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의 생활을 뒤로 하고 농촌으로 향하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 연령대마저도 점차 젊어지는 추세다. 귀농인구는 이처럼 매년 늘어나면서 농업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로워지고 있다. 농촌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섣부른 귀농은 오히려 악재를 낳기도 한다. 이에 철저한 교육과 실습을 통해 간절히 바라던 귀농을 이루고 있는 이민수씨는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새로운 삶을 맞이한 그에게, 귀농은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을지 찾아가 본다.
귀농, 그것은 생활이다
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시에 땅을 임대해 본격적으로 귀농에 돌입한 이민수씨는 논농사와 밭농사(각 7,600㎡)를 하고 있는 귀농 1년차 새내기다. 아직 많은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은 탓인지 열정과 패기만큼은 넘쳐나 보인다. 귀농 1년여 전부터 전국귀농운동본부 생태귀농학교를 이수한 그는 소농학교도 1기생으로 졸업하면서 귀농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농사의 철학은 생태귀농학교를 통해, 실질적인 체험은 소농학교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다는 이 씨는 귀농운동본부에 크게 고마워 한다.
농사꾼마저도 농사는 힘들다고 하는 게 농사라고 했던가. 꾼이 힘들다면 귀농 새내기인 이민수씨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에 ‘귀농에 꼭 성공하길 바란다’라는 기자의 말에 “귀농을 성공하려는 것보다 생활하려고 내려왔다”고 당차게 말하는 이 씨에게 많은 귀감을 얻는다.
그렇다. 귀농은 정착하기 내려온 것이다. 귀농은 단기적 성과를 이루고 훌훌 털어버릴게 아니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붙들고 살아야하는 생활이다. 이에 진정 농촌에서 살기 위해 내려왔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이 씨에게도 귀농에 대한 어려움은 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살다가 온 초짜 농부가 진짜(?) 농민들과 버무려지기에는 아직은 버겁기만 하다. 이 씨는 지역민들의 텃세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자유로운 도시 생활과는 다르게 이웃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충고한다.
“귀농을 시작하면서 절대 땅을 사놓지는 마세요. 처음 귀농하시는 분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도 염두해 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덜컥 땅을 사두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지리적 여건일지라도 쉽게 옮길 수가 없습니다.”
현재 선도농가들에게 힘입어 농사를 짓고 있는 이 씨는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선도 농가들에게 너무 의지하려 하지 마라”라고 덧붙인다. 또 자립적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공동농사는 마음의 휴식처
마음 같아서는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한 걸음에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술적으로 서툰 초보 농사꾼에게는 그것이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겪은 여러 시행착오는 이 씨를 한층 농사꾼으로 다가서게 만들었다. 특히 배추에 대한 연작장해 피해는 농사의 기본이 땅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좋은 교과서였다.
이 씨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귀농을 보다 쉽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공동 농사를 추천한다. 현재 공동 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실패와 성공을 맛보고 있는 이 씨는 귀농 초년생들에게 공동 농사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립을 꿈꾸지만 귀농 초기부터 혼자서 농사를 시작하게 되면 그 만큼 시행착오로 인해 피해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분들에게는 당장의 수확이 없다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씨는 귀농 초기에 논 여덟 가족, 밭 다섯 가족이 공동 농사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논 다섯 가족, 밭 세 가족이 공동 농사를 짓고 있다. 물론 수확량 감소와 때론 마음이 맞지 않아서 트러블이 생길 때도 있지만 공동 농사를 이루다보면 두터운 우정을 쌓게돼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이 더 크다고 한다. 이렇게 좌충우돌 귀농일기를 써내려가는 이민수씨 가족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귀농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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