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충북 청주시에서 ‘도담’ 산지유통센터 개소식이 이뤄졌다. 현재 도담은 다양한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여 연 매출 250억 원을 낳는 황금 거위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농업 사랑에 자신을 내던져 기인한 결과이다. 충북 청주에 새둥지를 틀고 농업 유통의 신바람을 일으키는 이원영 도담 대표를 만나 그 배경을 물어 보았다. 

근본적인 농업 강구책 필수!
올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산지유통센터(APC) 설립 보조금 18억 획득(건평 2,300㎡), 50여명 직원, 450명의 농민(45개 작목반) 가족, 전국 650개의 매장에 납품하는 농업법인. 부드럽고 날카로운 추진력으로 유통의 큰손에 오른 이원영 도담 대표가 그간 유통에 쏟아부은 열정의 결과물이다.
유통업계의 신선하면서도 강력한 바람을 불고 있는 이 대표는 1995년 유기농 딸기를 접하면서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시작했다. 당시 지인의 부탁으로 유기농 딸기의 판매를 부탁받으며 무작정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결과는 오로지 딸기 맛 하나로 황무지와 같은 농산물 유통 시장에서 순조로운 협상을 이끌어 낸 것.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01년 ‘조은모람’이라는 친환경 전문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농산물 유통 사업에 뛰어 들었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농업을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자신보다도 함께하는 저농약 인증 농가들의 안타까움이 그 대표적 예. 그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저농약 인증 폐지(2015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저농약이 폐지되는 순간 친환경 농산물이 거의 전멸될 위기에 처한다고 말이다.
“저농약 인증 폐지에 관해서는 친환경 농산물의 전체적인 틀을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저농약 인증이 사라지면 친환경 비율이 매우 낮아질뿐더러, 생산량(과일 품목등)도 축소돼 과일값의 폭등이 예상됩니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저농약, 무농약의 하부구조가 튼튼해야 유기농의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며 “농가 수가 적다보니 궁극적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오르면서 농가들의 피해도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순차적으로 제도를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친환경 농업의 구조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이원영 대표는 유통의 핵심이 바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인적네트워크가 곧 유통의 힘이라고 말하며 무엇보다 농업의 근본적인 추구는 사람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늘 입버릇처럼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유통인은 겉멋이 들 때 무너진다며 신중함을 드러냈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 교육이 잘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 현장을 체험시켜 농산물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그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자발적인 예의를 갖추고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있지요.”
이런 마인드를 확고히 가진 그는 청주지역 농가들을 대상으로 연 유통설명회에서도 두드러졌다. 단 10분간의 대화로 도담에 지원사격을 나서겠다는 확답을 얻어낸 비결도 그의 진정성이 통했던 이유다.
이 대표는 농산물의 소중함과 중간 유통인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몸으로 체득하고 있어 양자간의 고충에 가장 좋은 절충안을 내놓는 해결사로 자청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이 살아남으려면 가공 시설이 매우 중요한데 가공품에 대안을 마련 중이며, 이 대표의 가공품의 남다른 전략으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그것은 애칭 ‘거꾸로’ 전략이라 부른다. 이는 미리 ‘상품’을 팔고 난 후 만들기 시작하는 전략으로, 예를들어 배즙을 판매한다면 배즙을 만들고 파는 게 아니라 거래처에 필요한 물량과 원하는 가공품 등을 주문받아 배즙 만들기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말한다.
“가공품의 가장 중요한 것은 원료입니다. 일반적으로 ‘B품’을 처분하기 위해 가공품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일반이라면, 우리는 그와 다릅니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맛을 내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원칙으로 그 어떤 매장에서도 전량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덧 덩치가 제법 커진 ‘도담’은 이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유통의 큰손에서부터 농업인의 대언자가 된 그의 야무진 농업 사랑과 탐스러운 결과물들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농업과 사람, 이 대표에겐 진정한 동반자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