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북동쪽에 위치한 양구군. 그 중 작은 산간마을인 동면에서는 파릇파릇한 축제의 열기로 꽃피우고 있다. 5월 16일부터 18일에 걸쳐 열리는 곰취축제 때문이다. 올해도 울릉군 다음으로 작은 이곳에 양구 군민 다섯 배나 되는 관람객이 몰려들 기세다. 양구 산채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무농약 곰취의 매력을 알아본다.

산채의 제왕이 기지개켜는 곳

양구군 동면에 위치한 하우스 곳곳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쪼그려 앉아 곰취 수확에 여념이 없다. 취재 당일에도 어른 손바닥만 한 곰취를 속속 건져 올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어떠한 도구도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수확하고 있다는 것. 곰취 잎사귀 밑으로 새끼손가락 길이만큼의 줄기만 남기고 싹 뚝 잘라 바구니에 담는다. 기계나 칼, 가위 같은 도구로 자르면 되지 않을까 여쭤보니 칼을 대면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곰취가 쇠를 알아보고 이내 시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쪼그려 앉아 수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곰취 가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나 1kg 한 상자에 단돈 1만원이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개수로만 따져봐도 서너 명이 실컷 먹고도 남을 양인데 단돈 1만원이라니. 현재 곰취는 택배비 포함 1kg에 1만 3,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곳 동면에서 곰취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약 100명이다. 전부 친환경(무농약) 재배로만 이뤄진다. 양구곰취작목반 김봉선 회장은 “전국에서 모든 농가가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있는 곳은 양구 뿐”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양구에서 곰취 재배를 시작한 지 어언 30년이 지났다. 산채의 제왕이라 불리는 곰취는 산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야생 산나물이었다. 그러나 자급하기 위해 시작한 곰취재배가 30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작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재배 초창기에는 뿌리를 캐내서 노지에 심어보았지만 생육을 알지 못해 절반이나 죽었다. 화학비료도 쳐보았지만 적절한 재배기술을 알지 못해 수확의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가 기술센터에 시험재배를 의뢰하면서 서서히 재배 여건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곰취가 재배 5년 만에 본격적인 판매가 가능했다.

양구군 최대의 축제로 발돋움

양구가 곰취로 알려진 계기는 단연 곰취축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김 회장은 곰취를 알리기 위해서는 지역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작목반원들을 설득했다. 이후 당시 군수와 기관장들을 모셔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흙돼지를 잡고 작은 곰취 축제를 열었다. 흙돼지를 곰취에 쌈하여 시식을 보여주면서 축제 추진 설명회를 연 것이다. 그 자리에 참여한 군수와 관계자들은 축제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양구곰취축제다. 처음에는 지역축제로 출발했지만 어느덧 입소문을 거치며 명실공이 전국 축제로 발돋움했다.

양구곰취축제는 지난 2009년 약 20만명이라는 방문객을 끌어 모았다. 2만명에 불과한 지역민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후 양구군 최대의 축제로 발돋움한 것은 당연지사.

“양구에 많은 축제가 있지만 곰취축제야말로 양구를 대표하는 축제입니다. 곰취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팔도에서 사람들이 찾아듭니다. 곰취 하나로 이 작은 마을에 많은 분들이 오고가니 저희는 무척 감사할 뿐입니다.”

올해 양구곰취축제는 이달 16일부터 18일까지 동면 팔랑계곡에서 개최한다. 축제에는 곰취수확체험과 곰취로 찐빵·떡 만들기, 곰취 요리교실, 왕곰취 찾기, 흙돼지 바비큐 곰취쌈, 맨손 고기잡기, 노래자랑 등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해발 350m에서 재배하는 무농약 곰취

고추·수박·배추와 함께 하우스 2,000㎡(600평)에서 곰취를 재배하고 있는 김봉선 회장. 그는 7년 전 강원농업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주인공이다. 마을 이장으로도 섬기고 있는 김 회장은 곰취의 품질향상을 위해 매년 작목반 회원들과 철저한 영농준비에 돌입한다.

먼저는 토양 점검이다. 작목반 모든 농가는 토양검정센터에 의뢰해 토양을 검정한다. 이 때 토양에 부족한 부분을 처방해 최상의 토양상태를 유지한다. 퇴비는 직접 키운 소의 우분을 발효시켜 사용한다. 비용뿐만 아니라 매년 고품질 퇴비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또한 물 관리와 하우스 온도 관리 등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회원이 균일한 상품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면 곰취 뿌리 종자를 심어 재배에 돌입한다. 3월에 파종하고 4월부터 6월까지 수확한다. 곰취는 특유의 향을 갖고 있어 자연스레 병충해를 예방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면역이 생긴 탓인지 진딧물과 뿌리를 고사시키는 병이 왕왕 발생한다. 이때는 작목반에서 엄선한 친환경제제를 사용하거나 적절한 수분관리, 그리고 유용미생물을 활용해 극복하고 있다. 작물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다.

양구는 해발이 350m를 넘다보니 일교차가 심하다. 이런 기후 특성으로 향이 강하고 식감이 뛰어난 곰취가 자라난다. 종자도 우수해 해마다 충남 논산 등 전국에서 종자를 분양해 간다.

곰취의 수확의 끝을 알리는 것은 다름 아닌 흰가루병이다. 흰가루병이 보이기 시작하면 회원들은 미련 없이 곰취 수확을 접고 다른 작물에 집중한다. 현재 양구 작목반은 수박을 비롯해 고추, 멜론, 토마토 등 한 두 가지 작물을 겸하여 재배하고 있다.

공동선별, 규격화 등 상품성 제고

양구곰취작목반은 양구농협 연합사업단과 연계해 공동선별장과 세척장, 포장 등으로 품질 개선에도 노력했다. 판로는 곰취축제를 포함한 직거래와 농협에 납품해 매년 전량 판매한다.

사실 양구곰취가 이렇게 알려진 배경에는 인접한 군대의 도움이 컸다. 양구에 있는 2개 사단은 매년 5월이면 어버이날 효도 선물을 보내는 행사가 열린다. 곰취 수확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2개 사단은 병사들에게 양구곰취를 효도선물로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마련했고 곰취작목반은 택배비를 지원해 질 좋은 곰취를 병사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했다.

“곰취는 현재 병사들이 선호하는 효도선물 1호입니다. 우수한 곰취를 전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선물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병사들 가족도 처음에는 아들이 곰취라는 것을 보내왔는데 어떻게 먹는 거냐며 문의 전화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지금까지 고객이 되고 있습니다.”

김봉선 회장은 양구에 있는 다른 대대에도 곰취 홍보를 펼치며 회원들의 판로를 해결해 주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청정 양구를 대표하는 곰취를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양구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산채의 제왕 곰취가 귀환한 모습을 이달 열리는 축제현장에서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