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움 진입 이후 지난 10년을 평가하는데 있어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잘 살았다는 평가에 얼마만큼은 동의한다. 미국의 시사 잡지 포린 폴리시(FP)는 최신호에서 지난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기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수치와 통계를 들어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만큼 평화롭고 부유한 인생을 즐긴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FP는 우선 전 세계 인구의 총생산량(GDP)을 근거로 제시했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세계 GDP는 2000년 32조 달러에서 2008년 61조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 세계 인구의 평균소득은 2010년 약 1만 600달러(약 1,250만원)로 2000년도 평균소득보다 25% 상승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1990년 세계 인구의 50%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에 속해 있었으나 2007년 조사에서 그 비율은 28%로 떨어졌다. 반면 하루생활비 10달러 이상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생활하는 인구는 13억 명으로 나타나 중산층의 팽창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FP는 분석했다.
물론 아직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영양부족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10억 명이나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7%에 달하지만 1970년대 35%에 비하면 절반이하로 줄어든 수치이다.
또한 인류는 전체적으로 건강해졌다. 세계 평균수명은 1990년보다 2년 늘어난 69세로 집계됐고 세계 영아사망율은 90년대 1,000명당 61명에서 2009년 49명으로 낮아졌다. 출생 직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신 접종을 받는 영아 사망률이 1980년대 40% 이하에서 2000년대는 82%로 늘어난 덕분이다. 이 같은 성과는 빈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오랜 지원의 결실이다. 또 아프리카 인구의 3분의2, 세계 전체 인구의 5분의 4는 문자를 읽고 쓸 줄을 안다. 개도국 국민들의 위생. 건강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 덕분에 자연히 건강상태도 좋아졌다. 2000년 20%에 못 미쳤던 대학진학률은 2007년 25%를 넘어섰다. 의회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도 1997년 11%에서 2007년 19%로 상승했다.
물론 어두운 측면도 있다. 인류가 번영하는 동안 환경과 자연은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2000년대 최대 5만종의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도 다음 10년 안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음식이 도시의 운명을 좌우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만큼 지금과 같은 과식(過食)시대, 영국 한 나라에서만도 연간 8억 2,000만 마리의 닭을, 1인당 고기는 80㎏을 먹는 등 이대로 가다간 도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이른바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잘 지켜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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