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대단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들이지만 이번 태풍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한다. 불과 한 두시간만에 떨어진 배가 달린 배보다 많아진 것이다. 명품 중의 명품배로 유명한 전주시 원동의 과수원은 볼라벤으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희망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전주배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다.

명품 중의 명품 배
전주배는 전주를 대표하는 5대 농특산물의 하나로 200여 농가에서 연간 5,000여 톤이 생산되고 있다. 전주지역은 밤과 낮의 기온 및 습도차가 크고 최적의 강우량으로 과일생산에 더 없이 좋은 기후로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특히 13명으로 이루어진 전주배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13명 모두 친환경인증과 GAP인증을 획득해 대만 등으로 배를 수출하고 있다.
“25살 때부터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전주시 원동 지역은 원래 복숭아로 유명한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작목 개발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배로 전환을 시작했고, 이제는 명품배로 유명한 전주배의 주산지입니다. 친환경농업이 잘 알려지지 않은 1991년부터 이 지역 농민들은 교육을 받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우리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친환경농업이다’ 생각하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주배 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최동호 회장은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환경농업이 힘들고 어렵지만 최 회장은 쌀겨와 깻묵+미생물을 이용한 퇴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토착미생물 등의 사용이 친환경토양관리의 비법이라고 말한다.

<배 친환경 재배력>
1월: 전지전정- 최대한 재식거리를 확보하고 결과지를 적게 두어 햇빛과 공기 유통이 잘되게 해 배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최적의 조건을 맞춰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
2~3월: 퇴비와 밑거름-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정을 의뢰해 부족한 영양분만을 살포하는 것이 중요.
4월: 병충해 방제- 페로몬 트랩, 해충 포집기 등을 사용
5월: 배 솎기, 봉지 씌우기 등 작업
7~8월: 병해충 방제-친환경자재 등을 활용해 병해충의 밀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
9~10월: 수확
11~12: 출하 및 나무 정리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
20년 가까이 친환경농업을 실천해 병해충에도 잘 견디는 튼튼한 나무들이었지만 태풍 볼라벤을 이겨내기는 힘들었다. 영농조합법인 대부분 재해보험을 가입했지만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보험회사에서 피해가 85~90%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참담하지요. 특히 흑성병까지 돌아 폐농수준인 농가들도 있습니다. 낙과의 경우 가공용으로 팔수도 있지만 당도가 들기 전이기 때문에 그것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올해는 그나마 재해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나무가 크게 상해 내년, 내 후년 농사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친환경농업이라는 말이 없었던 시절부터 친환경농업을 먼저 실천해온 열정과 영농조합법인 모두 GAP와 친환경인증을 받을 만큼 높은 기술수준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태풍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도 또한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친환경농업으로 다시 한 번 일어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