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 중 하나인 무화과. 무화과는 식물체에서 일종의 방어 물질로도 사용되는 단백질 분해효소 피신을 분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벌레가 잎을 가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친환경재배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벌레들이 집중적으로 열매를 가해하기 때문에 친환경재배가 어려운 작목 중 하나이다. 이달의 1박사 1농부의 주인공은 전남 함평에서 친환경 무화과를 재배하는 김우석 농부다.

| 1농부_김우석•1박사_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광래•이경민 기자 |

친환경 무화과 재배단지. 함평군 무화과

전남 함평군 학교면은 전국에서도 이름난 친환경 무화과의 주산지이다. 국내 무화과의 주산지는 영암과 해남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시설재배와 상자재배를 실시하며, 친환경재배하는 농가는 매우 드물다.

“학교면에서 재배하는 무화과는 전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화과입니다. 아이들 급식에 납품되는 무화과에 농약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함평 무화과 연구회 김우석 회장은 함평 무화과 자랑에 여념이 없다. 1990년 전남농업기술원 귀농 1기 교육생인 그는 농업에 전념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고, 방통대 농학과에 입학해 농업기술을 탄탄히 다졌다. 벼농사를 짓다 그가 선택한 작목은 바로 무화과였다. 무화과의 경우 전년도 11월에 심으면 다음해부터 바로 수확이 되기 때문에 귀농 초창기 작목으로 선택했으며, 처음부터 바로 친환경농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무화과에 대한 교육조차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친환경재배 2년차까지는 거의 수확이 없을 정도로 큰 실패를 맛봤다.

유기농기술포인트1 친환경 무화과, 충과의 전쟁

“친환경 무화과 재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충과의 전쟁입니다. 특히 총채벌레의 피해는 다른 작물이 비해 훨씬 치명적입니다. 피해 자체가 무화과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제도 어렵고, 무화과 판매시에 피해를 입는 과일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우석 농부는 총채벌레의 방제를 위해 사용한 것은 바로 ‘황’이다. 월동하는 벌레를 사전에 방제하기 위해 황을 사용하고 있으며, 3회 정도 황처리를 해준다. 총채벌레를 100% 막을 수는 없지만 월동충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과일이 열린 후에 황처리를 하면 무화과열매에서 색이 빠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황처리의 경우는 겨울에 실시하고 있다.

“지온이 10℃가 넘으면 그 때부터 총채벌레가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 80% 이상 방제를 하지 않으면 4화방까지 모두 피해를 입게 됩니다. 4~5월에는 유기농자재를 활용해 총채벌레를 방제하는데 3일 간격으로 3회 이상 처리를 해야 합니다.”

김 농부는 친환경 무화과는 항상 병해충이 발생하는지를 면밀하게 예찰해야만 수확의 기쁨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총채벌레 외에도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도 주의해야 하는 해충이다.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경우 페로몬트랩을 활용해 최대한 밀도를 줄여준다. 이 외에도 하우스 측창에 방충망을 설치해 해충을 비롯해 벌, 새들의 침입을 막고 있다. 또한 하우스 주변에 미니사과, 아로니아 등을 식재해 새들의 먹을거리를 제공해 준다. 김 농부는 “새들에게는 사과를 주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무화과를 줘야죠”라고 웃으며 말한다.

유기농기술포인트2 생육조절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규산

일 년 내내 쉴 틈이 없는 친환경 무화과 재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속성수인 무화과는 봄이 되면 T자로 가지를 눕혀 나무의 모양을 만든다. 순이 올라오면 전지 작업을 실시하며 가지를 10~15개 정도 빼준다. “무화과가 나무가 커지면 줄을 내려서 유인작업을 실시해줍니다. 4~5월에는 유인작업과 함께 총채벌레 방제 작업을 실시해주며, 6월이 되면 장마를 대비해 습도 조절에 신경을 써줍니다. 무화과의 경우 장마 오기 보름 전부터 장마철까지 급격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 때 생육 조절을 위해 규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엽면시비로 규산을 활용하면 절간 길이가 짧아지게 되며, 짧아진 절간에서 영양분이 과일로 올라가기 때문에 한 가지에서 20~22개의 무화과를 수확할 수 있다.

유기농기술포인트3 토양관리를 위한 패화석 시용

매해 10월이 되면 김 농부는 제초매트를 걷어내고 보리나 밀 종자를 뿌린다. 또한 수확이 끝나고 난 12월에 전정작업을 하고 난 가지를 모두 파쇄하고 하우스에 깔아준다. 이 후 로터리 작업을 실시하며, 이 때 비품 무화과를 발효시킨 천연비료를 살포해 준다.

“친환경재배는 누가 뭐라 해도 토양관리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매년 농장의 토양을 채취해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합니다. 가장 좋은 땅이 아니라 가장 척박한 곳의 토양을 채취해 의뢰하며, 농업기술센터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적정량의 영양분을 공급해 줍니다. 일반적으로 pH 농도가 7.0일 때 질소, 인산, 칼리를 100%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pH가 5.0일 때는 평균적으로 46% 밖에 활용하지 못합니다. 비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토양 산도를 교정하고 토양 환경을 조절해 줘야 합니다.”

김 농부는 철저한 토양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토양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패화석을 시용해 준다. 총채벌레 방제를 위해 황을 사용하기 때문에 패화석의 활용은 농장의 토양을 중성으로 맞추는데 큰 역할을 한다. 부족한 영양분은 유박을 사용하고 있으며, 유박의 경우도 과다사용할 경우 충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요한 영양분 공급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또한 지하수에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에 구연산을 사용해서 pH를 조절해 준다.

유기농기술포인트4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만든 무화과 말랭이

“무화과는 영양성분이 풍부한 과일입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며, 펙틴이란 성분이 들어 있어 변비와 장 운동 활성화에도 좋습니다. 무화과의 껍질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어 껍질까지 먹으면 더욱 좋습니다.”

김 농부는 껍질까지 좋은 무화과를 이용해 가공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무화과 말랭이와는 달리 빛깔이 곱고, 식감도 좋은 무화과 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그가 버린 무화과도 몇 백키로나 됐다. 최적의 수확시기와 말리는 온도를 찾기 위해서이다. 무화과 말랭이는 추석이 지나고 수분률이 90%정도 되는 무화과를 사용해야 하며, 생과로 따서 얇게 슬라이스 처리를 해 50℃에서 20시간 정도를 말려준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만든 친환경 무화과 말랭이는 지난해 농수산 홈쇼핑에서 인기를 독차지 했다.

“현재는 전남의 학교급식과 친환경매장에 무화과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에서도 친환경학교급식에 무화과를 넣고 싶다고 해서, 2학기 때부터 시범적으로 친환경 무화과를 납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친환경 무화과를 많은 아이들에게 공급하면 좋겠습니다.”

꽃이 없는 과일 No. 꽃을 품은 과일 무화과

무화과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아열대성 난지과수이며 아라비아 서부와 지중해가 원산지다. 기원전 이집트에서 가로수로 심은 기록이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수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맛과 향의 무화과는 폴리페놀, 쿠마린 등 항암성분이 가득한 과수이다. 우리나라에서 무화과를 처음 접한 사람은 연암 박지원으로 연암의 저서인 ‘열하일기’에 ‘무화과란 꽃 없이 열매를 맺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가르면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실타래처럼 생긴 것이 바로 무화과의 꽃이다. 그래서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이 아니라 ‘꽃을 품은 과일’이다.

무화과는 소화불량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