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관련 행사를 찾으면 다들 ‘농자 천하지대본’이란 말을 한다. 하지만 정말 진짜 이렇게 생각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1983년부터 간척지에서 농업을 실천해온 오경배 농부는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평생을 유기농업에 바쳐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실성이 담겨 있다. 우리의 전통농업을 계승하는 것이 바로 유기농업이라 말하는 유기농 명인, 오경배 대표가 이달의 유기농업인 4번째 주인공이다.

| 이경민 기자 |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강진군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50여 년이 되었습니다. 일반 관행농사로 시작을 했고, 그 당시에는 다수확 왕이었습니다. 1998년에는 친환경농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함께 친환경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의기투합해서 이곳 간척지에서 친환경농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남도 유기농명인 7호로 지정된 오경배 대표는 초창기 친환경농업을 시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친환경농사를 시작한지 10여 년 동안은 말 그대로 풀과의 전쟁이었다. 경험도 부족했고, 체계화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로터리 작업만 3~4번을 하고, 모내기 이후에도 제초작업에만 매달렸다.

“2010년 이후에는 조금씩 자리가 잡혔습니다. 초반 10년 동안에는 정신적인 고통, 경제적인 고통이 컸습니다. 남들이 비웃고, 안된다고 손가락질해도 친환경농업을, 유기농업을 해내야 한다는 집념으로 10년을 버텼습니다.”

영동농장은 80ha의 면적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유기농 벼를 재배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유기농 쌀을 수출하고 있다.

농사는 자연이 49%, 사람이 51%

많은 이들의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 대표는 농사는 자연의 역할이 49%, 사람의 역할이 51%라 강조한다. 사람의 노력으로 작물이 자연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등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지난해와 동일하게 농사를 지으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농사는 재배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항상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연과 같은 조건을 잘 맞춰주면, 그 다음부터는 하늘이, 자연이 농사를 짓게 됩니다. 최대한의 준비는 해두고 나면 농부는 관리만 하면 되는 겁니다.”

오 대표는 벼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위해 땅을 준비한다. 토양관리의 경우 볏짚을 100% 환원해 준다. 생볏짚은 수확하고 나서 바로 논에 넣고 갈아 엎는다. 볏짚이 그대로 토양에서 부숙되어 양분과 유기질이 풍부한 토질이 되며, 이는 300평당 1~1.5 톤의 퇴비 효과가 있다. 볏짚 환원만으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윤작 체계를 구축해 청보리를 환원해 주고 있으며, 양분이 더 필요한 벼에는 작물의 생육을 살펴보며 유기질 비료를 시비해 준다.

성묘 심기 + 심수관리 + 드문 모 심기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초 부문은 심수 관리로 해결하고 있다. 우선 노지 육묘를 실시해 벼를 튼튼히 키우는 것이 시작이다. 최대한 성묘를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 기본이 된다. 모가 크면 물관리를 깊게 할 수 있고, 물관리를 깊게 하면 풀도 덜 나고 모가 개장형으로 크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논 고르기를 최대한으로 실시해야 잡초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심수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논두렁을 높이는 작업도 충실히 해줘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작업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심수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를 크게 키우고, 논두렁을 높이고, 드문모심기를 해야 합니다. 나중에 모를 심고 보면 가지가 보통 25개 정도 되는데 물을 많이 가두면 이삭이 없는 헛가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벼 포기를 많게 심으면 양분만 소모시키고, 통풍이 안돼서 병이 생기는데, 심수관리와 드문 모심기를 하면 개장형으로 벌어져 공기가 잘 통하니깐 병도 잘 오지 않습니다.”

이 후 우렁이를 적정하게 넣어주면 제초관리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병해충 부문에서도 병이 잘 오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별 다른 병해충 관리를 하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된 그린음악농법

영동농장 간척지 논에는 아침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80ha의 면적의 간척지 논에는 40여 대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으며, 오전 7~8시에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등의 클래식이, 오후 1~2시에는 전통음악인 사물놀이, 농악 등이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를 지을 때 농악을 즐기면서 했습니다. 그린음악농법이라 이름 지었는데 벼가 잘 자라도록 어린모에서 수확때까지 음악을 들려줍니다. 80데시벨 정도의 소리를 충들이 싫어해 병충해 발생도 억제가 되며, 벼의 신진대사도 원활해집니다. 동네 분들도 모차르트 음악이 나오면 7시가 넘었구나, 농악이나 사물놀이가 나오면 오후 1시가 넘었구나 하면서 웃으시곤 합니다. 마을에서 음악이 생활 속의 작은 프로그램이 되었고, 즐거움까지 주고 있습니다.”

판로의 다각화, 가공재료 공급과 수출까지

영동농장은 2016년 유기농 즉석밥 미국 수출을 위한 MOU 체결 이후 USDA 인증을 획득하고, 2017년 4월에는 유기농 쌀 7톤을 즉석밥으로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는 (주)한국바이오플랜트와 39톤을 햇반 원료로 계약하고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30ha의 면적에서 유기농 겉보리를 재배해 (주)일화와 납품해 유기농 맥콜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주)신안천사김에서 찹쌀원료로 김부각 미국수출계약도 시작했으며, (주)사이스와 유기농 쌀 계약재배를 진행해 국내 유기농 매장 및 미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을 선도하는 유기농 명인

오 대표는 친환경농업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도입을 꺼리던 초기의 지역 농업인들에게 친환경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강진군 친환경농업의 산증인이다. 강진군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친환경농업 실천농가 상호간의 정보교환을 통한 회원농가의 발전과 매년 분기 1회 이상의 친환경농업 기술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추진하는 등 선진 친환경농업 기술보급에 노력했다. 또한 회원농가 상호간의 농작물 재배포장에 대한 비교견학을 추진해 회원 간에 기술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진보된 친환경농업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켜내야 할 미래산업입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저노동, 저비용,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농업이 바로 친환경농업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원사업도 있고, 유기농을 실천하면 ha당 120만원 직불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안 할 이유가 1%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달의 유기농업인’을 추진하고 있는 농관원은 “앞으로도 지역과 상생하고, 유기농업을 선도하는 우수 경영체와 유기농업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 밝혔다