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야생란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된 품종으로 주로 죽백란(Cymbidium lancifolium)이라 불린다. 잎의 모양이 대나무와 비슷하기 때문인데 다른 이름으로는 ‘돈란’ 혹은 ‘주걱란’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난초라 하면 ‘춘란’과 ‘한란’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두 품종은 신비디움속(Cymbidium)식물이라 그런 것 같다. 물론 잎이 그려내는 선의 느낌이나 다양한 무늬가 발현되어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야생란은 신비디움속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으로 일부의 취미가만 애배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모 식물원에서 인공 증식한 모종을 자생지에 복원했다는 반가운 뉴스도 전해지고 있어 즐거운 일이다.
죽백란(竹柏蘭) 역시 다양한 무늬종이 취미가 사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아가며 길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길러지는 죽백란의 자생지는 대부분 제주도라 표기되어 있다.
실제 제주도에서는 무늬종은 고사하고 청엽의 기본종도 수십 촉만 남았다는 설과 알려지지 않은 자생지까지 포함하여 수백 촉은 될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다양한 무늬가 발견되고 판매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무늬종의 경우도 그렇지만 청엽의 죽백란 역시 판매되거나 길러지는 것은 모두 자생종, 혹은 제주도에서 지인을 통해 구했다거나 직접 채집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길러지는 품종이 진짜 자생종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죽백란은 제주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품종이고 우리나라보다 분포지역이 넓은 외국에서 무늬종이 발견되고 있다. 그것의 일부가 수입되어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현재 제주산이라 표기된 죽백란의 대부분은 중국이나 일본산이란 이야기가 된다. 자생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산지는 정확하게 표기하고 길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죽백란의 묘미는 무엇일까? 이 품종은 후육의 잎이 매력이다. 상록성이기 때문에 언제나 잎을 감상할 수 있고 꽃은 황백색의 꽃이 주종을 이루고 간혹 붉은 기운이 강한 것도 볼 수 있다. 그것에 더해 녹색으로 피는 품종도 있어 다양한 꽃 색을 감상하기에 좋다. 꽃은 주로 6~7월에 피는데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피어나는 죽백란의 꽃은 나름대로의 선과 멋을 뽐낸다. 간혹 10월에 꽃을 피워 꽃을 사진으로 남겨 자랑하는 일도 있지만 죽백란을 길러보면 개화기가 여름과 가을 두 번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초여름에 꽃을 감상하지 못했다면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한 번 꽃눈을 확인해 보자. 아마도 공들여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듯 꽃대를 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사군자라 칭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 난초에 속하며 대나무 잎처럼 생긴 죽백란, 앞으로 좀 더 깊은 관심 속에 많은 분이 길러보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