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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9 17:39
[친환경현장] 12년 넘은 유기농 도라지가 자라는 곳, 의령군 용소골 참솔농원을 가다!
 글쓴이 : 친환경 (58.♡.80.182)
조회 : 1,303  

의령군 용덕면 용소리의 참솔농원. 용덕면의 입구에서 강처럼 굽이쳐 흐르는 길을 따라 첩첩 산중의 골짜기로 들어가니, 왼쪽 편 산 비탈에 매화꽃이 만발해 있는 참솔농원이 보인다. 그곳에서 이강율(56), 정윤돌(53) 부부를 만났다.

의령군 용덕면 용소리, 선조들의 터로 귀농

이대표부부는 최근 지역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KBS 다큐 인간극장에 5부작 ‘참솔농원의 봄’이란 제목으로 출연했다. 인터뷰를 했던 당일 아침에도 촬영분이 방영되고 있었다. 물론 실물이 더 멋져 보였다. 참솔농원의 주요 품목은 도라지, 매실, 대봉감 등이다. 또 농장의 산비탈 곳곳에 자연산 취나물과 고사리가 자라고 있어 직거래로 팔고 있으며, 모두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처음부터 부부의 귀농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죽도록 고생했다. 매실을 수확해서 청과시장에 보내면 새벽 3~4시 경에 이대표에게로 전화가 왔다. 그날 청과시장에 납품했던 매실이 한 박스 5,000원 혹은 만원에 팔렸다는 내용이었다. 고생해서 재배한 매실이 헐값에 판 것도 가슴 아픈데, 새벽잠까지 깨니 짜증이 밀려왔다.

“다음부터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귀농을 하기 전 이대표 부부는 마산의 경남도청 앞에서 갈비집을 운영했었다. 한 창 잘 나갈 때 직원이 14명이나 되었다. 그러던 차에 IMF가 불어 닥쳤다. 관공서에서도 회식을 일체 끊었다. 관공서의 분위기도 이러니 근처의 대기업에서도 회식이 있을 리 없었다. 매출이 급감하고 일하던 직원을 4명까지 줄여야 했다. 기약 없이 손해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 때 이대표는 귀농을 택했다. 처음 정씨를 만나 사귈 때에도 이렇게 먼저 말했다고 한다.

“저는 나중에 다시 농사지으러 갈 겁니다.”

참솔농원에 유기농 도라지를 심다.

부부는 정씨의 처가가 있는 용소골로 내려왔다. 원래 이곳에 정씨의 친정 친정아버님이 이미 심어둔 도라지들이 있어 이어 받아 시작한 게 유기농 도라지의 시작이었다.

“당시 친정 아버님이 마산에 살고 계셔서 돌볼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자리가 경사지고 비탈지니 관리를 안 하고 있었고, 그런데 도라지들이 견디더라고요. 산도라지처럼.”

신기했다. 그때 정씨는 희박한 확률이지만 도라지가 산에서도 12년 동안 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기농 도라지를 키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혜의 입지조건을 이용한 유기농

입지조건도 빠질 수 없다. 도라지 재배에는 토질과 배수가 가장 중요한데 참솔농원은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배수가 자연스러웠다. 밭이나 논에다 심으면, 언덕배기 이런 곳은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배수를 깊이 팠다. 물 빠짐이 좋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부의 농장은 용덕면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에 속한다. 첩첩 산중의 골짜기의 다음, 다음 골짜기 넘어 위치해 있다.

“처음엔 왜 이런 좁은 골짜기에 조상님들이 살았을까 원망도 했어요. 그러데 이곳이 워낙 첩첩산중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병충해 유입이 차단 되요. 또 이웃 농약 재배 농가의 영향을 안 받아요. 독립적인 유기농이 가능한 곳이에요. 유기농으로 최적이지요.”

정씨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있었다. 생태적으로 천적 관계가 잘 형성된 곳이었다. 예를 들어 진딧물이 퍼지면 어느새 무당벌레가 나타나 이들을 잡아먹고, 노린재가 나타나면 근처의 사마귀들이 몰려들어 잡아먹는다. 과실수 재배를 위한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비탈의 골짜기다 보니, 옆에서 병충이 옮겨 오는 일도 별로 없다.

유기농 도라지를 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관리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데 인건비도 많이 지출 되요.”

그뿐만 아니었다. 유기농 도라지는 생김새에도 문제가 있었다. 못 생기고 크지도 않고. 방문한 소비자들 중에는 ‘이게 정말 연륜이 느껴지는 약도라지 맞냐’고 묻는 사람이도 있었다. ‘6년, 10년을 키웠는데 왜 꼬라지가 이러냐’고.

작은 고추는 맵다. 오래된 도라지는 작다!

도라지가 6년산 12년산 키우다 보니 정씨가 느끼는 게 있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오히려 더 수축하듯이 오래된 도라지도 오히려 더 작아지는 것이다. 성분들을 농축하고 또 농축하고 땅속에서 오래 견디다 보니 작아진다. 오래 견디는 도라지를 재배하려면 화학비료도, 발효비료, 퇴비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숙성된 퇴비만을 써야 한다.

퇴비를 2~3년 발효시키면 잘 숙성된 퇴비가 만들어 지는데, 참솔농원에선 이런 퇴비들만 주어서 키운다. 영양이 과하면 도라지는 썩기 때문에 퇴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도라지 심을 때, 씨앗 뿌릴 때만 퇴비를 준다. 그리고 풀만 메준다. 하지만 풀메는 게 큰일이다. 일 년에 6차례, 7차례까지 풀메기를 해준다. 1년에 동안. 이러니 9년을 키우려면 이렇게 손이 많이 간다. 이 부분에서 유기농 도라지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가 필요하다.

소통의 신호탄, 블로그

귀농부부에게서 어떻게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일까? 정씨가 정보화 교육을 통해서 블로그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땅만 파서 고생한다고 소문난 이대표 부부를 정정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연구관이 찾아갔다. “그 때 정연구관이 5만원짜리 작부로 남지 말고 블로그를 시작해서 100만원 500만원 사업가가 돼보라고 했어요.” 블로그 시작 1년째, 블로그를 통해서 판매된 제품들은 고작 3~4건에 불과했다.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2년이 지나자 조금씩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법은 따로 있었다. 독수리 타법과 꾸밈없는 이야기들! 솔직하고 진솔하게 다가가니 소비자들이 신뢰로 응원해 준 것이었다. 요즘에는 하루 블로그 방문자가 1,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달라진 것은 부부가 직접 정하는 가격으로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수익이 몇 배나 커졌다. 지금은 90% 이상을 직거래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