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여름이다. 길고 긴 설국(雪國)을 통과한 홋카이도의 햇빛과 공기는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 맑았다. 고호의 해바라기는 홋카이도의 들판에 가득 피었고 콩이며 옥수수로 푸른 전원과 빽빽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은 생명력으로 넘쳤다. 
홋카이도는 남한 면적만한 땅덩이에 달랑 550만여 명의 주민이라 그 쾌적함을 당장 느낄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곡창지에서 생산되는 쌀, 감자, 옥수수, 콩, 사탕무는 일본의 주 식량자원이며 동부지역은 낙농업과 유제품을, 눈 속에 파묻히는 긴 겨울동안 내려쌓이는 눈 또한 천혜의 관광자원이니 홋카이도 개척사(메이지유신 1868년 이후)를 논할 만도 하다. 본토에서 홋카이도를 개척할 때 북극성을 방향삼아 개척했다하여 홋카이도의 상징물은 별, 북극성이다. 
시라오이의 ‘아이누 민족박물관’의 전시물에서 원주민 아이누족의 생활상과 문화를, 언어와 전통을 복원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을 보았다. 사웅치세(앞집)에서 시연한 아이누 전통춤과 민요는 잠깐이지만 따스한 정이 묻어난다. 전통가옥 들보에 매단 연어( 자연산 훈제)가 이채롭다. 옛 아이누족의 겨울철 주식이란다. 유황온천지인 노보리벳츠의 지옥곡은 지층에서 내품는 열기.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금방이라도 빨간도깨비 파란도깨비가 튀어 나올 형세다. 곳곳의 간헐천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타루에 도착했다. 길이 1.4㎞ 폭 40ｍ의 운하가 아름답다. 좁은 육지라 바다를 막아 만든 운하와 화물을 부리기 위한 창고로 지은 그 당시의 석조 건물이 지금은 찰떡궁합이 되어 관광객을 부른다. 가스등이 켜지는 오타루 운하와 화물창고에서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로 거듭난…. 오타루의 거리는 오밀조밀했다. 유리공예품 박물관과 오르골전시관 크고 작은 상점에서는 아이스크림, 쵸콜릿, 일본 과자, 등 독특하면서도 분명한 특산품으로 가득 넘쳤다. 작고 분명한 일본만의 장인정신을 느꼈다. 
거리의 하얀 유리종이 자릉자릉 흔들린다. 투명한 울림이 맑고 청명한 여름 하늘로 퍼진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거쳤다. 빨간 벽돌로 지은 고풍스런 건물 안에 맥주에 대한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지만 그들의 번성기와 망국의 대한제국이 오버랩 되는 바람에 솔직히 집중도가 떨어졌다. 오오도리 공원의 맥주축제가 열린 야외카페는 볼만했다. 오후 퇴근시간에 몰린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다. 한 잔의 생맥주에서 느껴지는 활기와 자유로움이 좋았다. 아름다운 정원과 유럽풍 분수와 조각들로 꾸며진 오오도리 공원은 이들의 오아시스였다.
   
가까운 나라 일본 홋카이도의 자연과 문화와 그 속의 사람은 청결하고 따뜻했다. 겨울철 6ｍ씩이나 내리는 폭설과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화산과 지진의 거대한 자연재해를 최대한 다스리고 이용하는 슬기로움에 감탄한다. 역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