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잔잔한 혁명이 시작되는 곳 충남. 한창 대백제전으로 들뜬 공주시내를 벗어나 계룡산의 정기를 받고 있는 친환경 유기 과수 농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곳에는 한창 땀흘리며 과일을 선별하는 모자(母子)가 있었다.
계룡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곳
계룡산으로 둘러싸인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는 온통 황금빛 물결(벼)로 넘실거린다. 그 황금빛 물결이 펼쳐진 중심에 사과나무와 배나무가 촘촘히 서있는 특이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10,000㎡에서 17년 째 묵묵히 친환경 과일을 재배하고 있는 상보안농원(대표 최낙천)이다. 지역적 판로의 단점을 오직 맛과 가격으로 승부하여 매년 수확 전량을 소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철저한 품질 선별과 함께 친환경유기농 재배를 통해 맛과 영양, 당도에서도 으뜸이라고 소문이 났다.
상보안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낙천대표와 최영희사모는 귀농 1세대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좀 더 가치있는 일을 찾던 중에 귀농을 시작했다. 귀농과 동시에 오로지 먹는 것은 사람에게도 좋아야 한다며 친환경 농사를 시작한 것.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유익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특히 누군가에게 좋은 과일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영희 씨는 최근 기후의 영향에 따라 과일값이 폭등했지만 고객들의 신뢰 유지 때문에 7년 전의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한방영양제, 발효액비를 시비하며 과실의 건강과 맛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귀농 2세대의 결심최근 농가의 일손 부족이 매우 심화되고 있다. 상보안농원도 인력난만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다. 이에 인근 지역을 순회하며 인력난을 해결하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주문량이 많은 수확철의 인력난이 우리 농원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최씨 부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지역 공무원들과 학생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꾸준히 함께할 인력이 간절했다. 그러던 와중, 큰 아들 최숙종(34세) 씨가 2년 전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었던 바텐더의 직업 전선에 뛰어든지 7년 만에 부모님의 어려운 사정으로 농업인후계자의 길을 결심했다. 그러나 귀농 후 몇 개월은 몸살을 앓았다. 해 뜨면 시작되는 일과 해 지면 끝나는 농사일의 과중(?) 업무 때문이라는 것.
“사실 불만이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일을 고되게 하시는지. 비오는 날을 제외하면 쉬는 날이라곤 하루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몇 개월 지나보니 부모님을 비롯해 농업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그는 얻은 것도 많다고 한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 달고 살았던 비염과 감기 등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는 것, 밤낮이 바뀐 생활에서 아침형 인간으로의 전환은 건강에 크게 유익 되었다는 것, 게다가 아들로서 부모님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상보안농원의 특징은 일찍이 교육농장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연계해 자연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보안농원의 가장 큰 자부심은 욕심이 없다는 것. 친환경유기농으로 재배하면 값이 비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재비가 들어가지 않아 더욱 저렴하게 팔 수 있다고 즐거워하는 최영희 씨. 그녀의 욕심 없고 따뜻한 마음에 절로 고객이 될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며, 그로 인해 기쁨을 얻는다는 상보안농원의 최씨부부와 그의 아들 숙종 씨의 행보가 앞으로도 가히 주목된다.
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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