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라 말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삼십년 넘도록 농민들의 애환을 보듬고 살아온 남자가 있다. 서울청과의 강석근 상무이다.

경매사 30년 경력, 가락시장 과일계의 대부

강석근 상무를 만나기 위해 가락시장을 찾았다. 분주히 움직이는 지게차들과 농산물을 실고 내리는 상인들로 정신이 없다. 강 상무는 30년 동안 이곳 가락시장의 베테랑 경매사로 살아왔다. 2010년 까지만 해도 그는 최고참 경매사였다. 서울청과의 이사이면서 전국경매사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제 상무가 되어 임원으로서 과일부를 관리하면 되는 입장이지만, 산지에는 아직도 그를 반기고 찾는다. 다른 사람들과는 가격 합의가 안 되는 일도 강 상무와 마주 앉으면 가격 타협이 이뤄진다. 그 만큼 경매 전문가로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강석근을 믿고 따라 주기 때문이다.

무보수로 농어민신문사에서 사회생활 시작

젊은날 강 상무는 故류달영 박사의 농어민신문사에서 일했다. 원래 농민신문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류달영 박사가 운영하던 농어민신문사로 옮긴 것이었다. 처음 6~7개월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무보수로 일했다. 보수는 없었으나 그 때 당시에는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성실했던 덕에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바로 서울청과의 故권재두 사장이다. 권 사장은 투박하지만 뚝심 있고 성실한 강 상무를 눈여겨봤고, 그의 권유로 강 상무는 서울청과 기획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신선을 요하는 과일(키위, 딸기 등)은 되도록 빨리 중도매인 손에 넘겨줘야 하므로 새벽 2식에 경매가 이루어지고, 저장성이 좋은 과일들은 아침 6시에서 8시에 경매가 이루어진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사무직 임원이면서도 경매장에 다녀오니, 강 상무의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에 불과하다.

75년 역사의 서울청과와 함께한 인생

밤을 새우는 직업을 한 자리에서 30년 이상 해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간성을 말해준다. 강 상무의 동료들은 그를 ‘농업 내비게이션’이라 부른다. 75년 동안 농산물 유통의 한 길을 걸어온 서울청과처럼, 강 상무 역시 뚝심 있고 끈기 있게 경매사로서, 이제는 관리의 책임자로서 여전히 가락시장에서 농민과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