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수 놓은 골짜기를 달리는 청춘열차의 푸른 트럼펫 소리. 산벚꽃 물 위에 비치는 꽃길따라~(중략)” 춘천의 아름다움을 읊었던 성기문(前 춘천지법원장)은 본인의 시 ‘춘천교향곡’에서 춘천의 5월을 교향곡에 은유해 예찬했다. 춘천 사북면을 휘어 흐르는 북한강을 따라 가다 보면 ‘춘천교향곡’의 은유가 그대로 재현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북한강 절경을 배경으로 언덕 한 편의 초원에 소와 양떼들이 느린 걸음으로 풀을 뜯고 있는 ‘해피초원목장’이 그 곳이다. 멀리 의정부에서, 근처 춘천에서 견학 온 어린 학생들은 난생 처음 보는 양들이 귀여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양머리 위의 털을 처음 만져본 한 학생은 따뜻하고 보드라운 양털의 촉감에 놀라 소리를 지른다. 대자연이 가져다주는 한 폭의 그림과 평온(힐링)으로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행복해 지는 곳. 춘천 사북에 위치한 해피초원목장을 가 본다. 

서울에서 1시간 1반 거리,

춘천에 있는 농업교육체험 목장

해피초원목장은 춘천시유지 25㏊를 초지로 개간해 2012년 9월 개장한 곳으로, 현재 한우 30마리, 면양 40마리 등을 방목하고 있다. 또 당나귀 1마리, 거위 2마리, 돼지 1마리 등을 갖춰 가족 및 학생단체관람 단위로 관광체험과 농촌교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외국계 금융권에 일하던 최영철(60) 대표는 1992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왔다. 서울 생활이 싫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연 속에서 자기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소원이 있었다.

“어떻게 귀농하게 됐냐라는 질문을 IMF 때 하도 많이 들어서(웃음)...... IMF때 귀농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저는 그 전에 귀농을 선택했죠. 다른 게 아니라, 저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잘 나갔어요. 그런데 당시 제 일이 제가 잘하면 남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의 일이었거든요. 농촌에서 일하는 게 마음에 들었고, 지역을 위해서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최 대표는 40대 초반, 귀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처음 춘천에 내려 와 할 일을 고민해 보니, 축산이 가장 마음에 끌렸다. 대학 때 전공도 축산이 아니었고, 그 일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지만, 머릿속에 방목하는 작은 목장 하나가 마음 속에 계속 남았던 것이다. 아내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일단 밀어붙였다.

“소 키우는 것을 책을 보고 배웠어요. 그리고 옆집에 소 번식 전문가가 있어, 그 집에 왔다 갔다 하며 물어보면서 배웠지요. 언제는 소가 새끼를 낳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 에요. 주변에 알아보니, 건국대 축산과 나온 친구가 한 명 있어 전화로 물어 보면서 상황을 대처했지요.”

최 대표의 말처럼 처음 시작한 축산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처음 시작 할 때는 소 가격이 상승세였다. 새로 시작하기 좋은 때였다. 하지만 97년 IMF 때 최 대표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 후 광우병 때 또 한 번의 타격을 맞았다. 큰 시름의 2번을 겪고 나니 오히려 덤덤해 졌다. 예전에는 10년 주기로 소가격 파동이 있었지만, 지금은 질병 및 유가 등의 변수가 증가한 게 문제였다. 최 대표에게는 소고기 생산만을 바라 봐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 관람층은 30~40대 주부

최 대표는 2013년부터 해피초원목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50%씩 내방객들이 늘고 있다. 작년에는 무려 25,000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 특히 30~40대 주부들이 해피초원목장을 다녀 간 후로 열성적인 블로그 활동으로 입소문을 전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는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최 대표에게도 고민이 있다. 관람객들이 보다 많은 서비스와 편의를 요구 한다는 것이다.

“저희 같은 경우, 작년에 2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다녀갔지만, 1인당 매출은 겨우 5,000원에 불과합니다. 내방객들이 다녀가면서, 여름에 빙수나 음료수도 사길 원하고 있습니다. 30~40대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기 때문에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필요하지요. 고급스러운 까페 분위기의 냉커피, 디저트 류를 특히 많이 찾습니다.”

최 대표는 점점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과 해피초원목장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우버거 만들기 체험과정 인기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최 대표가 준비한 해피초원목장 만의 이색 체험이 있다. 한우버거를 만드는 체험이다. 가족이 와서도 한우버거를 만들어 먹고, 김밥도 싸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앞으로는 이 부분을 강화해 셀프푸드 코트화 시킬 예정이다.

단체관람을 오는 학생들을 위한 체험교육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고학년은 최 대표가 저학년은 아내가 진행한다. 체험교육의 주 내용으로 최 대표는 학생 수준에 맞는 농업경제를 가르친다. 체험교육을 받기 전과 후의 아이들의 반응의 차이는 크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이 동물이 도축되고 자기 먹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말합니다. 그런데 논의를 하다보면, 이 동물을 내가 먹고, 그 동물이 내 몸에 들어 왔기 때문에 동물을 더 사랑하고 자연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농산물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취했으니, 더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확산이 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농업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최 대표는 일종의 보람을 느낀다. 또 해피초원목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도 최 대표의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다. 농업이 예전에는 사람 몸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마음까지 건강하게 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 다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일본의 관광목장에 대해 연구 필요

최 대표는 올해 시간을 내어, 일본 관광 목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올 계획이다. 목장운영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점점 더 고갈되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 대표 부부만으론 목장 운영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우군이 생겼다. 최 대표의 아들들이 일을 거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과 대학에 다니는 첫 째 아들이 주말마다 와서 최 대표를 도와주고 있다. 최 대표에게 귀농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요청하니, ‘도시에서 충분히 살아보고 천천히 귀농을 준비하라’라는 뜻밖의 메시지를 줬다. ‘그래야지 다시는 도시를 안 쳐다 볼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일단 젊은이들이라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직장을 못 잡아 시골로 가겠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시골에 오는 젊은이들은 도시에 대한 미련이 있어 오래 시골에 정착하기가 힘들어하더라구요. 도시에서 충분히 살아보고 시골에 내려오면 도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목장 경영에 더 유리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도시생활도 충분히 해 봤고 시골에서도 20년 넘게 생활해 봤기 때문에 두 곳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장점입니다.”

최 대표는 조만간 춘천 지역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목장 안에 개설 할 예정이다. 2013년 해피초원목장을 방문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목장의 교육체험시설 활용에 감명을 받고 “산지자원을 활용한 제2, 제3의 이런 목장이 출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피초원목장을 통해 국내 축산업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