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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08 12:36
[쉽게 배우는 미생물이야기]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 25th
 글쓴이 : 친환경 (58.♡.80.182)
조회 : 1,686  

토양에 서식하고 있는 선충이나 동물의 장내에서 생존하고 있는 기생충이 똑같은 선형동물(線形動物, nematoda)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구충제를 복용하는데 요즘 약들은 효과가 좋아서 1알만 먹어도 웬만한 기생충은 모두 사멸된다고 하는 광고 문구가 기억이 났다. 그때 머릿속을 전광석화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바로 구충제를 이용하면 선충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선충방제. 그 쉽지 않은 길

우리 몸속에 기생하고 있는 요충, 촌충, 십이지장충 같은 징그러운 기생충을 죽이는 약이면 토양 속 선충도 문제없이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한없는 믿음이 생기면서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약국을 향하고 있었다. 어쨌든 일반 약국에서 구충제를 구입하려고 하니 가격이 다소 비싸서 가축들에게 먹이는 가격이 다소 싼 구충약을 동물약품가게에서 구입하여 실험을 하기로 했다. 구충제도 그 종류가 여러 가지여서 다양한 성분이 제 각기 다른 원리로 기생충을 박멸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성분이 다른 구충제를 여러 종류 구입하여 실험실에 가지고 온 후 막자사발로 곱게 갈아 선충을 박멸할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어렵다는 선충방제가 곧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과 그에 따른 큰돈도 벌수 있다는 상상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선충액에 구충약을 살포하였다. 애초에 예상하기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선충이 온 몸을 비틀면서 괴로워하다가 죽어가기를 학수고대하며 눈이 빠질 정도로 현미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죽어야 할 선충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유유히 물속에서 헤엄치며 활기 있게 버티는 것이 아닌가? 기생충약을 선충에 접촉을 시켜도 전혀 살충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알게 된 후 왜 그럴까 고민을 하다가 구충약은 사람의 위를 통과하는데 그때 위액(pH 2.0인 염산)을 접하게 되면 활성화될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다시 구충약을 산성용액에 녹여서 선충 실험을 하였으나 역시 선충이 죽지는 않았다. 그렇게 선충을 죽여야겠다는 야심찬 생각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지금은 다른 미생물이나 식물추출물 등을 적용해보고 있다.

 

선충 방제제 개발을 한창 하던 시절에 경북 성주 참외 재배 지역을 내 집 드나들듯이 다니던 적이 있었다. 경북 성주 참외는 선충 피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선충 피해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고 또한 교육을 통하여 선충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15년 전만해도 선충이 일반 농작물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참외에 피해를 주는 뿌리혹 선충을 방제하기 위해 경북 성주를 경기도 수원에서 1주일에 한두 번씩 출장 다니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성주 참외 토양 중에 선충 피해가 가장 큰 농가 하우스 토양을 20kg 마대 자루에 담아 50개를 연구소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조립식 철제 앵글로 일종의 큰 화분을 만들어 거기에 고추 모종을 심어놓고 선충 방제제 개발 실험을 할 생각이었다. 철제 앵글로 가로, 세로 1m에 높이 50cm가 되도록 만든 후 거기에 성주에서 가지고 온 선충 피해 토양을 채우고 고추 모종 9주씩을 정식하여 온습도를 맞추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추는 쑥쑥 커나갔고 덩달아 선충들이 뿌리에 혹을 다닥다닥 형성할 것이라 잔뜩 기대를 하였다. 일반 화학 농약과 생물학적 방제제와의 방제가 차이도 확인하고 미생물에 의한 선충 방제제 개발 가능성 그리고 영양성분에 의한 선충 피해를 보완하는 실험 등 그동안 선충에 관하여 하고 싶었던 사안들을 세밀한 계획 하에 진행을 하였다. 드디어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뿌리에 혹이 달렸을까 너무 궁금했었는데 뽑아보지는 못하고 결과 확인하는 날만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기만 했던가! 먼저 무처리구부터 뽑아 보았다. 처음 한 개를 뽑았을 때 이상한 일이 발생되었다. 선충 혹이 하나도 안 달린 것이었다. 상당히 당황하며 나머지 고추를 모두 뽑아보았는데 역시나 선충 혹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간혹 혹이 형성이 되어있긴 하더라도 그렇게 피해를 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의 혹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처리를 안 한 실험구에서 선충 혹이 발생이 되지 않았으니 나머지는 보나마나 한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도 해서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주특이성이라는 것을 우리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선충은 모든 작물에 가해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고 참외에 혹을 형성하는 녀석은 참외에만 특별히 가해를 하고 다른 작물은 별로 매력을 못 느껴한다는 것이다. 참외를 가해하는 선충에게 고추를 심어놓고 선충 혹을 형성시키길 기다렸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이었는지 지금도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었다. 어느 누가 말했던가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고…….” 무식하고 용감하기만 했기에 몸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부산지역에서 처음 관찰되어 지금은 우리나라 산림 관리에 큰 문제로 대두된 소나무 재선충이 있다. 외국에서 선충에 오염된 목재가 국내로 유입이 되어 피해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쨌든 소나무에 한번 감염이 되면 뚜렷한 방제 방법이 없이 재선충이 침입이 된지 6개월이면 몇 백 년 수령을 지닌 소나무도 고사(枯死)시키는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린다. 특별한 방제 방법이 없기에 예방적인 방법으로 살충약품을 나무에 뚫은 구멍을 통해 수간 주사하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재선충의 피해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재선충을 옮기는 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항공방제를 하는데 소나무 재선충 때문에 애꿎은 하늘소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