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X-파일의 멀더와 스칼렛 요원이 활동하는 무대처럼 보인다. 항공기에서 내려다보면 우주인이 사는 미래의 도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청난 크기의 꿈틀거리는 애벌레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고령토 폐광 위에 세워진 세계 최대 온실 ‘에덴프로젝트’는 특이한 외관뿐 아니라 환경과 지역네트워크를 생각한 독특한 운영철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공존 시험이 지금 에덴동산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이곳이 정말 폐광이었을까?



▲[사진] 특이한 것은 이곳이 불과 수년 전에는 버려졌던 폐광이었다는 점이다.
에덴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플라스틱 온실이다. 음반제작자였던 팀 스미트(Tim Smit)의 독특한 상상력이 실현되어 영국의 남부지방에 세워졌다.  
잉글랜드 콘월(Cornwall)에 있는 이 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식물 약 5,000여 종이 서식한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돔으로 구성되었다. 각 돔 안에는 열대·온대·지중해·사막 등의 자연환경을 조성하였는데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가 참여해 2년 6개월의 건설기간을 거쳐 2001년 3월 개장하였다.
가장 큰 열대우림 돔은 높이 55m, 너비 100m, 길이 200m, 면적 1.59ha 규모인데 바나나, 커피, 고무, 자이언트 대나무 등의 열대식물들이 있다. 지중해 돔은 높이 35m, 너비 65m, 길이 135m, 면적 0.65ha 규모이며 올리브, 포도 등의 온난 건조지역의 식물들이 있다. 야외에는 차, 라벤더, 호프, 해바라기 등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2005년 9월에 개장한 코어(The Core)관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꿈틀대는 상상력의 힘, 폐광의 대변신
런던에서 기차로 5시간 거리인 콘월주는 인구 50만명 규모의 중소도시. 이곳은 산업혁명 이후 구리와 고령토 광산으로 번창하다 자원이 고갈되면서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하나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이 폐광지가 최근 새로운 녹색 희망지대로 변모했다. 고령토 폐광에 거대한 식물원이 들어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식물원의 이름은 ‘에덴프로젝트’.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이 죄를 깨닫고 스스로 낙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에덴프로젝트를 방문하면 대부분 방문객들이 크게 놀란다. 먼저 반투명의 축구공을 쪼개놓은 듯한 최대 높이 55m, 길이 200m의 거대한 구조물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구조물은 강철 기둥을 뼈대로 삼고 합성수지를 외피로 사용했는데 건물이 받는 태양에너지의 90%를 흡수해 난방효과가 뛰어나다. 에덴프로젝트는 실제 전체 열의 15%를 태양열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환경학습공간 배치해 자연의 소중함 깨닫게

쌀쌀한 가을에 방문해도 바이옴(biome)으로 불리는 식물원 안은 30℃가 넘는다. 천장을 뚫을 듯한 큰 키의 나무들로 이뤄진 열대우림이 장관이다. 여름에는 35℃, 겨울에도 20℃를 유지하는데 온실환경은 컴퓨터시스템으로 제어된다. 1,154종의 나무와 열대의 꽃들도 아름답지만 높이 30m에 이르는 폭포에서부터 시작돼 식물원 곳곳을 휘감으며 계곡과 연못을 만들고 있는 물줄기도 싱그럽다.
커피나무와 열매의 수확과 수출 과정도 재연돼 있다. 거대한 열대 바이옴 건너편에는 지중해성 기후 바이옴이 있다. 이곳은 북유럽 사람들이 온화한 기후와 햇살 때문에 동경한다는 지중해식 풍경을 만들어놓았다. 포도나무와 올리브를 비롯해 지중해성 기후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이곳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항상 여러 방문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는 구역이다.
에덴프로젝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방문객의 수로 확인된다.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방문객센터를 만들었고 개장 전부터 50만명이 ‘폐광의 기적’을 보러 왔다.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무려 1,100만명이 찾았다.

로컬푸드 등 지역사회와 네트워크 강조
에덴프로젝트의 진짜 모습은 식물원 내부가 아닌 밖에 있다. 큐레이터인 이언 마틴은 “관람객이 에덴프로젝트를 방문해 머무는 평균시간 5.5일이며 이중 식물원 방문시간은 불과 4시간”이라며 “에덴프로젝트의 진면목은 바이옴 밖의 인근 지역에 있다”고 말한다.
이 식물원은 왜 다른 곳처럼 ‘가든’이 아니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언론홍보 담당자는 “프로젝트라는 것은 미완성을 뜻하며 우리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에덴프로젝트의 창립자인 팀 스미트는 가이드북에서 에덴프로젝트의 첫 번째 철학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이 만든 곡물로 먹고, 입고, 거주해 오던 인간이 산업화가 되면서 이 기본을 잊어버렸고 결국 오늘과 같은 환경위기와 자원고갈을 가져왔다고 강조한다.
에덴프로젝트가 강조하는 두 번째는 바로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다. 스미트는 “지역주민과의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에덴프로젝트는 탄생할 수 없었다”고 밝힌다. 실제로 에덴프로젝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95%, 먹는 식자재의 82%, 연료의 15%는 지역에서 온 것이다. 이른바 로컬푸드(지역농산물)의 중요성과 실천에 방문자들이 공감함은 물론이다. 개장한 지 8년이 됐지만 지금도 6주에 한 번씩 지역주민과 에덴프로젝트 구성원 간의 간담회를 갖는다.

야심찬 환경기획이 지역경제도 살려
두 가지 철학은 에덴프로젝트에 큰 힘이 됐다. 또 방문객의 급증은 지역주민에게 새로운 소득원으로 이어졌다. 통계담당자는 에덴프로젝트 관광객 1,100만명이 지역에 준 경제적 효과는 9억 파운드(1조 8,000억 원)라고 말했다. 변화는 돈 문제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양배추 농사를 짓던 앤드루 씨는 현지 에덴프로젝트에서 지역농민들과 함께 새로운 상품개발을 맡고 있다. 그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친환경농산물 포장재와 화학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물성 시멘트다. 이 밖에도 에덴프로젝트는 종의 다양성을 위해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농작물을 들여와 영국에서 재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루의 붉은 감자를 들여와 재배 중이다.
이런 농산물로 만들어진 상품은 관광객들에게 판매된다. 맛소금이 아닌 천일염과 유기농 감자로 만든 감자칩과 유기농 설탕과 우유로 만든 캐러멜의 일종인 퍼지는 에덴프로젝트의 효자상품이다.

한국형 에덴프로젝트, ‘국립생태원’
충남 서천 장항공단 오염지역에 설립되는 한국의 국립생태원은 에덴프로젝트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에덴프로젝트 최고경영자인 팀 스미트의 충고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국의 국립생태원이 지역과의 교감 없이 과학자들의 연구시설 위주로 만들어진다면 실패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생태원 설립을 행복하게 여겨야 애초의 설립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올해 7월 착공된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조성사업 중 핵심사업은 생태체험관 건립이다. 기후대별 생태계 재현을 목적으로 하는 생태체험관은 사업비 1,320억원 규모로 건축면적은 32,860㎡에 달한다. 생태체험관은 각 기후대별로 생태환경을 재현해야 하는 공사 난이도 때문에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며 세계 최초의 실내생태관인 만큼 우리나라만의 상징성과 독창성이 필요해 다양한 민간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대한민국의 에덴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버려졌던 곳이 ‘와인터널’로 탄생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버려졌던 터널을 개발해 성공한 좋은 사례가 있다. ‘소싸움’과 함께 청도의 또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 ‘와인터널’이 그 것이다.
“지하창고나 폐광 등 와인을 숙성시킬 장소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화양읍에서 총 연장 약 1km에 달하는 일제시대 경부선 열차노선의 터널을 발견했습니다. 온도·습도 등이 와인 숙성에 최적의 조건이었고 저는 무릎을 쳤죠” 세계 최초의 감 와인을 개발한 청도감와인 하상오 대표는 지금도 그 발견당시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말한다.
이 터널은 연중 변함없이 15℃ 안팎의 온도와 70~80%의 습도가 유지되어 와인 숙성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이색적인 와인문화 체험장소로 만들어 현재 주말 평균 내방객  수는 2,000명 정도. 2005년 개장한 후 입 소문을 타고 번져갔고 한 해에 20만 명이 찾아드는 청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인간의 도전정신과 끊임없는 상상력은 가끔 이처럼 엄청난 긍정적인 파괴력을 가져오기도 한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 작가인 죤 스타인백의 ‘에덴의 동쪽’이라는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 일찍이 큰 히트를 쳤고, 주연으로 나왔던 제임스 딘은 20세기 반항아라는 아이콘으로 시대를 풍미했다. ‘에덴의 동쪽’이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서 살아간 장소를 말하지만 실존적인 의미에서 인간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시(에덴의 동쪽)에서 에덴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어! 당신의 상상의 나래를 펴보세요. 그리고 당장 실천하세요. “You can do it!” 

▣ 자료참조 : 한겨레신문 ‘폐광을 식물원으로…’, 에덴프로젝트 홈페이지 www.edenproject.com

작성자 : 윤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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