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탄소제로도시(Carbon zero city)’ 프로젝트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포스트 오일시대’에도 에너지산업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탄소제로 도시를 꿈꾸는 지구촌의 앞선 도시들의 모습이다.
선진국 주도의 탄소경제는 이미 세계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남동부 함마르뷔 셰스타드의 주택들. 스톡홀름의 31개 건축회사가 참여해 탄소제로 인프라를 구축한 이 도시의 아파트들은 태양광을 최대한 모으고 절연을 강조한 3중 유리창과 테라스가 특징이다. 지하철과 전차는 100% 쓰레기를 태워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이른바 녹색전력이다. 또 거리주유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유기물 쓰레기를 재활용해 생산하는 바이오가스를 주유하도록 하고 있다. 함마르뷔의 탄소제로를 위한 인프라로는 △녹색전력망 △하수 및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 △지역냉난방 시스템 △저탄소 교통체계 △절연건축 등이다.
런던 빅토리아역에서 약 20분간 교외선을 타고 핵브리지 역의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베드제드 타운에 들어서면 고깔모양의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이는 베란다공간 사이에 안쪽과 바깥쪽에 창이 있어 온실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열보존을 최대화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영국가정에서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먹을거리의 생산과 수송에서 나온다. 그래서 먹을거리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베드제드 주민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수입해 오는 농산물 대신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채소 과일 및 유기농과일과 맥주를 공급받고 있다. 또 주민들은 로컬푸드 시장을 활성화했고, 자기집에 딸린 정원에서 채소를 기르는 훈련도 받고 있으며 베드제드타운의 주민 86%가 유기농식품을 구입하고 39%가 자기 정원에서 채소를 기른다.
일본 기타규슈는 1970년대까지 만도 일본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일본 최초의 제철소가 문을 열면서 철강도시가 됐고 환경오염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고도성장기 시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얻은 참혹한 부산물이었다. 대기오염 상태는 상상을 뛰어넘어 1㎢ 당 108ｔ씩 분진이 떨어졌다. 기타큐슈 전역은 공포에 휩싸였고 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한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나 공해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새로운 목표에 도전,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자원 순환형 탄소제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기타큐슈 매립지에 자리 잡은 에코타운에서는 폐차의 경우 생선가시 발라내듯 자동차를 해체한다. 범퍼를 떼고 엔진을 들어내고 차 내부의 복잡한 전선을 끄집어내 자동차 한 대가 앙상한 뼈대로 남기까지 불과 10여분, 수북이 쌓인 각종 부품은 중고시장에서 재활용되고 자동차 강판은 제철 원료로 쓰인다. 기타큐슈 에코타운의 슬로건은 폐기물을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원이 조금도 낭비도 없이 재활용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대사회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기타큐슈가 지독한 환경오염을 딛고 새로 태어나듯 우리의 기술력과 열정을 바쳐 저탄소사회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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