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오는 생명의 땅’ 전남에서 젊은 농업경영인들이 창의적이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미래 농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농업의 희망 이야기’라는 책자에 그들의 성공 사례를 담았다. 월간친환경은 농업의 6차 산업화 성공 가능성을 보여 준 전남 청년 농업경영인들의 이야기를 연재해, 침체된 농촌에 활기를 불러일으켜 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ı허삼열 기자

1·2·3차 융·복합을 통한 농업창업 성공이야기-1

도예와 천연염색을 활용한 신개념 힐링체험장

도자기에 빠지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는 영산강이 굽이 흐르고 한반도 모습을 꼭 닮아 ‘느러지’라 불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명소에 터를 잡고 힐링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찬 청년사업가가 있다. 바로 ‘영산요’ 하현희(39)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산요’는 도자기와 천연염색을 통해 도시 소비자들에게 전통의 아름다움과 농촌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체험장이다.

하 대표는 유년시절을 서양화가의 꿈을 꾸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원장님과 함께 포운 김옥수 선생님이 운영하는 무안요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물레를 돌리면서 전통자기를 만드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도자기와의 첫 인연을 맺은 후 수수한 분청사기에 빠진 하 대표는 서양화 대신 분청사기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김옥수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도예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직접재배와 교육에 인고의 시간을 들이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천연염색이었다. 친환경적 요소를 담은 자연의 색을 추구한 하 대표는 “천연재료를 사용해 염색된 색을 보면 안정되고 매우 편안한 느낌이 든다. 친근감을 주며 다양한 색이 펼쳐져도 어느 색 하나 도드라지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에 반해 인공안료는 자신만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청정 자연에서 흙을 만지며 살다보니 도예와 천연염색을 연계한 힐링 체험장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고 운영동기를 밝혔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천연염색 아이템 ‘쪽’의 선정이었다. 영산강을 끼고 있는 무안은 예로부터 염색견뢰도(fastness, 堅牢度)가 우수해 쪽염색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문제는 천연염재의 조달이었다. 원가를 절감하고 좋은 품질의 쪽을 생산하여 체험객의 만족도를 높여야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하 대표는 아예 쪽을 직접 재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쪽을 ‘니람(쪽으로 만든 색소)’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환원작업은 어렵고도 까다로웠다.

농사와 염색기술, 모두를 성공시키고 싶었던 하 대표는 쪽 재배법과 천연염색을 배우기 위해 전남농업기술원과 무안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하 대표는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교육을 차례로 받았다. 배우고, 실험하고, 연구한 세월이 17년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농사도 익숙해졌고, 사업을 구체화하고 추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기술원 교육은 내 인생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농사에 대한 마인드와 기초 지식, 그리고 마케팅 이외에도 생명대학교 약용작물 과정을 이수하면서 염색의 염재인 약초에 관한 사전지식과 능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천연염색 지도사, 전통차예절 지도사, 심지어 심리상담사, 학교폭력예방상담사, 진로상담사와 같은 자격증도 취득하여, 1대1로 학생 체험객들의 창의성을 이끌어 주는 다양한 체험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연염색 힐링체험장은 그녀의 이러한 부단한 노력과 전통염색을 위한 고집, 그리고 전남·무안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높은 수준의 교육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 대표의 전통염색에 대한 쪽빛 바람이 농업과 농촌에 푸른 날개를 달아 새로운 개념의 전통경영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길 기대해 본다.

미니인터뷰

-전라남도농업기술원장 최경주-

최근 FTA, DDA 등 시장개방 확대, 농업인구 고령화, 이상기온에 의한 자연재해 등 농업 위협요소가 증가 하면서 앞으로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농업·농촌이 침체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재도약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정부는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의 창조경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도 귀농·귀촌을 원하는 젊은이들을 미래지향적 소득창출형 농업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벤처형 농촌청년사업가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 창업프로젝트를 통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농산물의 부가가치 증진에 앞장 선 우수사례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사례집에 수록된 농가들의 창업성공 노하우와 스토리가 농업 창업활동이나, 농가경영 혁신 등 변화의 바람을 불러와 농업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설계하는 길잡이로서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