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곤명(雲南省의 성도)의 여행주제는 자연과 소수민족이다. 한족 외 55개 중 26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운남성의 곤명과 여강을 밟았다. 높은 고도(1,890ｍ~5,506ｍ)에서 고산증으로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 곳의 자연과 인간에서 받은 감동의 여운이 크다.

곤명은 동남아의 미얀마․라오스 ․ 베트남과 인접지역이라 연중 온화한 기후로 ‘영원한 봄의 도시’ 또는 ‘꽃의 도시’라 불린다. 3억 7,000만년 전 해저지형의 융기로 형성됐다는 대소석림의 규모와 광활함에 놀랐고, 3㎞가 넘는 석회암 동굴 안에 폭포, 종유석, 층층이 연결된 신전계단 형상, 광장이 빼곡 들어찬 구향동굴의 웅대함에 역시 입이 벌어진다.

‘샹그릴라’로 명명한 지역의 송찬림사 소포탈라궁은 달라이 라마의 포탈라궁(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있는 궁전)의 축소판으로 수행 승려가 700여명으로 분위기가 엄정하다.

‘차마고도(茶馬古道)’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 ‘호도협(虎跳峽)’으로 가는 길은 차편으로 이동하여, 협곡까지는 끝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두 명의 가마꾼이 손님을 호객하여 실어나른다. 높이 2,000ｍ의 거대한 협곡 사이로 거세게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마치 맹수가 울부짖듯 날카롭다. 호랑이가 밟고 건너뛰었다는 삼각형의 바위도 계곡 한가운데 있다. 좁고 거친 협곡 사이로 파란 하늘이, 튀는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걸렸다. 건너편 여강쪽으로 남방의 실크로드 차마고도 옛길이 띠처럼 선명하다. 운남성에서 차를 싣고 티베트로 가던 마방들이 걸었다는 그 길이다. 현재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힌단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과 거친 자연의 매력이 발길을 잡는다. 자연의 아우라가 호도협이라면, 인간의 아름다움은 여강(麗江)에서 느꼈다.

해발 2,400m의 고원에 위치한 여강고성은 소수민족 나시족의 삶의 터전이다. 1000년 전 나시족은 운남성 차마고도 경제의 핵심 좌상(坐商)으로 서비스제공, 중개무역상, 가공무역으로 부를 축적한다. 나시족의 왕 목시의 궁전이 자금성과 비교될 정도라 하니…. 천 년 뒤 밟은 고성의 바닥대리석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고풍스런 건물과 함께 화려미의 극치를 짐작케 한다. 검은 기와를 얹은 붉은색 2층 건물이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로 넘치는 수로를 사이에 끼고 끝없이 잇닿아 있다. 푸른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마을은 사방가를 중심으로 사방 4㎞의 규모다. 여강고성의 밤은 조명을 받은 건물추녀가 황금빛을 품어내며 살아나고, 붉은 홍등아래 밀려가는 관광객은 차고 넘쳤다. 이곳의 주인 나시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지혜의 민족으로 ‘동파문’이라는 상형문자를 쓰고 있다. 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역사, 문자까지 등재됐다. 나시족은 조상숭배와 전통문화를 중시하고, 교육을 통해 그들 삶의 방식을 전승하여 소수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히 지켰고, 그 문화로 세계인을 매혹시켰다.

운남성 곤명의 대소석림, 구향동굴 여강의 호도협, 여강고성, 옥룡설산, 원통사, 서산용문, 운남민속촌을 거쳤다. 물론 옥룡설산 해발 5,609m에서 탈이 나긴 했지만 정말 찡하게 마음을 울린 호도협과 여강고성을 만나 행복했다. 자연의 호쾌함에서 삶의 열정을 찾았고, 소수민족 나시족에게서 인간 삶의 아름다운 궤적을 보았다.

영롱한 보석을 내 안에 품은 이 느낌은 남은 계절도 생명력으로 펄떡이게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