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의 최종 목표는 바로 유기농업이다. 유럽과 환경적인 요건이
 다른 국내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충남 천안시 풍세면에서 만난 전명수 씨와 박상진 씨는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 보다 행복한과 즐거움으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다.



▲[사진] 전명수씨

보람을 느껴 유기농업이 즐겁다 - 전명수 씨
지난 6월 8일 성무용 천안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 및 농업관련 기관·단체 대표,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에서 ‘2009 친환경쌀 우렁이 방사식’이 있었다. 20kg의 우렁이 방사식이 진행된 남관3리는 1999년부터 오리, 우렁이, 종이멀칭 등을 이용한 친환경 쌀 생산을 실천해왔으며, 올해도 36농가, 34ha에서 우렁이농법을 이용해 친환경쌀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현재 남관3리는 3개의 친환경쌀 작목회가 있는데, 이번 방사식이 이뤄진 남관 친환경쌀 작목회(16농가, 30ha)는 올해 회원농가 전체가 친환경쌀을 생산하면서, 드디어 친환경인증면적의 집단화를 이뤄냈다.
“제가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친환경농업을 직접 실천하면서 마을 주민들을 독려한지 9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우리 마을은 전체 쌀 생산농가가 친환경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소비자 신뢰를 위해 친환경농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증농가의 집단화라 생각라고 독려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어려운 가운데 관행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준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1979년부터 30년 넘게 마을 이장을 연임해온 전명수 씨는 작목반의 친환경인증면적 집단화를 이루게 되어 감격스럽다면서 인근 축산농가까지 친환경축산으로 전환시켜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유기농쌀 83,000원/40kg 수매
7년전부터 오리농법으로 친환경쌀을 재배해온 전 씨는 조류독감 때문에 2년전 우렁이농법으로 전환했다. 전 씨는 우렁이농법이 오리농법보다 관리가 수월하고, 제초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우렁이농법의 경우 논을 평탄하게 만드는 정지작업이 중요하다는 전 씨는 이 작업만 잘 돼도 논에 들어갈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논뚝의 제초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전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예초기를 매고 마을 전체의 논뚝 제초에 앞장선다. 피곤하고 힘들들기 보다 ‘운동삼아 즐기며 한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보여준 전 씨의 모습에서 유기농사꾼은 일반 농업인과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재 전 씨는 모내기 3~4일 전 우렁이를 4kg/66㎡ 방사하고 있으며, 생산된 유기농 쌀은 전량 천안농협으로 수매된다. 지난 해 수매가는 유기농 쌀이 83,000원/40kg, 무농약 쌀이 70,000원/40kg으로 관행에 비해 고가로 수매됐다.

지역 어린이들 친환경급식에 큰 보람
“저도 시작은 관행농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농약의 위험함을 느끼게 됐고 손주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쌀을 먹여야겠다고 결심한 뒤 친환경농업을 실천했습니다. 2006년 유기농인증을 받은 뒤 지금까지 유기농쌀을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시가 친환경학교급식 지원을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쌀 전량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제공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유기농업을 하다보면 손이 더 가니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지역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해 집니다. 그게 제 유기농업의 비결이죠.”
안전하고 건강한 쌀을 생산하겠다는 신념을 계기로 친환경쌀 생산에 임한 전 씨는 지난 2006년 천안친환경쌀생산자연합회를 조직하고 2007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천안시 친환경학교급식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왔다. 지역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쌀을 급식으로 제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힌 전 씨는 친환경쌀 재배면적이 부족해 중·고교 및 특수학교에 납품되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고 전한다. 그러나 시는 물론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친환경쌀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전 학교에 친환경쌀을 이용한 학교급식이 실현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사진] 박성진씨

함께 생활하는 배나무 위해 유기농업 실천 - 박상진 씨
천안시 풍세면 미죽리에 위치한 토물농장의 농장주인 박상진 씨는 13,223m²에서 유기농배를 생산하고 있다. 전환기유기농단계인 박 씨는 유기농인증이 늦었을 뿐이지 5년 전부터 동일한 농법으로 유기농업을 실천해왔다. 사실 전국적으로 과수중에서도 배는 유기농업을 실현하기 어려운 과종에 속한다.
“요즘 시골에 젊은 농사꾼은 보기 힘들죠. 제가 젊은 나이에 속하니까요. 하지만 전 어렸을때 부터 농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마 농사꾼이 천직인가봐요.”
농사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어려서부터 농부의 꿈을 키워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 씨에게 친환경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묻자 ‘양심에 거리낌 없는 당당한 농사를 짓기 때문’이란 답변이 바로 나왔다. 그만큼 유기농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재 토물농장의 유기농배는 7.5kg 기준 13~16과가 28,500원, 대과에 속하는 10~12과가 3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50팩에 25,000원인 생강을 첨가한 유기농배즙도 무척 인기가 높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유기농업 실천
무경운을 실행중인 토물농장은 무제초 대신 여름과 배 수확시기 바로 전 연 2회 직접 벌초한다. 이는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에서 얻어진 성과이다. 농장에 가득한 잡초를 벌초하게 되면 유기물이 풍부한 거름으로 재탄생된다. 그래서 여름에 잡초의 씨가 맺힐 정도가 돼야 벌초에 임한다. 유기물이 가장 많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벌초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잡초가 태양을 막아 토양이 햇빛을 못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토양관리에 힘쓰는 김 씨는 일부러 호밀도 심는다. 뿌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수에 철저히 힘쓰고 있으며, 하루에 3~4시간씩 정기적인 점적관수를 실시하고 있다. 물이 많은 마을이지만 박 씨의 농장에는 물이 가물어 직접 물을 나르는 것도 박 씨의 일과 중 하나이다.
또한 천안시에서 유기배를 먼저 시작한 선배인 김근호 씨가 직접 제조한 유황합제와 천매황으로 병해충예방에 힘쓰고 있다. 박 씨에 다르면 수년간 검증된 김 씨의 천매황은 저렴한 비용으로 병충해 예방이 가능해 나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가 좋다는 것. 아울러 박 씨는 봉지를 씌우기 전 배 꼭지에 끼우는 스폰지 필터를 사용하는데 빗물과 벌레방지에 큰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역시 유기농업인 답게 박 씨는 영농비 절감에도 애쓰고 있다. 현재 배우자인 임정숙 씨와 농장관리를 도맡아 인건비를 줄이고, 1년에 유황합제 541ℓ(약 30말), 천매황 360ℓ(약 20말)을 사용하는 것 외에 배봉지와 포장박스 구입비용이 영농비용의 전부다. 이는 재배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로 영농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친환경농자재 구입비용을 확연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배우자와 배나무에게 미안하다
그 어렵다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박 씨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함께 고생해온 배우자와 배나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제 배우자는 저와 결혼하기 전까지 농업에 ‘農’자도 몰랐던 사람입니다. 저만 믿고 농사를 시작했는데 늘 고생만 하면서도 저를 위해 힘는 내색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마 아내가 아니었으면 유기농업을 계속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또한 제 손으로 직접 심은 15년생 배나무들을 피붙이처럼 느끼고 있어서인지 충해나 병해를 입을 때면 제가 방제를 못한 탓인것 같아 억장이 무너지곤 합니다.”
배나무가 아파할 때마다 가장 적절한 방제법에 목말라했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참아주는 배우자에겐 미안함 뿐이라는 박 씨는 자신에게 있어 배우자 임 씨와 배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며 애절한 마음을 호소하는 한편 이들을 위해서라도 유기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에게 좀 더 건강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전명수 씨와 자신의 가족과 또 다른 가족인 배나무를 위해서도 유기농업의 실천을 고수하는 박상진 씨의 모습에서 천안의 친환경유기농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사진] 전명수(中) 씨 유기농쌀 재배 현장을 찾은 농축산과 전대규 친환경농업팀장(右)과 정은숙 담당(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