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조선희씨의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은 유쾌하면서도 다소 생소한 치료방법을 제시하며 웃음과 해학으로 아픔을 해소한다. 치료방법은 다양한 세러피(Therapy)이다. 예를 들면 직장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와 연인과의 이별에서 온 아픔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인형을 바늘로 찌르는 주술적 행위인 ‘부두키드 세러피’라든지, 쇼핑을 통한 해소법인 ‘리테일 세러피’를 권장하고 있다. 뇌종양으로 고통당하는 딸을 둔 어머니에겐 우울증을 피하기 위한 아침 햇볕 세러피와 종교, 상담 세러피가, 한 번도 가족을 꿈꿔 본적이 없는 자유인 가장에겐 여행과 모험의 세러피가 처방된다.

최근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화 콘텐츠의 치유효과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이를 활용한 가시적 성과가 부쩍 늘고 있다. 2∼3년 사이 새롭게 설립된 예술 관련 치료센터의 수만도 3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 세러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증거다. 단순히 즐기는 문화를 넘어 공감,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성 회복에 대한 요구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에 치여 압박감을 갖고 사는 고단한 삶,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위로나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세러피가 한판의 굿처럼 생활의 처방이 되기도 한다.

아로마 세러피라는 게 있다. 향기 나는 식물을 사용해 치료하는 향기요법이다. 아로마(향기)와 세러피(치료)를 합성한 용어인 아로파 세러피는 질병치료는 물론 피부미용, 심리적 불안정 회복 등에 허브에서 추출한 에션설 오일을 이용한다. 또 플레이 세러피(play therapy)도 있다. 놀이 요법인 이 세러피는 유아에게 많이 적용된다. 인형, 집짓기, 찰흙공작, 크레파스 등으로 놀게 하면 인형의 취급하거나 크레파스 칠하게 되면서 문제 있던 정서적 요인을 자연스레 치료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감정 노동이 이슈화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몸과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 온몸 노동 세러피가 열풍이다. 근육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마음의 갈증을 채우는 이 세러피는 많은 직장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직장인들 가운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 정서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여 텃밭을 갈거나 목공일을 하거나 빵 굽는 일 같은 노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도시문명과 소비문화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허망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나 SNS가 발달할수록 진정한 인간관계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노동 세러피는 손을 쓰고, 흙을 밟고, 몸을 부대끼고, 땀을 흘리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 다시금 인간관계의 본질을 되찾게 하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

일에 대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수입의 절반을 소비하는 데 사용하지만, 일에 대한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 일로 인해 얻어진 것이 얼마나 값진지 알아 함부로 소비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세러피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중의 제일인 노동 세러피(work therapy)로 우리의 영혼을 치유해 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 본다.

발행인 이영자 yjag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