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객은 몇 명입니까?” “저의 고객은 전 국민입니다.” “그럼 전 국민을 모두 먹여 살릴만한 상품이 있습니까?” 상품은 별로 되지 않는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케팅 한다면 절대 마케팅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이며, 고객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고객의 범위가 너무 넓고 구체적인 대상이 없다면 고객에게 어떤 정보를 알리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의 기준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소비자와 고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통적으로 소비자라는 용어는 어떠한 형태로든 생산된 부가가치를 소비하는 일반 대중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업의 숫자가 증가하고, 개별 기업들이 제공하는 부가가치가 단순제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고객(Customer)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고객은 소비자와 달리, 하나의 기업과 강하게 연결된 소비자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제품보다는 서비스와 관계가 있다는 의미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미세한 의미상의 차이가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소비자라는 단어는 주로 CPG(Consumer Package Goods: 소비재 제품)를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기업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고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고객의 개념은 1980년대 이후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 피터 드러커 등의 경영학자들에 의해 기업 성공을 위해서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인식과 만족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제 고객은 기업자본의 일부분이고, 중요한 무형의 자산이 되었다.

농업경영체에서 경영자는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만약 고객이 없다면 경영 의사결정은 주로 생산에 대한 의사결정만 이루어지고 그 것의 영속적 경영을 위한 판매 및 경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게 되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만 하면 팔리는 수요초과 시대였기 때문에 고객을 몰라도 가능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시대로 되었으며 농산물은 어디에서도 살 수 있는 상품이 되었고 점차 가격이 낮아지는 상품이 되었다. 특히 이제 생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관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미국, 중국, 칠레 등에서 들어오는 농산물, 농식품, 가공식품의 공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먹거리 지출비용은 한정되어 있고, 이러한 경향이 점차 경제가 발전할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이제는 과거와 같은 경영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 문제의 해결은 소득을 안겨주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득은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고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아야 하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고객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고객을 만날 것인지를 파악하고 잠재 고객,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객들 간의 입소문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매출을 끌어올리는 진정한 방법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 즉 입소문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크게 감동받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성공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빨리 퍼지지도 않는다.

농산품이나 서비스, 자신의 브랜드를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기만 하면 소문이 저절로 퍼질 것이다. 지금 당장 입소문 날 수 있는 꺼리를 찾아야 한다. 농업경영자라고 해서 아직까지 생산만 생각하고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입소문낼 거리도 역시 만들지 못한 채 지금의 시장상황 및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기만 한다면 얼마 안 있어 다른 경영체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농산업 현장에서 만난 많은 농업경영자들에게 고객관리를 어떻게 하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먼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똑같은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는 것은 너무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또한 그것 자체가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내 고객을 정확하게 분류하고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전략을 펼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말 놀랍게도 “몇 명 정도의 고객이 필요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상당수의 경영자들은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고객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보다는 우선 내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밀어내기 위한 전략만 구사하고 있다. 어떻게 밀어낼 것인가만 해결된다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산이후 도매시장으로 똑같이 밀어낸다면 공급량은 많아질 수 밖에 없고 결국 모든 것은 가격에 승부수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많은 생산자들이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소비자들 또한 어떻게 하면 더 낮은 가격에 살 것인가에만 민감해진다. 혹시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구매를 주저하기까지 한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계속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싼 가격, 일년 연중 가장 싼 가격’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서인지 부쩍 PB상품들이 많아진 것만 보더라도 가격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애써 재배한 상품을 가지고 도매시장에 갔을 때 친환경 유기농 상추가 700원, 농약친 상추가 1,200원 했을 때 장안농장의 류 대표는 ‘내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이 상품을 팔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는 우수고객 10명만 있으면 모든 것을 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수고객을 만들기 위해 직접 아파트를 돌며 상추를 알리고 팔았다. 매출액의 일부를 떼어 아파트 기부금으로 주었던 적극적인 행동도 하였기에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기무라 아키노리의 ‘기적의 사과’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말 맛있는 사과를 들고 시내로 나갔을 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누어 주었고 그 후 얼마 안 있어 이 사과 정말 맛있다고 편지가 왔다. 여기서부터 출발된 것이다. 그리고 레스토랑 주인이 사과를 넣어 놓고 오래 두었는데 썩지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이야기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유명한 사과가 되었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번 내 고객으로 만든 사람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번 내 상품을 먹어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을 내 경영에 참여자로 만들고, 내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먼저 그들에게 열정을 주어야 그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농업 현장에서 이렇게 먼저 열정을 보이신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처음 고객이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이제 고객이 1,254명이나 있어요. 이제 걱정이 없답니다.”

그들은 고객을 발견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실천하였다. 분명 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변화의 주체인 고객을 가까이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 농산업 마케팅에서도 고객을 바라보아야 한다. 왜 아직도 고객에 관심을 갖지 않는가? 고객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고객을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와 직접 관계가 있는 고객,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고객, 정보를 확산시켜 주는 고객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고객을 분류하고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