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가장 주 작목이라 할 수 있구요. 작목은 대략 60여 종 정도 심은 것 같습니다.” 환한 웃음을 보이는 평화나무농장 김준권 대표. 평화나무농장에는 다양한 작물이 특유의 건강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소 30여 마리, 산양 20여 마리 등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는 김 대표가 1박사 1농부 8번째 주인공이다.
ı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상민 박사 ı이경민 기자

생명이 가득한 농장, 평화나무 농장
행정구역상 경기도 포천이지만 거리로는 강원도에 더 가까운 평화나무 농장.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이지만 평화나무 농장은 아직도 분주한 모습이다. 5,500여 평의 농장에는 토마토를 비롯해, 현미, 콩, 귀리, 수수, 케일, 무,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호박 등 60여 종류의 작물이 자라고 있다.
“단순히 경제성만 보면 아주 비효율적인 농사지요. 당근 한줄, 케일 두 줄, 브로콜리 한줄, 각자 심는 시기도 다르고 생육도 다르기 때문에 농장에서는 일년 내내 쉴틈이 없어요.”
기분 좋은 웃음을 띠며 반기는 김준권 대표는 2005년부터 ‘생명역동농업’을 실천하는 유기농부이다. 농장의 시작은 아침 일찍 시작된다. 매일 아침마다 짜는 산양과 인사하며 산양유를 짜고, 그날 짠 산양유는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든다. 20여 마리의 소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중요한 일과이다. 올해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사료용 벼를 시범적으로 먹이로 주었는데 소들에게는 특별한 만찬이 되고 있다. 밭에 나가면 계절마다 일이 한 가득이다. 봄에는 토마토를 심고 빨갛게 완숙이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수확해서 토마토 주스를 만든다. 토종밀은 수확해 빵을 만들고, 보리, 수수, 귀리, 콩, 현미 등과 16가지 채소는 수확해서 말려서 통곡물 선식을 만든다.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의 양이지만 김 대표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농사가 아니라 ‘나의 일’이라 생각하면 매일 매일이 즐겁고, 보람찹니다. 농장에 있는 소, 산양들도 모두 뿔도 제거하지 않고, 거세도 하지 않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대로 키우는 것이지요. 소들은 생명역동농업에 필요한 소똥을 우리에게 주고, 이런 소똥으로는 퇴비를 만들어 밀, 콩, 수수, 귀리, 양파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합니다.”

생명역동농법을 접하다
생명역동농법은 1924년 독일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창안한 것으로 태양과 달을 포함한 각종 별들의 운행에 따른 농사력에 입각해 농작업을 실천하는 농법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유럽전체로는 1,100개의 농장과 정원에서 1만 7,609ha를 경작하고 있다. “국내에 생명역동농업이 처음 소개 된 것이 2000년대 초 정농회에서 삐리오 드니라는 프랑스 분이 강연을 했을 때부터입니다. 소뿔에 소똥을 넣어 땅에 넣고 이런 이야기는 처음에는 무척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분이 파종달력을 보내줬는데 국내와는 차이가 있어 독일의 마리아 툰이라는 분이 발행하는 파종달력을 한국시간에 맞춰 번역하게 되었고, 이후 슈타이너 박사의 생명역동농법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생명역동농법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김 대표는 생명역동농업실천연구회를 만들고 함께 모여 생명역동농업 증폭제를 만들어 땅에 묻고, 증폭제에 대한 공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매년 가을과 봄에 열리는 생명역동농업실천연구회에는 생명역동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