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의 4대강 16개보 중 누리꾼들에게 최고의 명품보로 꼽힌 한강 수계 이포보(梨浦洑)에 백로가 날아 올랐다. (‘4대강 새물결맞이 행사’ 이명박 대통령 참석 10. 22.) 여주의 상징인 백로와 알을 형상화하여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 환경, 경제의 흐름을 창조해 나가는 새물결”의 결의를 드러냈다. 그렇게 4대강은 한 땀 한 땀 다시 태어나 일상의 강변으로 생명의 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나는 4대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을 여타의 공간(수변 생태공원, 산책로, 야구장, 축구장, 수상레저 스포츠 윈드서핑, 카약 카누 등) 중 백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1,692㎞ 조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니, 정말 멋진 발상이 아닌가! 페달을 밟으며 강을 따라 질주하는 자전거 라이더의 강인함이, 방방곡곡 삶의 터전에서 확인할 국토애가 또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친환경의 지존 자전거를 동반한 삶의 질은 분명 농도가 다르리라.
우선 남양주와 양평 사이의 27km 구간을 찾았다. 종전의 중앙선 폐철로는 따로 같이 이어지면서 인도와 자전거길로 탈바꿈했다. 봉안터널을 지나, 간이역 능내역은 철도전시관으로 돌아와 추억을 선물한다. 코스모스와 주변 야생화가 어울린 길 위 은발 노신사의 은륜(銀輪)은 정겨웠다. 잠시 쉼터에서 바라본 강변풍경은 한 폭 동양화다.
금모래톱 감돌아 유장하게 흐르는…늦봄날 다시 배꽃은 흐드러지게 피고〔梨浦-명칭유래〕
길의 소통과 교류도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 너와 나 사이 가로막은 벽을 허물리라.
다산 정약용(1762~1836) 유적지(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747. 안내 031-590-2481)를 찾았다. 다산문화관을 거쳐 기념관, 생가 여유당, 다산의 묘를 참배하면서 다산을 반추한다. 18세기 최대의 실학자.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개혁가. 시대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방향을 제시한 선각자이다. 18년간의 강진 귀양살이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연찬의 결과물인 500여 권의 저서가 그의 위상을 웅변한다. 다산 문화의 거리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은 오늘 우리를 이끄는 등불이다.
조선 4대 세종(1418~ 1450)과 왕비 소헌왕후를 모신 합장릉인 영릉(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산83-1)엔 가을이 깊었다. 푸르른 솔에 걸린 홍엽 단풍은 노송림의 엄숙함을 흔드는 파격이다. 절정의 가을이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 성역에 들어섰다. 봉분 둘레를 둘러막은 낮은 담장(곡담)은 남쪽만 터놓아 느낌이 아늑하다. 문인석과 무인석의 호위를 받으며 대왕 세종은 5백년을 뛰어넘어 소탈함으로 다가왔다. 무덤 아래 정자각과 비각도 조촐하다. 허세도 작위도 전혀 없는 맹물 같은 담담(淡淡)이 감도는 공간은 너무도 평온하다. 다시 인간의 영역이고, 세종은 끔찍이 인간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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