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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08 17:39
강남제비와 한강돌고래
 글쓴이 : 윤종길 (58.♡.189.254)
조회 : 4,010  

강남제비와 한강돌고래

 

1970년대 초반 초등학교 어린 시절을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보낸 나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전깃줄에 빼곡하게 앉아있는 제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날씬하게 다이어트 한 팽귄처럼 예쁜 제비들은 몸에서 광택이 났으며 울음소리도 ‘지지배배’ 즐거웠다. 


어머님의 정성으로 포도나무 한그루가 있었던 우리의 양옥집 처마 밑에는 매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제비 가족이 있었다.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집이 참으로 신기했고 마치 우리 집이 흥부네 집이라도 되는 양, 어린 마음이 풍요로웠다.
때로는 알을 까고 부화된 어린 새끼 제비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서로 먹으려는 새끼들을 구경하는 것이 우리 형제들에겐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새끼 녀석들을 공격하는 뱀이 올라가지는 않을까? 그러면 우리도 큰 박을 탈 수 있게 되진 않을까? …” 마루 유리창을 열어 놓으면 어미 제비들이 마루가 마치 제 집인 양, 마루 안을 비행하며 다녔다. 유일한 걱정은 마루에서 비행하며 하얀 변을 보는 정도였다.   
서울에서도 이 정도였으니 시골농촌은 오죽 많은 제비들이 있었을까?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많던 제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제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제비가 보고 싶어졌을 때 그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제비가 돌아오는 날은 음력으로 삼월삼일 삼짇날인데, 지난 3~5년 동안에는 삼짇날이 되어도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제비가 현격히 줄어들어 버리자, 도시든 농촌이든 우리나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흥부전’을 소개할 때 제비 설명에 진땀을 흘린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제비가 최근 돌아오지 않는 것은, 지구온난화현상의 영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난 40여 년 동안 과다하게 사용하였던 화학농약으로 메뚜기, 잠자리, 나비 등 제비의 먹이인 곤충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제비가 사라진 이유로 생태전문가들은 각종 환경호르몬의 직·간접적인 섭취로 인하여 제비 수컷의 정자가 줄어든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그밖에 아파트가 늘어나 둥지를 틀 수 있는 처마가 줄어든 점, 풀이나 흙 등 둥지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논과 하천이 많이 사라진 점, 농약으로 인해 알 부화율이 떨어진 점 등을 꼽았다. 겨울을 동남아시아 ·뉴기니 ·호주 ·남태평양의 제도 등지에서 월동한 제비들이 더 이상 여름철 주거(휴양)지로 한국을 선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청계천에 나타난 제비야, 반갑다!’

 

서울시가 지난 4월 26일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청계천 하류에서 제비가 20마리쯤 발견됐다는 내용이었고 순찰 중이던 직원이 찍었다는 한두 마리의 제비 사진도 첨부됐다.
그러나 제비가 발견된 곳은 신답철교(청계9가) 하류 구간으로 ‘청계천 복원’과는 무관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복개(覆蓋)된 적이 없어 하천변에 수풀이 무성했고, 새들도 날아들었다. 철새보호구역인 중랑천 하류와도 맞닿아 있다. ‘사라진 제비의 출현=청계천 복원의 결과’라는 주장은 아무래도 과장 혹은 호들갑일 수밖에 없었다.


개체 수가 현격히 줄어든 것은 틀림없지만, 서울에서 제비가 씨가 마른 것도 아니다. 탄천이나 올림픽공원처럼 물과 흙이 있는 곳에선 요즘 어렵잖게 제비를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에는 용산구 삼각지 대구탕골목의 가정집에 6마리가 둥지를 4개나 튼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비를 비롯한 자연생태계가 살아나면 국민의 수명이 4년은 연장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소망은 소박하다. 4년을 더 사는 것보다는 내 자녀들이 내 어린 시절의 경험처럼 푸른 하늘을 ‘지지배배’ 하며 날아다니는 많은 제비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돌고래와 철갑상어가 돌아온 한강

 

「서해 바다에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돌고래 한 마리가 싱싱한 먹이를 찾아 만조(滿潮) 때 김포대교 밑의 수중보를 훌쩍 뛰어 올랐다. 녀석은 한강을 거침없이 거슬러 올랐다. 김포대교, 행주대교, 가양대교, 여의도 부근 밤섬을 지나 마포대교까지. 상류로 가면서 염류농도는 낮아졌으며 호흡은 가빠졌고, 뭔가 옆구리에 긁히면서 상처가 커지며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       

 

지난 4월 22일에는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앞 인공섬(서래섬)과 한강시민 공원 사이에서 길이 140㎝, 40㎏ 가량의 돌고래의 일종인 상쾡이 사체가 떠 있는 것을 한 시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바다와 연결된 하구에서 돌고래가 발견되는 일은 가끔 있지만 한강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립수상과학원 고래연구소 안용낙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돌고래는 민물에 사는 종류는 아니고 강 하구나 강과 가까운 바다연안에 살면서 강 상류까지 올라온 것 같다”며 “잡힌 돌고래의 사진을 보니 옆구리가 부어 있어 병이 생겨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붕어, 잉어 등 먹이를 따라 올라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강에서는 지난 3월에도 길이 1.2m 가량의 돌고래(상쾡이) 한 마리가 숨져있는 것을 환경미화원이 발견한 적이 있다.


한편 지난해 한강에서 철갑상어 2마리가 포획되어다가 방류되기도 했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한강에서 철갑상어가 포획된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물론 예전에는 철갑상어뿐 아니라 용상어, 칼상어도 우리나라 동·서·남해안 연안에 살았고, 산란을 위해 하천에 올라왔었지만 언젠가부터 사라져버렸다.
특히 철갑상어는 1960년대까지 한강 반포 인근에서 자주 발견됐으나, 수질이 악화된 1980년대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었다. 철갑상어는 담수산 어류 중 최대 어류 중 하나로 생명력이 강하고 이빨이 없으며 사람을 해치지 않는 아주 온순한 물고기로 100년 넘게 사는 종도 있는 장수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잡힌 녀석들은 비록 양식산으로 알려졌지만 한강에서 철갑상어가 포획됐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 자연산이 산란을 위해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한강의 수질과 환경이 좋아졌고, 먹이 생물도 풍부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양재천에 나타난 팔뚝한만 잉어들의 산란 모습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본 순간 내 가슴은 마치 뛰는 잉어처럼 콩닥거렸다. 


사람들의 손에 의해 산과 들, 하천 생태계가 복원되면 될수록 사라졌던 동·식물들도 하나 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자연은 사랑을 베푸는 만큼 우리에게 꼭 보답해 준다고 한다.
서울의 자연은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ing(진행형) 상태이다.
나는 굳게 믿는다. 지금 한강의 어딘가에는 호기심 많은 돌고래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고향이 어디십니까?”


“예, 서울입니다.” 이젠 자신있게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