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열매인 잣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만큼 그 영양가와 약효가 뛰어나다. 잣나무의 지리적 분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이북지방에 분포되어 있고 이남 지방에서는 지리산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잣이 나는 곳, 가평군을 찾아가 잣의 다양한 멋에 대해 물었다.
‘잣’ 하면 가평!
“가평 잣이 맛이 좋고 결실이 잘 되는 것은 땅이 북한강과 많은 하천, 계곡으로 잣나무 생장조건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가평군은 잣이라는 천혜의 자연 혜택을 입은 고장이다. 전국 어딜가나 가평에서 왔다고 하면 ‘잣’으로 유명한 곳이죠? 라며 반문과 반색이 일쑤다.
가평군의 산업구조만 봐도 왜 ‘잣’ 하면 가평인지 알 수 있다. 가평은 농업과 관광산업이 양대 근간을 이루고 있고 전체 산림면적의 약 30%가 잣나무로 조림되어 있다. 또한 군 전체 가구의 약 24%가 농가이며 대부분 잣을 재배하는 등 잣과의 관계가 그 어떤 작물보다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혜택을 그저 놓칠세라 쉼 없이 걷고 뛰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가평축령산영농조합(대표 이수근)이다.
이 조합은 2000년에 7농가가 출범하면서 현재는 34명의 조합원이 1인당 연간 80가마를 생산, 연매출 14억에 이른다. 또한 경기도유림과 1,000ha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판로 역시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쇼핑, 전자상거래, 직거래 등 대형 유통망이 구축되어 있다.
김용기 가평군 농업과장에 따르면 “가평군이 잣의 고장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환경의 혜택뿐 아니라 조합의 꾸준한 홍보와 철저한 품질 가공 등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평축령산잣영농조합은 매스컴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조합이다. 해마다 국내 주요 방송과 언론에서 보도되며 가평 잣 대부분을 홍보하고 있어 그 비중도 상당하다.
지리적표시제 등록!
가평 잣은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됐다. 지리적 표시제도는 보성 녹차 등과 같이 특정지역의 우수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지역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가평 잣의 명성과 품질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수근 대표는 “가평잣의 명성과 품질을 보호함과 동시에 생산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우리 조합원들의 노고에 정당한 대가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지리적표시제도 등록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11일부터 12일, 양일간 첫 해를 맞이하는 ‘2010 가평잣축제’에는 빗 속을 뚫고 찾아온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가평잣협회의 주최로 진행됐다. 잣과 어우러진 가평의 문화, 잣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전시와 먹을거리 등을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잣의 멋과 맛을 선사했다.
세계적인 ‘잣’을 유통시키는 가평군산림조합
가평군산림조합(조합장 임오영)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가평의 고품질 잣 생산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임산물을 적극 홍보, 판매해 주고 있다.
가평 잣의 상품성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산림조합은 지난달 1일 가평 잣 산지종합유통센터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국비와 지방비 3억 6,600만원을 지원받고 산림조합이 1억 4,400만원을 보태 모두 4억 8, 300만원을 들여 건립한 것. 지난 3월 착공을 시작으로 준공된 산지종합유통센터는 5천 307㎡에 50㎡ 규모의 판매장, 264㎡의 저온저장고, 탈곡 및 건조시설 등을 갖췄다.
임오영 가평군산림조합장은 “산지종합유통센터가 준공되면서 임산물의 상품성 향상과 판매 신장을 통해 생산자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명품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잣 수집과 가공, 판매 등의 유통시스템 구축으로 출하량 수급조절이 용이해지며 가격 안정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잣생산부터 목재유통까지
전국에서 잣생산만큼은 으뜸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산림조합의 추진방향은 우선 최고품질의 잣 생산과 가공, 유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가평지역의 잣나무 묘목은 산림청에서 권장하는 잣나무 표준재배 지침에 따라 실생묘에 의한 번식 방법과 접목묘에 의한 번식방법으로 고품질 묘목을 양성하고 있다.
“잣은 인위적인 생산이 불가능해서 매년 동일한 양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번에 3년 간 판매할 양을 모두 수매, 가공하여 조합원들의 경제적 고충에도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전량수매를 통해 흉작대비의 물량 확보에 대비하고 있지만, 가평 잣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물량 부족이 대부분이다.
한편, 산림조합은 잣나무를 활용해 원목가공 등으로 산주의 소득증대를 이루고 임업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사각정자, 육각정자, 팔각정자 등의 원두막류와 목조주택 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고 그 사업의 범위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김용기 가평군 농업과장은 “가평군산림조합이 전통 방식의 잣 가공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기업 및 대형유통회사와의 상품 개발과 판로확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평의 든든한 버팀목, 산림조합의 향방에 큰 응원을 보낸다.
후계농업인 양성은 시급
잣나무는 5월에 한 나무에서 암·수 꽃이 피어 이듬해 8월 열매가 익는다. 대개 9월에서 12월 사이에 수확한다. 그러나 그 수확이 쉽지가 않다. 20~30ｍ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서 잣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잣을 따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합니다. 나무 꼭대기까지 사람이 직접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기계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아요. 헬리콥터 등 다양한 시험을 해봤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잣 재배농가들의 고충을 통해 잣이 다소 비싼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심각해지는 것은 잣 농가들이 이런 작업 위험보다 앞으로의 후계농업인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잣 종사자들의 연령층도 40대에서 50대 중반에 이르고 있어 적극적인 후계자양성이 필요하다.
이에 김용기 가평군 과장은 “가평을 대표하는 잣 농업을 이끌어갈 후계농업인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잣의 소득창출 요인을 높이고 위험요소들을 조속히 제거해 나가 후계농업인들의 양육에 앞장 서겠다”며 밝혔다.
농업 전반에 걸친 후계자 양성은 이제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다 풍성한 지원사업으로 우리 고유의 잣을 지키며 이끌어나갈 잣 전문 농업인들이 점차 증가되길 기대한다.
잣의 은은한 멋을 풍기는 아름다운 고장, 가평군은 오늘도 잣 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조회 : 3,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