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석탄덩어리 형태의 건물외형과 갱도 모양의 입구가 범상치 않다. 1995년 국내최초로 개관한 보령석탄박물관이다.(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114-4) 먼저 실내 전시관에서 석탄의 생성과정, 굴진, 채탄, 운반, 이용과정 등의 각종장비를 둘러보았다. 수갱엘리베이터 체험은 수직갱에서 사용하는 승강기(케이지)를 재현하여 실제 갱도 400ｍ까지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체험인데 실제 운행시간은 약 60초며 램프의 순차적인 점등방법과 흔들림, 음향, 공기의 흐름 등의 특수효과로 굉음속 낙하라는 아찔한 실감을 준다. 재미있다. 충남(보령)탄전은 1962년부터 본격적으로 채탄하다가 1990년 폐광되기까지 근대산업의 전초지였다. 폐광의 냉풍을 이용한 냉풍터널 시설 벽면에는 당시의 탄광촌 생활상을 담은 사진을 걸었다. 빛바랜 사진 속 고단한 풍경이 짠하게 와 닿는다. 폭풍 공감이다. 탄광에서 사용하던 대형장비는 봄빛 화사한 야외전시장에 전시중이다. 꼬마연탄공장(연탄 만들기 체험장)에서는 연탄 도구를 두드리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이 막 찍어낸 연탄빛이다. 직접 만든 미니연탄을 투명용기에 담아준다.

이웃한 개화예술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18만㎡ 규모의 체험테마공원 내 모산조형미술관, 세계최대 조각공원, 화인음악당, 허브 랜드에는 과연 탐방객이 많았다. 입구에서부터 크고 정교한 삼국지 관련 조각상을 비롯하여 주황색 지붕의 2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미술관은 아담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반겼다. 마침 ‘한국화 봄나들이전’(호암 김태완)에서 노랑 병아리 떼를 몰고 나온 활짝 핀 개나리꽃덤불을 만났다. 비로소 활짝 핀 봄에 안기는 순간! 오늘의 체험공방과 예쁜 카페를 가볍게 둘러본다. 허브비누와 앙증맞은 나무곤충이 눈길을 끈다. 현존 시인들의 시를 새긴 육필시 공원과 연못 사이의 산책로를 거쳐 원예곤충체험 학습장 ‘개화허브랜드’에 들어섰다. 입구의 관엽식물과 수생식물 아래쪽 수로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팔뚝보다 큰 비단잉어와 철갑상어. 황금비늘 잉어의 유영이 경쾌하다. 보일 듯 말듯 곳곳에 배치된 조각과 식물군, 곤충류와 양서류들 사이사이 허브를 앞세운 식당, 샾, 찻집, 아이스크림, 와플, 화분,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한 폭의 여유와 휴식을 보여준다. 피노키오가 돌리는 물레방아에서 사방으로 튕기는 물세례도…. 이곳은 천 년 전 도선 국사의 비기가 전하는 차령산맥 마지막 혈이 뭉친 8개의 명당 중 사랑이 맺어지는 모란꽃형 명당지라니 오늘 방문에 방점을 찍다.

마침 제 18회 한춘대전(韓春大典)이 대천실내체육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렸다. 제 2회 한춘문학상 ‘난초사랑 시·수기 공모전’ 시상식도 겸한 한국춘란회만의 문화축제에 기대감도 고조되어 개막식을 지켜본다. ‘난초의 향기가 문학이 됩니다.’ 역시 애란인의 격조가 느껴지는 멘트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곧추세운 꽃대, 꽃과는 대조적으로 짙푸른 청록의 잎새는 저리도 능청맞게 흐드러지나니…. 좋은 난을 가려보는 안목 없음을, 난을 보는 마음에 위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내게 오늘의 잔치는 성찬이다. 조 조막만한 몸피에서 어찌 이리 도도한 아름다움이 만개하는 것인가! 이를 피워낸 인간의 손이 경이롭다. 난을 키우는 그 정성, 그 인내를 감내한 분들에게 무한정 존경의 예를 드린다. 한춘대상에 판교한춘 이완희의 ‘색설수채화(호랑나비)’, 한춘문학상 대상에는 천선필의 ‘삼월의 눈이 내리고’ 작품이 선정됐다.

“ … 속살 비치는 두루마기를 입고

헛기침을 하듯 난향이 번졌어요.

삼월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춘란을 보며, 분명

아버지의 떨린 목소리를 들었어요…

-삼월의 눈이 내리고- “

산과 들과 바다를 품은 문예의 고장 보령에서는 난향과 문향의 어울림도 출중했다.

<월간친환경 201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