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작은 쌀가게로 출발한 한살림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생명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한살림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곽금순 한살림대표를 만나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한살림연합의 첫 조합원 출신 대표입니다. 2015년 소회에 대해

A. 지난해 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조합원 출신의 대표는 제가 처음이지요. 한살림은 1986년 ‘한살림 농산’으로 시작해 한국의 생협운동의 토대를 다졌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전임 이상국 대표님을 비롯해 한국의 유기농업과 생협운동을 시작한 1세대들이 주로 이끌어 왔습니다. 시대적으로 협동조합 기본법도 제정이 되고, 사회적 경제라는 어려운 단어도 일반화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한살림이라는 조직도 조합원의 대표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조합원 출신인 제가 처음으로 한살림의 대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 보면 농업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알아가고, 생각했던 한 해였습니다.

Q. 그간의 한살림 활동은

A. 1993년 처음 한살림에 가입했습니다. 조합원 활동부터, 마을모임, 조직활동 등 밑에서부터 차근 차근 활동을 시작했지요. 한살림에서 처음으로 지부도 만들고, 활발히 활동을 했습니다. ‘도봉지부’ 그 당시에는 ‘강북지부’라고 불리웠던 지부를 처음 만들고, 울산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다 내려놓고 푹 쉬다 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울산에서 한살림의 토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울산지역에서는 아무런 조직도 없었기 때문에 부산지부의 지원을 받아서 활동을 했으며, 2000년도에 서울에 와서 북부지부 지부장을 역임하고 서울이사장, 그리고 현재 대표가 됐습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것은 사회적 영역에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입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워커즈 콜렉티브’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워커즈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출자해서 설립하고, 출자한 사람들이 사업주이자 노동자로 서로 협동해서 일하는 곳을 말합니다. 사업내용은 자신을 포함해 지역과 사회전체에 유익할 일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과정을 거치기 전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이 되어 바로 협동조합의 체계로 진행되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활용 등 지역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조그만 일자리의 창출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나누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Q. 창립 30주년에 대한 비전은?

A. 농약을 안 쓰고 농사를 짓는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1986년에 설립한 한살림은 유기농업에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친환경·유기농업의 문화를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이라 생각합니다. 1988년 처음으로 생활협동조합을 등록할 때 조합원이 70세대 남짓이었습니다. 지금은 55만 세대의 조합원과 2,150 세대의 생산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살림’, ‘생명’, ‘모심’ 이런 단어들의 시작은 한 살림이었습니다. 30여 년 동안 이런 단어뿐만 아니라 한살림의 정신이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이것이 한살림의 가장 큰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0주년을 맞이해 한살림은 차별화를 꾀하려합니다. 조합원, 생산자와 함께 충실하게 비전을 만들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려 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55만 세대의 조합원과 2,150 세대의 생산자들의 생각을 모아 지속가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생명운동과 협동운동의 지향이 담긴 자체기준이 자주인증

Q. 저농약인증 폐지에 따른 자주인증의 방향은?

A. 광우병, 멜라닌, 조류독감 등 식품안전 관련 이슈 등이 점차 증가되면서 먹거리에 관한 조합원들의 불안감 해소, 사회적 대응에 유연한 생산관리체계, 이에 걸맞는 한살림만의 차별화된 기준수립,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약속하고 책임지는 관계를 높이는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저농약인증제도가 폐지되어 한살림 저농약 인증 생산농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되어 우선적으로 저농약 과실류 중심으로 2011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주인증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조합원이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한살림이 정한 생산기준에 따라 물품이 생산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물품을 공급하는 조합원 참여형 자체 인증시스템입니다. 이런 자주인증은 생산기준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약속하고, 함께 생산과정을 확인 및 공유하며 책임 있는 생산소비 및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한살림에서 농약을 사용할 수 있는 8개 품목의 과실에 대해 자주인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과, 배, 복숭아, 자두, 대추, 감(단감, 대봉, 곶감)이며 앞으로 대상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추진하는 GAP에 대해 혼란을 야기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살림에서는 조합원들의 마을 모임 등에서 사용한 자료를 만들어 이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에는 1년 동안 이런 부분을 집중적을 홍보했습니다.

Q. 지난해 11월 한살림안성마춤식품 가공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가공산업 육성 부분에 대해

A. 한살림과 안성지역 6개 농협이 함께 설립한 한살림안성마춤식품(대표 김병칠)이 지난해 11월 가공공장 준공식을 거행했습니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 가공공장은 지난해 9월 안성 한살림물류센터 부지 내에 연면적 1,201㎡ 규모로 건립되었고, 420g 두부를 하루 12,000개 생산할 수 있으며, 두유, 두부스테이크 등 다양한 콩 관련 제품을 개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은 국산콩 두부의 생산에 맞춰 올해부터 안성지역 콩 수급을 시작하였고, 오는 2018년에는 378톤까지 수급량을 늘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안성마춤식품은 지역 내 농가들이 생산한 콩을 농협이 수급해 공급하고, 두부를 만들고 난 찌꺼기는 사료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나온 축산부산물이 다시 콩을 생산하는 농가들에게 퇴비로 공급되기 때문에 온전히 하나의 순환된 시스템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가공사업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Q. 친환경농업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A. 우리보리 돼지, 우리밀 등은 사라져 가는 우리의 중요한 생산물들을 민간이 살려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지금 대내외적으로 많은 여건들이 어렵지만 믿음을 가지고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다면 이 부분을 알아주는 소비자는 반듯이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식량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있으며, 식량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식량산업이 국가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이 우리농업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