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친환경 황토유황

수도작 농법 시작한 명인 중 명인

- 정종수 전남 유기농 명인

지난 2020년은 전국의 수도작 농민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한해에 침수, 냉해, 충해, 그리고 태풍피해까지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친환경쌀농가의 소출이 30%가량 줄었다. 고흥에서 유기농쌀을 재배하는 정종수 명인 역시 작년의 피해는 비껴가지 못했지만 올해는 빈틈없는 대비로 풍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남이 자랑하는 수도작 유기명인 정종수 명인을 만났다.

| 김경윤 기자 |

올해 작황 지금까지 무난해, 풍년 기대

“작년에는 피해가 많았습니다. 유기농업 보험이 들어 있어 조금 나았지요. 작년 9월 경 태풍 후 침수피해가 있었는데 그 후 벼멸구가 크게 돌았습니다. 벼가 쓰러져 방제를 해도 안 먹히는 경우였지요. 작년에 비해 올해는 작황이 괜찮은 편입니다. 7월경 장마로 침수가 조금 있었는데 오래 잠기지 않고 이틀만에 물이 다 빠졌습니다. 수도작 농사에는 물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지요.”

고흥군 도양읍에서 유기농 벼를 재배하는 정종수 명인은 담담하게 작년과 올해 벼 작황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정 명인의 논이 있는 도양읍은 서쪽과 북쪽은 득량만(得粮灣)에 면하고, 남쪽에는 바다 건너 거금도(居金島)를 바라보고 있는 지역이다. 바닷바람이 자주 불고 주변에 수원이 풍부해 수도작에는 천해의 명지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귀농 후 오이, 마늘 농사를 거쳐 수도작으로

귀농을 결심한 1981년 이전까지 정 명인 역시 서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버님의 갑작스런 부고를 접하면서 혼자 계신 어머님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귀농을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 재배작물은 오이었다. 당시 고흥군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소득작물을 두고 상담을 나누던 중 오이를 추천받아 시작하게 됐다.

“당시 대나무 하우스에서 오이를 재배했었는데 하루는 아내가 오이를 들고 나오다가 넘어져 허리를 다친 일이 발생했습니다. 힘들게 농사짓는데 다치기까지 하니, 참 답답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오이농사를 접었습니다.”

정 명인은 귀농 초창기 시절을 이야기했다. 그 후 정 명인은 마늘농사도 손댔다가 가격폭락을 경험한 후 수도작으로 돌아서게 됐다. 당시에도 수도작이 가장 현대적으로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경 일이다.

왕우렁이 농법 아니면 친환경 수도작 힘들어

2003년경 고독성 농약 때문에 농약중독을 경험 한 후 정 명인은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2004년 12월에 온누리친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 이라는 법인을 세워 회장으로 활동했다. 친환경 수도작 초기에는 지금처럼 우렁이 농법이 없었다.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쌀겨농법, EM당밀농법 등으로 잡초를 제거하던 시절이었다. 논 쌀겨를 뿌려 발효가 되면서 잡초의 생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EM당밀농법은 EM이 검은 색인데 빛의 투과를 막으면서 잡초 발아 억제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비가 내려 씻겨 나가 약효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다들 한계가 있는 잡초 제거 방법이었고 지금의 왕우렁이 농법에 한 참 못 미쳤다.

“현재 왕우렁이 농법이 아니면 친환경농법을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오리농법으론 대단위로 면적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방법을 해봤는데 왕우렁이가 가장 낫고 효율적입니다. 왕우렁이가 잡초를 너무 잘 먹습니다.

왕우렁이는 이미 70년대에 국내에 식용으로 들어왔던 종입니다. 환경부에서 유해종이라 고 막으려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유해종이라면 50년 동안 극심한 피해를 줬어야 했던거 아닙니까? 왕우렁이는 논이 마르면 거의 자연 폐사되기 때문에 주변에 큰 피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 명인은 왕우렁이 농법이야 말로 친환경 농법의 큰 대들보라고 설명한다.

땅을 살리는 농법, 녹비에 신경써야

정 명인은 땅을 살리는 농법, 녹비 농법으로 유명하다. 정 명인이 선호하는 녹비작물은 헤어리치다. 정 명인은 가을 벼 수확 과정에서 볏짚을 썰어 넣고 동시에 녹비작물 헤어리비치, 청보리, 유채 등을 심는다. 그 후 이듬해 5월 중순경 로터리 친후 논의 지력에 따라 퇴비나 유박을 추가로 투여 지력을 향상 시킨다.

“녹비작물을 안 심으면 유기농업을 하기 힘듭니다. 땅을 안 만들면 자꾸 화학비료 쪽으로 끌리게 마련이지요. 많은 유기농가들이 공장에서 제작한 유기목록공시 비료를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땅을 생각한다면 일정이상 녹비작물도 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헤어리치를 즐겨 쓰는 정 명인은 헤어리치를 톱밥과 왕겨와 섞어 쓸 때 녹비작물로 가장 효과가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국내 최초 벼에 황토유황 사용, 보급에 성공

정 명인이 전국적으로 유기명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국내 최초로 수도작에 황토유황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 정 명인은 천안시 성환읍에서 배를 재배하는 김근호씨를 통해 황토유황 재배법을 배웠다. 이후 자기만을 개량을 거쳐 2008년도 황토유황을 제조해 수도작에 사용했다.

이 때 정 명인은 전필지를 무농약 단지로 끌어올리고 과수에만 사용해오던 황토유황을 국내 최초로 벼농사에 적용했다. 정 명인은 고흥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도열병, 문고병 등에 황토유황을 사용하고 관찰한 결과를 테스트 했다. 이 후 2010년에 전남농업기술원에 실험을 요구해 방제효과가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어 수도작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했다. 정 명인 전남을 뛰어넘어 전국구 유기명인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