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논문을 인용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배와 함께 한 40년이란 시간은 전문가를 넘어 장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40년 배 외길인생 최동춘 멘토는 방준호 멘티에게 과수의 모든 것을 전수하고 있다. 부안군 최동춘 멘토를 소개한다.

| 엄정식 기자 |

농촌진흥청 나주배연구소 출신의 농부는 배에 대한 애착이 깊다. 연구소에서 쌓은 지식으로 고향 부안군에서 과수원을 개원하고 경험을 쌓으며 유기농 배 장인이 되었다. 또한 최동춘 멘토는 국내 최초로 과수원 전체에 방충망을 씌워 과수원 선도농가로 인정받았다. 방충망, 방조망을 넘어 현재는 비가림막 시설까지 다른 과수 농가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시설들을 시도하며 연구사들이 먼저 찾는 과수원으로 만들었다. 저농약, 무농약을 거쳐 유기농 배까지 섭렵하며 안 해본 농법이 없다는 최 멘토는 전북에서 유일하게 유기농 배를 고수하고 있다.

견학오는 과수원 시설

친환경육성법이 생기기 이전 부안군 1호 저농약 인증을 시작으로 무농약으로 전환, 다시 5년 후 유기농 전환기를 거쳐 3년 뒤 유기농 배로 시작, 이 시간들은 최동춘 멘토의 먹거리에 대한 진심이 보이는 시간들이다. 영양소가 많은 껍질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 시작한 친환경 농법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당시 친환경, 유기농 배를 하는 농가가 많지 않았습니다. 고스란히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친환경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걸 왜 포기합니까?”

최 멘토가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면서 처음 시도한 것이 방충망이다. 최 멘토는 국내 최초로 과수원에 방충망을 씌운 시설을 구축하고 보수하면서 방조망까지 설치했다. 당시 이 시설을 보기 위해 전국의 과수농가들이 방문했다는 후문이다. 현재는 비가림막 시설까지 투자해 여러 조건에서 최고의 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연구하는 농장과 농부

농업 연구사들에게 최동춘 멘토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시설하우스를 비롯해 기상관측 장치, 클로렐라, 비벡터링 등 최 멘토의 농장에서는 다양한 실증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배 농장은 노지, 방조망, 방충망, 비가림막 시설이 각각 설치돼 있어 얼핏 보면 여러 과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맛과론 오디도 함께 생산하지만 배 규모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

“시설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맛있고 건강한 배를 생산하고 싶은 욕심에서 꾸준히 투자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기상관측 장치 2대를 둬 과학영농하는데 있어 소중한 자료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비벡터링(Bee-vectoring)을 이용한 방제

과수 농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해충은 응애, 진딧물이다. 최 멘토의 경우 응애는 초생재배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진딧물은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을 이용한다. 하지만 콜레마니진디벌은 온도가 높으면 행동이 둔해져 방제 효과가 떨어지고,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번식을 못 하기 때문에 4~5월에 주로 사용한다.

“유기농 배는 병해충 방제가 중요합니다. 관행 농가가 친환경으로 전환하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천적도 쓰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들이 은행, 돼지감자, 계피, 고삼, 유황, 유화제, 액비 등입니다.”

유기농업에 다양한 실험을 하는 최 멘토는 최근 수정벌을 이용한 친환경 방제기술인 비벡터링(Bee-vectoring)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비벡터링은 박스안에 벌집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입구에 분배장치(디스펜서)를 설치해 수정벌에 미생물제제를 묻혀 수분활동 및 각종 병해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비벡터링은 설치 기술이 쉽고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아 농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최동춘 멘토는 비벡터링을 국내 최초로 배 농사에 접목시켰으나 아직까진 연구가 더 필요한 현실이다.

유기농은 끝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일생을 서울에서 살던 방준호 멘티는 정신없는 수도권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 전부터 친환경 농사에 관심이 많던 방 멘티는 최동춘 멘토를 찾아가 친환경 농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연구를 멈추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함께 액비를 만들면서 최동춘 멘토가 멘티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말이다. 최 멘토의 액비에는 골분, 혈분, 소 부산물, 당밀 등이 들어가는데 600ℓ 통에 물을 채워서 3회 정도 사용하면 충분하다. 직접 액비를 만들면서 멘티에게 친환경 농법의 원리룰 설명하는 최 멘토는 황에 쓰임에 대해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은 해가 쨍쨍 떴을 때만 안 쓰면 됩니다. 그 말인 즉슨 온도가 높으면 안 됩니다. 배 농사에 중요한 시점은 비 오기 전, 오는 중, 오고 난 후입니다. 황은 예방이지 치료제가 아니기에 비로 인해 병에 걸린 배는 잡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배는 개화 전부터 황을 사용하고, 온도가 올라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 양을 줄여야 합니다.”

전북 부안군에서 40년이란 시간 동안 안전하고 건강한 배를 위해 노력한 최동춘 멘토. 그의 뒤를 이어 친환경 과수에 도전하는 방준호 멘티까지 이들이 열정만큼 유기농업 또한 더욱 발전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