들게 하는 것일까? 방송에서는 ‘각 구성원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유경쟁 체제와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구축’에 그 비밀이 있다고 결론을 맺고 있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경쟁을 꽤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젊은 시절 사회주의 형식의 공동체 경험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자유경쟁 체제의 귀중함을 배우게 되었다. 대학 갓 졸업 후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해서 일하되 ‘사랑에 기초하여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라는 원칙에 따라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마르크스-레닌의 주장이 생각나기는 하지만 인류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체제라 생각했었다.

아마도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이라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형태로 유지될 것 같았다. 그럼 필자가 속했던 그 공동체의 생활은 행복했을까? 종교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였기에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참여하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운영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인간 본성을 이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의 이기심이다. 사람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되어있다. 다른 사람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최선을 다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능력에 따라서 일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한 능력이 나오지는 않았다. 공산주의 체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의 연약함이다.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한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니다. 누구나 연약한 면들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몸이 불편해서 일을 못 할 수도 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몸이 불편해 일할 수 없을 때 자신만 경제적 손실을 보면 되는데 공산주의 등의 공동체 체제에서는 ‘누군 힘이 남아서 일을 하는 줄 아나?’와 같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 또 정신이 연약한 사람이 있어서 조금만 몸이 불편하거나 자신의 사정이 있으면 일을 하지 않을 핑계를 찾는 사람도 있다.

옛말에 ‘말 잘하면 빨갱이’라는 소리가 있었다. 연약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일하게 하려면 사상교육을 해야 하니 그만큼 선전·선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또 분배에 따른 불만들을 잠재우려면 이런저런 논리들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동기부여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함으로 생산성은 극도로 떨어지고 대신 각종 사상교육이나 감시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을 것이다. 경제는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속했던 공동체도 경제적 비효율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이기심은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근본과 같아서 버릴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채워갈 일이다. 애벌레처럼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는 좁은 마음에서 나비와 꽃처럼 공존의 지혜를 담을 줄 아는 넓은 마음으로 키워가야 한다.

그렇다면 자유경쟁 체제만 도입하면 부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역시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가까운 동남아시아나 조금 멀리 떨어진 남미의 여러 나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까지도 이런 나라들의 젊은 세대들 취업 선호도 1순위는 ‘교통경찰’이라고 한다. 뒷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못사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공무원의 부정부패이다. 노력에 따른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동기 자체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나비의 지혜, ‘배려’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공산주의의 허상에서 벗어나 발전된 자유 대한민국을 이뤘다.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대통령마저 법 앞에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도입해서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의 대단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또 하나의 기회이자 위기가 오고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자본력을 가진 사람들은 첨단의 기계와 기술을 이용해서 더 부자가 되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노동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게 되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경제적 약자들은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자본가들은 약자들을 ‘배려’하자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중들이 소비할 여력이 없게 된다면 결국은 대자본이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는 서로가 행복할 수 없다. 나만 살겠다는 송충이의 우둔함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나비의 지혜, ‘배려’를 배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