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장을 볼 때 쉽게 고르는 애호박. 찌개에 넣어서 먹어도 좋고, 부침개를 해 먹어도 좋다. 쉽게 재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포기에 최대한의 애호박을 달기 위해서는 여간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줄기가 오르면 일일이 이를 잡아 줄에 묶어야 하며 덩굴 손과 수꽃은 따주어야 한다. 암꽃은 인공수정을 하고 불량과가 될 수 있는 것은 솎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 봄 여름에 거두는 애호박은 한 포기에 30개 미만이다. 더구나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야무지게 친환경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는 청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8명의 친환경농업인들이 똘똘 뭉쳤다

친환경농업의 산실 충북 청주시.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받고 있는 넓은 논을 뒤로 시설 하우스 단지가 눈에 띤다. 애호박의 주산지로 이름난 이곳 옥산면은 일찍이 시설채소 재배가 발달했다. 도시근교농업의 적지인 이곳은 애호박을 비롯해, 시금치, 오이 등의 친환경농산물들이 생산되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매일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8명으로 구성된 청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 모두가 친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유기재배가 힘든 애호박과 오이는 재배하는 농가는 무농약인증을 받았으며, 엽채류를 재배하는 5농가는 모두 유기농인증을 받았습니다.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들은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권까지 납품되고 있습니다.”

청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 박준순 대표는 영농조합법인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치며 웃음을 지었다. 2000년대 초 20여 명이 넘었던 조합법인은 친환경농업의 어려움 때문에 점차 줄어 들어 현재 8명이 남게 되었지만, 다양한 판로 개척과 기술력 향상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조합법인에서는 친환경농산물을 공동으로 생산한 뒤 소포장과 선별작업, 출하작업까지 모두 공동으로 참여해 공동정산을 하고 있다. 공동계산, 공동정산으로 인해 회원들간의 믿음과 신뢰가 더욱 돈독해 지고 자연스럽게 화합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삶도 자연스럽게 친환경이 되다

박 대표는 20년 전 고향인 옥산면으로 귀농을 하게 되었다. 귀농을 시작해 처음 선택한 작목은 방울토마토였다.

“친환경농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해서는 관행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주위에 친하게 지내던 농부님들이 친환경농업을 하시던 분들이라서 그 분들과 교류하고, 기술을 공유하다 보니 차츰차츰 친환경농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인증을 받기 전에도 그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최소한 사용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친환경농업에 뿍 빠진 그는 시금치, 대파 등의 작목과 함께 애호박 농사에 전념하게 되었다.

애호박은 생육기간이 길어 병해충 방제가 특히 어려운 작목 중 하나이다. 처음 접하는 애호박 농사에 마땅한 병해충 자재도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은행이나 제충국, 할미꽃 등의 천연 재료들을 사용해 병해충 방제에 노력을 기울였다.

“친환경농업은 토양관리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건강한 토양에서 건강한 작물이 나오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땅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퇴비의 경우 고품질의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며, 자체적으로 미생물과 액비도 조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잡초억제와 토질 향상을 위해 쌀겨 등을 사용하며, 목재 파쇄기 등을 이용, 우드칲 사용으로 거름 및 토양 물리성 개선에 큰 효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쉴 틈이 없는 1년 호박 농사

호박농사의 경우 1년 동안 쉴 틈이 없다. 봄 작기와 가을 작기 2번 출하를 하지만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오창에 있는 친환경전용 육묘장에서 애호박 육묘를 준비하는 것을 시작으로 1월에는 토양관리를 실시해 준다. 2월 11일에서 15일 사이에 정식을 시작하면 1차 수확은 4월 초부터 시작된다. 4월초에 시작된 수확은 7월말 까지 진행되며, 이후에는 한 달 동안 토양소독을 실시한다.

“2월에서 4월까지는 온도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중 하우스에 수막, 그리고 터널재배를 해줍니다. 벌로 수정을 하고 있는데 저온기에는 착과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량요소 등을 사용해 착과률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주야간 온도차가 커서 수확량이 30% 정도 감소하였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특별한 병해충 피해가 없기 때문에 온도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수확이 시작되는 4월부터는 수시로 예찰을 하며 병해충이 발생하면 친환경 제재를 사용한다.

토양 소독 후 8월 20일 경부터 가을 작기를 시작한다. 이때에도 온도 조절이 관건이다. 봄 작기에는 온도의 손실을 막는 것이 기술이라면 가을작기에는 너무 덥지 않게 자주 환기해 웃자람을 방지해야 한다. 8월 정식에 들어간 애호박은 11월 중순까지 수확에 들어간다.

또한 애호박의 균일한 품질을 위해 애호박이 10cm 정도 자라면 특수 비닐을 씌워 크기와 모양을 규격화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고품질의 친환경 애호박은 별도의 소포장 작업이 필요 없이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청원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고품질의 친환경 애호박은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학교급식 등으로 고르게 납품된다. 지금은 판로에 대한 큰 걱정이 없지만 이는 10여년 동안 노력한 결과이다. 친환경농업을 처음 시작한 초기에는 다른 영농조합법인들처럼 판로 확대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유기농 애호박입니다. 지금까지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지금 당장 유기농으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양심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정직한 무농약 애호박을 생산할 것이며, 기술력이 향상되면 유기농을 시작하겠습니다.”

박 대표는 또한 몇 년째 충북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가들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는 류훈모 강소농 전문가에게 농가경영 부분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 강소농을 실천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한다.

시설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애호박의 경우 좁은 하우스 내에서 애호박을 수확해 가지고 나오려면 이만저만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는 하우스 내에 레일을 설치해 운반을 용이하게 했다. 능률은 두 배 이상으로 향상됐다.

소비자들의 식탁에 쉽게 오르는 애호박. 시장에서는 흔하디 흔한 애호박이지만 이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귀하디 귀한 것이 호박이다. 밥상을 달큰하게 해 줄 친환경 애호박을 찾는다면 청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의 애호박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