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유기농업을 시작했던 계기도 기후온난화 때문이었습니다. 유기농법으로만 바꿔도 조금은 온난화를 늦출 수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유기농업을 실천했습니다.”

‘사명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유기농업에 바친 우리원 전양순 대표. 전 대표는 유기농 쌀 분야의 기술을 체계화해 전남을 비롯해 전국의 수도작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에 빛나는 우리원 전양순 대표가 ‘이 달의 유기농인’ 세 번째 주인공이다. | 이경민 기자 |

사람과 자연이 함께 오래 오래 살아가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35년 전 유기농업이라는 단어조차 정의되지 않았던 시절 풀무원 공동체 생활을 통해 유기농업을 실천한 부부가 있다. 바로 우리원의 강대인, 전양순 부부이다.

“故강대인 회장님은 축산과를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도 축산은 돈을 벌 수 있는 농사였지만, 우직하게 논 농사를 고집했습니다. 논에 특수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이 평 당 몇 만원은 나왔지만, 몇 천원도 안나오는 수도작을, 거기다 유기농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요.”

전양순 대표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초기 정농회 활동을 하면서 귀에 못아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는 “유기농업을 하면 3대가 무지렁이로 키울 생각을 해라”라는 이야기와 “기후 온난화를 늦추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유기농업이다”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렇게 생태계 파괴를 막고 자연환경을 지키며 사람을 살리는 유기농업을 묵묵하게 실천해온 그녀는 이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유기농명인이자 유기농업의 멘토가 되었다. 또한 전양순 대표를 이어 큰 딸인 강선아 씨는 14년 전부터 함께 농사를 지어며 생산·가공·유통·수출·교육까지 1인 5역을 당차게 해내고 있다.

땅이 건강하면 병충해는 없다

유기농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던 전 대표는 농사 초창기 벼멸구 피해를 심하게 봤다. 병해충을 어떻게 방제하는지 모르던 두 부부는 벼멸구로 논이 다 망가지는 것을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기초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건강한 토양을 만들자고 생각해서 토양 만들기에 전념했습니다.”

농사를 시작한 이후 초창기부터 지켜온 철칙이 바로 생 볏짚의 환원이다. 가을에 수확을 할 때 볏짚을 말리지 않고 바로 파쇄해서 논에다 환원을 해주는 것이다. 바짝 말려진 볏짚은 미생물인 효모균의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생 볏짚을 그대로 환원해준다. 유기농 초창기에는 쌀겨를 300평에 300kg 정도 넣어줬는데 이제는 토양 검사를 하고 부족한 곳에만 쌀겨를 넣어준다. 생 볏짚을 넣고 물을 자박자박할 정도로 덴 후 효소액을 살포해 준다. 그러면 이른 봄까지 논에서 천천히 자연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봄에 로터리 작업을 하면 건강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이 완성된다.

“발효되지 않는 것이 논에 들어가면 항상 병이 따라 옵니다. 논에 어떤 유기물을 넣더라도 충분히 발효가 된 후 모내기를 실시해야 합니다. 녹비의 경우 농가마다 사용하는 농법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발효과정 없이 논에 투입된 유기물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유기농업. 농비 절감이 우선

“유기농업이라고 하면 인건비도 많이 들고, 수확량도 일반 관행에 비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요? 농비 절감에 바로 그 답이 있습니다.”

전 대표는 농비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원 농장에서는 외부투입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농산부산물부터 버리는 것 없이 모두 활용해서 농비를 절감하고 있다. 왕겨를 태워 만든 왕초액과 매실과 어성초 등 수집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발효 효소액, 메주를 만들고 남은 콩물을 발효한 액은 유기농 벼에 최고의 영양제가 된다.

왕초액과 현미식초, 발효 효소액과 발효콩물은 육묘부터 꾸준히 사용된다. 왕초액+현미식초+발효 효소액+발효콩물을 300~400배 희석해 묘에다 엽면살포를 해주면 살균 효과는 물론 건강한 묘를 키울 수 있다. 이 영양제는 모내기 후 이삭 패기 전에 300~400배액으로 엽면살포를 해주고 벼가 익어갈 때 150~200배로 살포해준다. 이렇게 벼 전 생육기에 3번 정도 살포하면 영양공급은 물론 벼가 튼튼하게 자라 병충해 또한 예방할 수 있다.

3번에 걸친 종자선별. 잡초는 물관리로~

3만 4,000평에서 단맛이 나는 녹미, 비타민이 많은 흑향미, 우리원 고유의 적미, 건강한 현미 등을 재배하고 있는 전양순 대표. 종자가 건강하고 좋아야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서 유기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전 대표는 종자 선별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종자로 사용하는 벼의 경우 수확 10~15일 전에 실시해 햇볕 건조를 실시한다.

탈망기로 선별한 종자는 염수선 과정을 거친 후 65℃에서 7분간 유지하면서 온탕소독을 실시하며, 이렇게 해야 키다리병 등 병충해가 없다. 포트파종 작업 후 40일 못자리를 하며, 건강하게 키운 묘에서는 별다른 병피해가 없다. 전 대표의 논을 살펴보면 잡초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가지런하게 자란 벼를볼 수 있다. 이는 물관리로 잡초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모내기 하기 4~5일 전 써레질을 하고 10cm 정도 물을 채워준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써레질 할 때 논을 평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탄화가 잘 되지 않고 수면 위에 흙이 올라온 부분에서는 잡초가 발생하기 때문에 균일하게 물에 잠기게 써레질을 해야 하며, 이후 치패 우렁이를 300평 당 1.5kg 넣어준다. 모내기 후 40일 정도 경과하면 물떼기를 시작한다. 40일 동안 물을 데는 것은 보온역할과 함께 초기에 발생하는 풀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유기농업

“오랫동안 유기농업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같이 동참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유기농 확산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농업인들이 시행착오 없이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농사를 할 수 있도록 그간 경험했던 시행착오와 성공한 농법을 다른 농업인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2000년부터 전남친환경농업교육관을 운영하며 많은 농업인과 소비자들을 교육했다. 이를 통해 바른 먹거리와 친환경농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유기농업이 더 발전 할 수 있는 멘토역할로 지역농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보성 지역 농업인들을 설득해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표준화된 농법을 이용해 재배된 고품질 친환경쌀을 전량 수매해 친환경실천농가의 소득안정화를 가져왔다. 우리원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은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김씨마켓(Kim’C Market)과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 유기농쌀을 수출하고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들어와 농업을 사랑하고, 함께 일구는 농업을 만들고자 합니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농촌에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친환경 기반을 구축해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치유농업도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원에서는 오프라인 판매 및 소비자 체험장을 더 확장할 계획이며, 치유농업을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고 있다. 한편 ‘이 달의 유기농업인’을 추진하고 있는 농관원은 “앞으로도 지역과 상생하고, 유기농업을 선도하는 우수 경영체와 유기농업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