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목문화관(전라남도 나주시 금성관길 15) 앞뜰엔 가을햇살이 찰랑댄다. ‘천년 목사고을 나주’를 호령하던 나주목사 대신 향토애와 자긍심에 부푼 문화해설사의 구성진 안내가 인상적이다. 나주가 983년 나주목이 된 후 1895년까지 전남의 중심지로서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관에는 나주목사행차, 나주읍성과 관아모형 등이 전시됐다.

바로 담장 너머 나주목사의 살림집인 목사 내아(內衙) 금학헌(琴鶴軒)은 지금은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 이곳엔 수령 오백년인 벼락 맞은 팽나무가 있다. 두 쪽으로 갈라진 흔적이 역력하건만 끄떡없이 살아온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누군가 인생풍파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묵묵히 경청하고는 나무의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행운을 안겨준다 한다. 오백년 나이테로 응집된 나무의 역사를 온몸으로 품어내듯 이파리는 실하고 수피(樹皮)는 단단하다.

그제야 조선시대 나주목 관아(官衙,동헌)의 정문인 2층 누각 정수루도 보였고, 정수루를 지나 왼쪽에 위치한 나주목의 객사 금성관으로 발을 옮긴다.

나주시천연염색박물관(나주시 백호로 379)은 고대로부터 비단과 면직물 및 천연염색문화가 발달한 나주의 위상을 말해준다. 천연염료인 쪽 재배의 최적 조건인 영산강 주변의 풍부한 물, 기름진 토양, 일조량을 갖춘 나주는 자연스레 직물과 천연염색문화의 메카로 거듭났다. 박물관의 외관에 색색의 비단 폭을 늘어뜨린 듯한 건축조형이 단번에 건물의 정체성을 말한다. 실내 전시된 작품들도 한 필의 비단을 걷어다 뚝딱 만들어 놓은 양 곱다. 장인의 정성과 예술혼이 녹아든 작품에는 천연염색에서 섬유산업과 패션산업까지 더욱 발전된 나주의 미래가 담겨있다.

남도의 수산물들이 몰려왔던 영산포구 선착장을 출발한 영산강 황포돛배(왕건호)가 회진선착장까지 오고가는 강물길은 평화롭고 유유하다. 유장한 세월 따라 비옥한 나주벌을 적셔준 생명의 젖줄이며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실어 나른 강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강물이 돌아치는

곳에 나주영상테마파크(나주시 공산면 덕음로 450)가 148,7604㎡의 면적에 95동의 건물과 실내세트장이 갖추어진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드라마 ‘주몽’, ‘바람의 나라’, ‘이산’, ‘태왕사신기’ 등 대표적인 사극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제1 성문인 해자성을 거쳐 저자거리와 기와거리를 거쳐 국내성 성루에 오르니 영산강변 다야뜰 10만평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구려인의 출중한 기상이 느껴진다. 긴 호흡으로 올라간 길을 되짚어 나온다. 처음엔 성곽, 성루 등 큰 것만 눈에 들더니 나오는 길에서 비로소 소소한 일상이 눈에 든다. 추녀끝 마루에는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소품들을, 비단가게 점포에는 비단피륙을 진열해 놓았다. 저자거리와 기와거리의 자잘한 도기그릇이 채워진 공방에선 사람냄새가 뭉클하다. 낡고 쇠락한 세트장 건물 옆에 바짝 붙어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백일홍 꽃물도 바랬기는 마찬가지…. 만추(晩秋)의 정경이 애잔하다.

서둘러 제11회 대한민국 농업박람회(10. 18~ 27)가 열리는 전라남도농업기술원으로 이동한다.

나주시내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 걸까? 사람들로 넘친다. 잔디밭 대운동장에 각 시군의 토피어리상징물을 선두로 농특산물전시판매장이 빼곡하니 들어찼다. 행사장 관람순서에 따라 제일 먼저 아열대식물원으로 직행. 다육식물과 화훼식물, 향기식물을 관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농업예술관 등 총 9개의 테마관에서 우리 농업의 현주소와 미래농업을 함께 본다. 특히 농기업관의 신종농기계 및 친환경 농자재에 관심이 많이 간다. 대강당 특별행사장의 호박정원에서는 너무나 친근한 호박의 변신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빛가람 혁신도시로서 힘찬 도약을 하고있는 천년고도 나주시의 웅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