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이 비교적 짧지만 노화속도가 다른 작물에 매우 빠른 작물이다. 그래서 마음처럼 재배 관리가 원활하진 않다. 게으른 자에게는 결실을 주지 않는다는 오이에 당당히 무농약 재배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충북 진천군에서 유일하게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는 류덕현·전효재 씨 부부가 그 주인공. 일 년 내내 오이에 눈을 떼지 않는 류 씨 부부의 농장을 찾았다.

1년 3기작 재배 성공

충북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에서 5년 째 무농약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류덕현 씨. 농업고등학교를 졸업 후 줄곧 벼 재배만 일삼아온 류 씨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무농약으로 재배하던 논 일부를 개간해 하우스(11동, 6,600㎡)를 세워 오이 재배에 나선 것이다. 재배 2년차부터 연 1억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재배 첫 해에는 그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벼와 비교하면 오이는 재배가 무척 까다로워요. 하루 종일 오이에 붙어 있지 않으면 금새 시들고 병들고 난리도 아니에요. 매우 정밀한 작업이지요. 늦은 감은 있지만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길 잘했어요. 수익도 괜찮고요.”

류 씨는 무농약 재배임에도 이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 년 열두 달 오이와 씨름했기 때문이다. 오이는 보통 2기작으로 끝내지만 류 씨는 1기작을 더해 3기작을 이어가고 있다. 류 씨는 1월 중순 최초 정식하여 6월 초와 8월 중순에 각각 정식에 들어간다. 1, 3기작 품종은 백다다기, 2기작은 추청. 이렇게 3기작을 돌리면 1년 내내 쉴 틈도 없다. 아내 둘이서 재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고.

평생을 농업이라는 한 우울 파온 류덕현 씨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농부이자 마을 이장이기도 하다. 류 씨는 지난 2011년 충북도 농촌지도자 대회 및 대상 시상식에서 진천군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일찍부터 친환경농법에 도전한 그는 생거진천특수미작목반을 결성해 양질의 친환경쌀 생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이에 머물지 않고 진천군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오이재배에 도전하며 친환경농업의 가문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이는 환경 관리가 중요

오이는 온도, 습도, 일조량 등 지상부 환경조건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정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병해충으로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낮에는 햇빛이 충분히 하우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하우스 내부는 25~26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무농약 오이의 민감도는 훨씬 심하다.

취재 당일도 하우스 안에는 환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흐린 날씨 탓인지 내부 습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류 씨는 “밤 기온도 철저해야 해요. 최저기온은 13~14℃에 맞추고 지온은 17~18℃ 이하가 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해요”라며 온·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이는 온·습도 관리를 정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쟃빛곰팡이나 흰가루, 온실가루이, 노균병 등 발생이 쉬워지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병징은 대체로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될 때 크게 발병한다. 류 씨가 여전히 고전 중인 병은 노균병이다. 노균병은 잎이 젖어있거나 95% 이상의 고습도에서 발병한다. 하우스의 경우 이중, 삼중의 비닐 피복에 의해 실내습도가 높아지고 투광량이 부족해지면서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류 씨는 노균병 억제를 위해 보다 철저하게 하우스를 관리한다. 그러나 무농약 재배에서 이를 방제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덧붙인다.

“친환경 재배이다 보니 수확 기간이 오래가진 못해요. 그래서 노균병에 대해 약해질 때즈음에 2기작 준비에 돌입하는 거죠. 그러면 노균병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새로운 작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친환경 오이는 관행보다는 수확량은 적다. 하우스 6동 가진 사람이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데 반해 11동에서 3기작을 해야 겨우 1억 5~6,00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류 씨는 만족하며 수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친환경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저 같은 경우는 수입개방이 되면 친환경농업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그 때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로 하루하루 재배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 하잖아요. 생산자든 소비자든 친환경 재배야말로 핵심이지 않겠어요?”

류 씨는 “친환경농업에 희망을 갖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관행농업을 하라”고 덧붙였다.

재배 환경도 꼼꼼한 투자

진천군은 남부 지역보다 오이 생산이 열악한 편이다. 남부 지역보다 날씨가 훨씬 추워서 유류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 씨는 지열을 위해 지난해 펠릿보일러를 사들였다. 환경을 살리는데다 경영비까지 절약할 수 있어서 그는 과감하게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11동의 하우스 좌측면은 방충망을 설치했다. 내부 환기시 날아드는 병충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 뿐만 아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하우스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온냉풍 시스템도 갖췄다. 친환경 오이 재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매년 친환경농업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친환경에 발을 디딘 만큼 더 나은 재배를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농약 오이지만 관행만큼이나 튼실한 오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눈으로 먹는다고 하잖아요. 친환경으로 열심히 재배했어도 그만큼 성과가 돌아오질 않을 때는 속도 상했죠. 그러나 자부심과 뿌듯함이죠. 사람이 살면서 인류에 적게나마 공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이겠어요. 저도 미약하지만 그러한 마음으로 친환경 농사 하려고 합니다.”

친환경농업에 한가득 희망을 품고 있는 류 씨의 무농약 오이는 현재 생협과 학교급식, 가락시장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평생 오직 농사로 다져진 류현덕 씨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