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약초를 생산하는 농부와 착한 약초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뭉쳤다. 지난 7월 17일 국내 약초 재배 농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약초협동조합 ‘이풀’이 그 주인공. 이로운 풀이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의미를 지닌 이풀은 그동안 약초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바꿀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약초 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한 약초협동조합 이풀을 방문했다.

약초 산업, 새로운 패러다임 연다

이풀. ‘이로운 풀’이라는 말이다. 약초협동조합을 설립한 노봉래 대표이사는 “약초를 이같이 단순하게 설명한 것은 그동안 약초에 대한 인식이 매우 고리타분했기 때문이다. 약초하면 입에 쓴 식물이거나 어르신이나 즐겨 먹는 약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벗고 우리 일상에 소금 같은 친근한 인식을 주고 싶어서 조합 이름을 ‘이풀’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거쳐 탄생한 약초협동조합 이풀(이하 이풀)은 약초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 일상에서도 함께하는 약초 문화를 꿈꾸고 있다.

이풀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든 조합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약초 생산자와 이 같은 약초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출발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며 결국 소비확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다. 현재 25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된 이풀은 강원도, 경북, 충남, 충북, 전북, 광주 등에 생산지가 분포돼 있으며 뜻 있는 조합원들을 모집 중에 있다.

이풀이 추구하는 방향은 의약품 보다는 식품을 지향한다. 기존 한약재는 대부분 의약품 쪽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이풀은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식음료를 타깃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한방음료라든지, 천연염료, 향료, 생필품, 손수건, 효소 등이 그것이다.

조합원 가입 조건은 까다롭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자를 대상으로 하되, GAP 인증이나 친환경 인증 등 안전성이 검증된 농가에 한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기존의 약초시장과 차별화를 선언해 소비자들이 원하던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노 대표이사는 “올해는 조합의 기반을 다지는 기간으로 삼을 예정이다”며 “이 후 유통 사업을 확대해 제약회사나 식품회사 등 대량소비업체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기획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족하는 약초 산업 선도

이풀을 설립한 가장 큰 이유로는 재배농가에 안정적인 판로 확보의 기회를 주고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약초를 공급한 것. 그동안 약초 시장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지녔다. 약초 산업은 커지고 있는 반면, 재배 농가의 어려움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역설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국내 약초 농가는 오래전부터 몸살을 앓아 왔다. 결국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도 늘어만 갔다. 값싼 외국산 약초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가 다시 소비자들에게도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풀은 등장했다.

노봉래 대표는 “국내 약초 시장을 흐리고 있는 불량 약재가 버젓이 유통됨으로 소비자들은 점차 약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풀은 소비자들에게 약초의 신뢰를 제고함은 물론 안정적인 판로확보와 제값을 받고 싶어 하는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정직한 약초 농부와 착한 소비자의 건강한 만남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안전하고 깨끗한 약초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풀이 추구하는 사업을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는 서울디자인지원센터 이지혜 매니저는 “기존의 약초 이미지와 현대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조합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약초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조합으로 거듭날 약초협동조합 이풀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문의 02-3674-5200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