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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08 17:35
성인(聖人)이 된 침팬지의 엄마
 글쓴이 : 윤종길 (58.♡.189.254)
조회 : 2,155  

그녀가 왔고 나는 또 갔다. 1년 365일 중에 300일을 전 세계를 누비는 탓에, 아침에 눈을 떠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이다. 73세나 되는 이 영국인 할머니는 오늘도 세계 각국을 누비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평화의 메신저로 불리고,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여인, 제인구달(Jane Goodall). 연세대 대중강연에서의 만나 본 그녀는 이미 살아있는 성인(聖人)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내게 성인(聖人)으로 보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얼굴에서 완벽해 보이는 평화스러움과 함께 심지어 광채까지 빛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몇몇 질문에 마치 현인(賢人)처럼 놀랍고 의미있는 답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의응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세상에 환생(還生)한 다면 어떤 동물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초등학생의 질문이었다.
그녀는 다정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지금처럼 숲이 파괴되고 자연환경이 좋지 않는 상태에서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한 인간의 사랑을 받는 애완동물로 태어나고 싶단다. 하지만 아름답고 건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아프리카의 코끼리, 기린, 영양 등 어떤 야생동물이든 좋단다.” 어린 세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구의 자연에 관심을 갖고 보존하자는 명확한 메시지다. 

   
한 여대생의 질문이었다. “여성으로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역시 제인구달은 다정한 미소로 답했다. “1950년대 아프리카인들은 식민지 시절의 기억으로 백인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찼죠. 그러나 나는 하얀 피부였지만 여성이었기에 그들과 두려움 없이 더 쉽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야생침팬지 역시 마찬가지였죠.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암컷 인간(?)에게 두려움과 적개심은 적었습니다. 덜 위협적이라는 거죠. 또한 인내심, 미묘한 감정변화 읽기,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 면에서 내가 <여성>이었기에 오히려 더 유리했습니다. 열정(熱情)을 가지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젊은 여대생에게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라는 메시지다.
 
“많은 동물 중에서 40여 년간 침팬지만을 연구한 이유”를 한 젊은이가 물었다.
나는 예상 답변을 이렇게 생각했다. 침팬지는 인간과 DNA 구조의 차이가 1.2%에 불과하고, 인간과 가장 유사한 행동양식을 연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하지만 그녀의 이번 답변은 의외로 너무 짧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에게 찾아갔을 때 침팬지를 연구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죠.” 순간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것은 결코 무성의한 대답이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어떤 분야든 한 곳에 열정을 갖고 매진한다면 세상이 인정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47년째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고 있는 제인구달은 침팬지에 대한 기존의 편견들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제인구달의 연구를 통해 최초로 밝혀진 침팬지의 습성.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도구를 이용하며, 사냥을 통해 육식을 즐기는 등 인간과 너무도 닮아 있는 침팬지의 생활은 제인구달의 연구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허바드상을 비롯해 알버트 슈바이처상, 교토상, 외국인 최초의 탄자니아상 등 수많은 상을 통해 연구성과를 인정받았고 수많은 저서를 내놓았으며,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미국 PBS,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다큐멘터리와 영화로 제작되며 그녀를 세계적인 인사로 부상시켰다.

그녀는 자신이 탄자니아 국립공원 인근의 침팬지 개체수가 짧은 기간 중에 100만 마리에서 20만 마리로 급격히 줄어드는 사실을 목격하고 환경운동 전도사로 인생을 전환시켰다.

“연약한 새싹이 바위를 뚫죠.”

사람들이 환경, 동물, 지역사회에 사랑과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1991년부터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라는 이름의 세계 환경보호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2002년, UN은 제인구달을 ‘평화의 대사’로 임명했다. 침팬지를 비롯한 동물들은 물론이요,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니는 그녀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린 것이다. 끊임없이 훼손되고 있는 자연환경 속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하는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발 벗고 나선 제인구달. 그녀는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인간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미국의 동물원에서 있었던 실화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에 어미를 잃고  정상적인 행동양식을 배우지 못하며 고아로 자란 조조라는 침팬지가 야외에 방사되자 휠씬 더 어린 수컷 무리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공포에 휩싸여 스스로 물속에 빠졌다. 이때 가족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 온 한 가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조조를 밀어낸다. 하지만 계속 위협하는 침팬지 무리 때문에 조조는 다시 잠수하고, 또 다시 밀어내고...
그렇게 위험한 일을 왜 했느냐는 TV 인터뷰에서 그는 조조의 눈빛을 보았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수 없느냐”라는 눈빛이 명확했다고 답했다고.

제인구달은 이 세상에 모든 가혹한 처지에 처해있는 동물의 눈을 볼 때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 빈민가 어린이들의 눈을 보았을 때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사랑과 그들이 살아가는 곳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 그녀가 들려준 ‘생명사랑의 메시지’는 너무 강력해서 두 번의 강연을 들은 이후 내 삶에도 계속 울림이 남아 공명되고 있다. 아니 꼭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 

숲에서 들리는 뻐꾸기와 소쩍새 소리, 멀리 울려 퍼지는 오랑우탄 수컷의 울음소리, 코요테의 가슴 저미는 울음소리, 돌고래와 고래의 수중협주곡, 수많은 곤충들의 소리, 숲속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우리 아이들도 이 소리를 들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