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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8-05 10:31
[8월호] 자연이 가득한곳
 글쓴이 : 친환경 (58.♡.189.254)
조회 : 2,377  

휴가에도 유기농이 있다면

자연이란 인간의 삶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포괄하는 것. 아름답고 잔혹하고, 그리고 작은 것에 의해 큰 상처를 받는 것, 자연은 강하면서 또 한편 연약하다.
올 여름 휴가 자연은 또 얼마나 할퀴고 망가질까.
여름휴가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벌써부터 농산촌이 올 여름휴가로 얼마나 훼손이 될까를 걱정하면서 여행에도 유기농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여행은 만남이고 발견이다. 낯선 고장, 낯선 사람, 낯선 문화……. 그 만남의 궁극은 결국 나 자신과의 만남이 아닐까. 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새로운 자아, 그것이 바로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헤르만 헤세 이후 독일 최고의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한스 크루파는 ‘마음의 여행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작가가 여행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사유다. 여행이 그것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1780년 여름. 조선의 선비 연암 박지원의 여행은 어땠을까?
연암은 사촌형을 따라 청나라 황제 고종의 칠순잔치에 가는 사절단과 함께 압록강을 건넌다. 중국으로 가는 여행길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연암은 이 여행길에서 온갖 이질적인 것과 적극적으로 접속한다. 수행원의 감시를 따돌리고 장사치들과 몰래 만나는가 하면, 비밀 지하조직과 접선하듯 팽팽한 긴장 속에서 청의 재야 선비들과 만나 필담을 나누기도 한다. 공식 사절단이 아닌 그는 끊임없이 대열에서 이탈해 금기를 건드리고 낯선 문화의 심층을 탐색한다. 여행 후 연암은 여행기 ‘열하일기’를 썼다. 파노라마적 관광도 아니고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도 아닌 머묾과 떠남에 자유로웠던 ‘유목’이었던 것.
연암이 여행기에서 만나는 대상은 단순히 풍경에 머물지 않았다. 중국인의 눈을 통해 조선의 문화나 풍속을 바라봄으로써 도포, 갓과 띠가 당시 중국의 승복과 흡사했던 점으로 미루어 조선의 의관이 신라의 것을 따른 것이 많았고 불교를 숭상했던 신라는 중국 승복을 본뜬 까닭에 100년이 지난 당시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유교사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던 조선의 유학자들이 정작 패션은 1000년 전 불교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 이처럼 연암에게 여행은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연암과 떠나는 사유와 탐색의 여행은 바로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기도 하다.
62세 프랑스인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2,000㎞를 걸어서 횡단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고행’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나는 걷는다’의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4년에 걸쳐 유럽에서 아시아 동쪽 끝까지 연결하는 가늘고 질긴 실처럼, 실크로드라는 역사적 길을 순례한다.
안락한 노년기를 보내는 것을 거부한 채 500여년의 역사가 응축된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사람과 삶,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벅찬 일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올 때 진지한 깨달음이 있다면 완벽한 유기농 휴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발행인 이영자 yjag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