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담긴, 숨 쉬는 항아리에서 탄생한 전통주는 ‘2021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미 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선정된 이 술은 완벽한 맛의 균형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전통주시리즈 마지막 주인공은 ‘풍정사계 춘’이다

| 사진_박승호•일러스트_이미숙•영상_이승권•글_이경민·엄정식 기자 |

조화롭게 섞어 빚다

“술의 본연의 향기를 느끼려면 단맛과 쓴맛의 경계를 알아야 합니다.”

농업회사법인 화양의 이한상 대표는 본인만의 술 철학이 있다. 조화양지(調和釀之) 즉, 술은 조화롭게 섞어 빚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철학이다. 단맛 혹은 쓴맛 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점에서 무게를 잡아야 본연의 향기가 올라와야 그 술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 말한다. 화양의 풍정사계는 이 대표의 철학이 깃든 ‘풍정사계’는 맛의 밸런스가 좋아 주로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식전주로 한미 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선정됐다.

싣우물을 술독에 담다

풍정은 예부터 단풍나무 우물(싣우물)이란 뜻이 있는 마을이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이곳 풍정에서 이한상 대표는 풍정사계의 역사를 써 왔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인 ‘고사촬요’를 인용해 향온곡이란 전통 누룩을 재현한 이 대표는 본인만의 기술을 만들기 위해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술을 빚었다. 처음 술을 배울 당시 ‘내 누룩이 없으면 내 술이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누룩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 대표만의 누룩틀을 개발해 독자적인 기술을 갖게 됐다. “향온곡은 ‘고사촬요’에 적힌 방법으로 2006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시작은 가능하지만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저만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체질화시킴으로써 지금의 술을 빚고 있습니다. 밀 1kg에 물 200g을 섞어 누룩을 만듭니다. 양조장마다 특색을 나타내는 누룩이 있어야 하는데 누룩을 직접 만들어서 빚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이유는 어려워서입니다. 틀 안에 넣어 성형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합니다. 전통주가 상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누룩의 대량생산 체제도 필요합니다.”

숨 쉬는 항아리가 만든 술

전통주를 빚는 현대의 양조장에서 항아리를 사용하는 양조장은 드물다. 하지만 올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풍정사계는 숨 쉬는 항아리에서 탄생한다. “가장 중요한 향온곡(누룩)은 밀 90%과 녹두 10%로 만들어집니다. 옛 선조들이 만들던 방법으로 서늘한 곳에 항아리를 앉혀놓고 술을 담급니다. 이불로 감싸서 보온시키고, 어느 정도 끓으면 이불을 벗긴 후에 다시 홑이불을 한 겹 싸서 온도를 조절합니다. 최소 100일 정도가 걸리는 긴 여정입니다. 또한 밑술은 멥쌀로, 덧술은 찹쌀로 담급니다. 밑술을 하는 이유는 덧술을 했을 때 안전한 발효를 위해서입니다. 단양주는 품질의 편차가 나기 때문에 일정하고 좋은 품질을 위해 이양주법으로 빚고 있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라

조선시대 백과사전인 ‘고사촬요’를 인용해 향온곡을 만들고, 옛 조상들의 방법을 다시 구현한 풍정사계. 풍정사계를 포함해 전통주 시장의 규모가 쉽게 커지지 않는 점에서 이 대표는 안타까움을 표한다. “20~30%씩 증가하는데 전통주 시장은 커지지 않습니다. 전통주 생산자들은 연구원이 아니기에 정확한 데이터 구축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통주에 대한 데이터가 확립되어야 전통이 계승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 술 품평회를 하면 전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어떤 효모를 썼는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품평회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도는 물론, 누룩과 효모에 대한 규명 또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풍정사계’. 향후 계획으로 숙성소주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한상 대표. ‘풍정사계’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