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의 자취 따라 한반도 서남단 끝에서 만난 전복향 --

완도의 화흥포항에서 출항한 카페리호는 노화도 동천항까지 40분을 소요했다. 보길대교를 건너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보길도’를 밟는 길은 설레임으로 들떴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송강 정철과 함께 조선시가의 쌍벽을 이룬 당대 최고의 시인이 거닐었던 공간과 그곳을 모태로 태어난 ‘어부사시사’가 눈앞에, 귓전에 맴돌았다. 특히 아름다운 한국의 정원으로 회자(膾炙)된 세연정((洗然亭)의 면면은 바람소리와 반짝이는 물결로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 매표소 좌측 입구로 들어서는 동시 터지는 탄성! 한 발 들여놓았을 뿐인데 300여 년 전의 저쪽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색깔과 태가 예사롭지 않다. 두 연못(세연지, 회수담)사이에 단아하게 자리 잡은 세연정(1992년 복원)은 도도하다. 사방 주변경치를 들문(들어 올린 문)을 통해 거침없이 공유한다. 건물에 지탱한 아름드리 노송의 용틀임과 칠암(七岩)의 웅장한 자태가 이곳이 진짜임을 웅변한다. 
  인공적이면서도 최대한 자연 그대로인 연못위에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고풍스런 정자가 푸른 낙락장송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어부사시사의 후렴구가 저음으로 깔린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찌그덕 찌그덕 어기어차~ )??
  우거진 동백은 꽃봉오리를 바짝 치켜세우고, 드문드문 활짝 핀 동백꽃은 봄이 스멀스멀  차올랐음을 눈치 채게 했다. 서북향 2.5㎞ 거리에 살림집인 낙서재와 곡수당이 복원을 마치고 주변 조경이 어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서재 맞은편 산 중턱 절벽에 독서와 사색의 장소인 한 칸 동천석실이 부용동 절승의 자리에 토종벌통처럼 놓였다. 보길도의 절경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제주도로 가던 윤선도의 발길을 머물게 했고, 그의 남다른 안목과 풍류와 멋과 끼를 마음껏 펼치게 했던 것이다.
  망끝전망대를 향하는 해안도로를 낀 바다는 아늑한 호수였다. 가까이 떠 있는 양식어장은 끝없이 펼쳐져 청정해역의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완도로 나와 늦은 점심으로 완도의 최고 특산물인 전복을 선택. 허기진 뱃속에 향이 가득한 전복죽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바다의 산삼이라는 전복은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지난해 10월 ‘전복산업특구’로 지정된 완도지역은 국내 전복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2,900여 전복 양식 어민들이 연간 4,000여t의 전복을 생산, 1,800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한다. 올해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두주자인 전복의 꿈이 알차게 여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