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의 ‘뿌리와 새싹’ 운동(Roots & Shoot) 

 

어린 시절 ‘타잔’ 영화를 보면서 아프리카 타잔의 아내인 제인보다 내가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제인구달. 이제 일흔을 넘은 제인구달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우리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다. 이어 나의 삶, 내가 사는 지역의 환경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 꿈을 전파했다.




2년 전 비가 오던 날 나는 딸과 함께 우산을 들고 이화여자대학교로 향했다.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 제인구달(Jane Goodall) 박사의 대중강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에게 살아있는 신화였고 그 가슴 벅참이 내심 대(代)를 이어 가길 은연중에 바랐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딸 녀석의 손이 꼭 잡고 내심 흥분해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아끼며 소장하고 있는 120년 전통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일뿐만 아니라 동물행동학을 태동시킨 주역이기도 한 젊은 시절 나의 영웅이자 대학진학 시 나를 축산학 전공으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흔이 넘은 제인구달 여사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녀의 강연내용은 더욱 빛이 났다.




오늘날,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 제인구달. 그녀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60년부터 탄자니아의 곰비국립공원에서 야생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야생동물 보호와 서식환경 개선을 위한 환경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 과학연구에 관한 그 어떤 훈련도 받지 않았던, 심지어는 대학교육조차도 받지 않았던 26살의 한 여인이, 혈혈단신으로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3개월도 채 못 되서 되돌아올 것이라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탄자니아의 곰비국립공원에서 침팬지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위대한 학문적 업적들을 물론이요, 두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파하고 있었다.

 


박수소리와 함께 강연장에 등장한 그녀가 침팬지들의 인사말은 인간의 소리가 아니었다.

“오우, 오우, 오우, 오우, 오우~~~~~~~!!”(뒤로 갈수록 엄청나게 커지는)로 인사를 했고,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 소리를 흉내 내어 인사에 답했다.

이어서 그녀는 두 살 때 침팬지 인형 주빌리를 선물 받은 이야기, 타잔 이야기에 매혹되어 아프리카 탐험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꾼 이야기 등 어린 시적부터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리고 스승인 루이스 리키 박사와의 만남, 아프리카 정글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감동, 육식을 하고 사냥과 전쟁을 하는 등 인간과 비슷한 면을 지닌 침팬지의 놀라운 여러 생태, 가슴 찡한 침팬지 가족의 가족사랑 이야기, 각종 위험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 침팬지와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현재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잔잔하게 풀어갔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지구환경과 생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침팬지들의 보호자와 후견인이 되어 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침팬지를 비롯해 모든 생명체에게 좀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자연보호운동인 ‘루츠 앤드 슈츠’(Roots & Shoot,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그녀는 이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우리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다.




강연이 끝나갈 즈음, 그녀는 동그랗고 긴 종이상자 속에서 1m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깃털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서 보여주었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때,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12마리밖에 남지 않았었습니다. 모두들 콘도르가 곧 멸종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150마리가 되었습니다. 이 깃털이 바로, 그 콘도르의 깃털입니다. 희망의 상징이죠.”

그제서야 사람들은 하마터면 멸종했을 뻔한 콘도르의 깃털을 직접보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이 멸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기쁨의 박수를 쳤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며 종 하나를 꺼내 울렸다. “짤랑짤랑, 짤랑짤랑”

너무나 맑고 영롱한 그 종소리에 청중들이 낮은 탄성을 냈다. 그러자, 그녀는, “이 종은 누군가가 밟은 지뢰가 터지면서 나온 파편 조각으로 만들어진 종입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존재하는 법입니다” 웅변가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강한 제스츄어도 없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감명 깊은 강연이었다.

 


제인구달은 소중한 생명의 메시지와 가슴 벅찬 선물을 전해 주며 나의 삶, 내가 사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 친환경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그녀의 노년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수년전 나는 스위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을 때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가에서 숭어 떼가 뛰놀고 여러 마리 야생 백조들이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광경을 보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 때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되며 영원히 잊지 못할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놀랍게도 제인구달 여사는 내가 살고 있는 곳도 그렇게 변화시켰다. 내가 다니는 안양 소재의 회사 사무실 주위 환경을 더욱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다.

그녀는 2년 전 이화여대 강연 이후 내한기간 동안 나의 사무실 바로 옆을 가로지르는 안양 학의천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붕어와 미꾸라지를 방사하였다. 그녀는 또 “중국에서 오염된 하천을 정화한다며 하천가에 콘크리트를 구조물을 만들어 하천을 (반환경적으로) 직선화했다”면서 “중국에 가면 안양시의 노력을 소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지금 나는 학의천 방향으로 유리창문 밖을 볼 때마다 여러 마리 백로와 야생오리를 보곤 한다. 불과 2년 만에 변한 놀라운 기적이다. 물고기 등 먹이가 많아지니 가까운 청계산, 관악산에서 야생의 새들이 날아오게 되었고 그 개체수가 놀랍게 늘어난 것이다.

 

겨울임에도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거나 야생오리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맥질하는 풍경을 보는 것은 시민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특히 과거에는 도시에서 흔히 맛볼 수 없었던 문화적 정서적 쾌락이기도 하다. 나는 20년 후 스위스처럼 숭어와 백조가 노니는 안양 학의천을 꿈꾼다.




그녀는 지금도 동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성립한 그녀의 사상, 즉 인간의 본성, 인간과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동물들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한 인생역정을 담은 어른들을 위한 그녀의 이야기는 책 <인간의 그늘에서>, <희망의 이유>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일찍이 나는 제인구달 매니아, 더 나아가 친환경 지침이가 되어 감을 느끼고 있다. 아름다운 노년의 그녀가 들려주는 소중한 생명의 메시지와 가슴 벅찬 선물은 우리에게 친환경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Together we can change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